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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는 일상생활에서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것 깨달아…”

밀교신문   
입력 : 201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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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협 캄보디아 문화탐방 참가기


해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서는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활동의 하나로 올해는 한국전통문화체험 남방불교 교류사업으로 캄보디아 문화탐방 및 로터스월드 봉사활동 등을 6월 19일부터 24일까지 스님과 재가불자 등 32명이 다녀왔다. 교구청장님의 인연으로 우리 종단에서는 부산교구청 보리화 포교사와 함께 동참하게 되었다.
인천공항 첫 미팅 때부터 내심 종단의 대표라고 생각되니 행동하나 말소리 하나까지 조심스러웠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내 성격상으로 날씨와 관계없이 행복하자고 다짐하면서 일정을 소화하기로 하였다.

캄보디아는 5월부터 10월까지 우기이며 한낮의 온도가 40도를 넘나드는 고온다습해 날씨에 대한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해갔지만, 체류동안 비한방울 없이 맑았다. 이 또한 부처님의 은혜라 생각했다. 첫째 날은 밤 12시 씨엠립에 도착하여 숙소에 짐을 푸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다. 저가 비행기 안의 주문한 기내식 비빔밥은 배고픈 허기를 행복하게 달래주었다.

본격적으로 둘째날은 아침 7시부터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적 앙코르와트(힌두교사원), 불교사원인 바이욘 사원, 타 프롬(Ta Prohm)사원을 탐방했다. 앙코르와트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종교 건축물로서 옛 크메르제국의 수준 높은 건축기술이 잘 표현된 유적이다. 또한 캄보디아의 상징처럼 되면서 국기에도 그려져 있는데, 이것이 관광객들이 캄보디아에 오는 제 1의 목적이기도 하다.

앙코르톰과 중앙 사원인 바이욘 사원은 캄보디아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자야와르만 7세가 조성한 것으로, 자야와르만 7세는 대승불교를 신봉한 국왕으로 앙코르제국의 가장 위대한 통치자다. 인도차이나 전역으로 영토를 확장한 대정복자였으며, 바이욘 사원에 많은 관세음보살상을 형상화하고 자신을 보살이라 추앙했다. 이 조각상은 크메르의 미소, 앙코르의 미소로 불리는 두상이 주종을 이룬다. 대부분의 캄보디아인들은 자야와르만 7세를 크메르인을 수호하기위해 극락정토에서 온 보살이라고 믿고 있었다. 어머니의 극락왕생 서원을 빈 타 프롬(Ta Prohm)사원, 용수라는 열대 교목으로 폐허가 된 유적이 일반적으로 쓸쓸함을 내뿜는 것과는 달리 거대하게 자란 나무의 뿌리가 쇠락한 타프롬 사원을 감싸고 있는 모습은 기묘한 신비감을 연출했다. 현대에 와서도 2001년 제작한 영화 툼레이더 촬영지로 너무나 유명한 사원이 되어있었다. 오래된 것 앞에서 감동받는 이유는 사람이 유한하고 약한 존재이기 때문일까? 12세기 완성되어 거의 1000년의 세월을 버텨온 그 유적지들을 보면서 유한한 사람이 짓고 신을 향한 절대자를 향한 간절함이 염원이 된 유적지, 시간의 흐름을 느끼면서 유한한 인간을 자비한 마음으로 떠올리게 되었다.

뜨거운 오전 일정을 마치고 오후에는 캄보디아 왓보 사원, 스님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불교 고등학교를 견학하고, 왕실 고문스님을 예방해 법문을 듣고, 함께 한국불교와 캄보디아 불교문화를 이해하고 교류하는데 마중물이 되자는 종단협 사무총장 지민 스님의 말씀을 들었다. 이어 왓트마이 사원(킬링필드 유골안치)에서 스님들과 함께 추복불사를 드리고 시원한 숙소로 돌아왔다. 정수리부터 발바닥까지 땀이 흐르는 날이었지만 유한과 무한을 넘나드는 탐방, 시간 속 여행을 한 날이었다.

셋째 날은 드디어 로터스월드 행사 날이다. 뜨거운 날씨 관계로 아침 8시부터 로터스월드 아동센터 아이들과 청-백팀으로 나눠 체육대회를 하였다. 까만 얼굴에 큰 눈망울로 우리를 쳐다보는 모습이 처음엔 서먹했지만 금방 함께 줄넘기, 줄다리기, 댄스타임, 이어달리기를 함께하면서 땀으로 사우나를 하니 스님도 우리도 동심으로 돌아가 순진무구함 그 자체의 시간을 가졌다. 몸과 마음이 멀티비타민 한 통을 먹은 기분으로 가벼웠다. 

오후에는 한국 전통문화체험으로 컵등과 단주 만들기, 에코백 그리기, 문화재 접기(거북선, 다보탑, 석가탑)로 세 교실로 나눠 진행하여 아동들과 함께 에코백 그리기 시간을 가졌다.  “자유롭게 그려보자”라고 하면서 “연꽃을 그려볼까”라고 하니 아이들은 형상화된 연꽃을 쓱쓱 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하고 함께 미소 지었다.

아이들과의 일정을 마치고 로터스월드 캄보디아지부장인 선문 스님의 환대를 받으며 센터와 사업소개 및 안내를 받았고, 아이들이 건강하고 순수하고 밝은 모습으로 자라길 부처님께 서원했다. 같이 간 일행들과 나오는 길에 작지만 매월 정기 후원을 하겠다고 계좌를 등록하고 오니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웠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멀리 있어도 마음 보낼 수 있는 실천이 동행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하루였다.

넷째 날은 프놈플렌-왓프레아 앙톰(와불상), 프놈클렌 폭포체험 탐방을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날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내륙 어장,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면적 2,700 평방킬로미터, 경상남북도를 합친 규모)인 톤레샵 호수를 관광했다. 메콩강의 지류이며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어버린 호수, 지금도 이 자연과 함께 그대로 어우려져 사는 행복한 수상가옥 사람들을 보면서 내 마음속 분별심을 가만히 들어다보며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끝으로 4박 6일 화끈한 더위를 보내고 이 모든 일정을 무사히 회향하게 되어 부처님께 감사드리며, 스님과 행사 주관하신 행정관 및 같이 동행한 일행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자정이 되어서야 탑승해 떠오르는 아침 해를 기내에서 맞이하면서 돌아왔다.

여행은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을 현재 안에 머물게 한다고 했다.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라고 한 여행 작가의 말이 기억난다. 모든 자비, 의로움은 일상에서부터 실천해야한다고 선한 일을 추구하려다 약간의 빈틈이 보이고 어긋난다면 곧 악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평상시의 삶에서, 작은 일에서부터 스스로를 지켜나가는 것을 습관처럼 삼아야한다. 무난하게 산다는 것이야말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현재를 평안한 마음으로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의 한 꼭지 일 것이다. 이번 캄보디아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곰곰이 이런 글들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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