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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자비로운 통찰

밀교신문   
입력 : 2019-06-04  | 수정 : 201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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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덕전등록」에 달마대사가 9년 동안 눕지 않고 벽을 향해 앉아 면벽(面壁)수행을 한 이야기가 있다. 함박눈이 밤새 내리던 어느 날 달마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젊은 구도자 신광은 동굴 밖에서 소리쳤다.

 

“어찌해야 진정한 불법을 깨달을 수 있나요? 번뇌에서 벗어나 본성을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참선중인 달마는 그 소리에 꿈쩍도 하지 않았고, 신광도 내린 눈이 허리춤까지 차도록 눈을 맞으며 버티고 서 있었다.

 

신광이 다시 외쳤다.
“어찌하면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습니까?”

 

그제야 달마는 뒤를 돌아보았다.

 

“옛사람은 불도를 구할 때는 자기 생명을 바쳤다. 굶주린 호랑이에게 몸을 던지고, 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눈을 바쳤다. 너는 어찌 그리 가볍게 불도를 구하려 하느냐. 하늘에서 붉은 눈이 내리면 너를 제도하겠다!”

 

달마가 다시 벽 쪽으로 몸을 돌리려 하자 신광은 칼을 빼들고 자신의 왼손을 내리쳤고 솟구친 피가 눈 위를 붉게 물들였다. 이렇게 자신의 결연한 의지를 팔 자르는 것으로 표현한 신광은 드디어 달마를 만났다.

 

“제 마음이 불편합니다. 대사께서 편안하게 하여주십시오.”라고 말하자 달마는 “그 마음을 가지고 오라. 그러면 편안하게 해주리라.”고 답하였다. 이어 신광은 “마음을 찾으나 얻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했고 이에 달마는 “내가 이미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고 담백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 순간 신광은 크게 깨쳤다. 그가 훗날 달마의 법을 이은 중국 선종의 2조 혜가대사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것이 바로 자기 마음이라고 말한다. 찾을 수 없고 잡을 수 없는 마음으로 고생하고 번뇌하는 것은 마음이 어디에 머물다가 어떻게 움직이기 시작해 어떤 소용돌이를 이루고 어떤 경로를 거쳐 다시 잠잠해 지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 일어났다 사라지는 마음에 부대끼고 시달리며 인생의 굴곡을 경험할 뿐…….

 

이 마음을 제대로 알고 활용할 수 있다면 행복과 불행은 스스로 조절 할 수 있다.

 

심인당에서 ‘대보살’로 불릴 정도로 오랜 세월 열심히 정진해 온 보살님은 각자님과 같이 장사를 하였다. 호인으로 소문난 각자님이 남에게 싫은 소리도 못하고 빌려주고 떼이는 돈도 많고, 물건을 주고 못 받은 돈도 많아 늘 노심초사 하는 보살님은 더욱더 불공에 매달렸다. 거기에다 사람과 술을 좋아하는 각자님을 보며 생긴 원망이 ‘나 아니면 장사 어떻게 했겠어?’라는 아만심으로 바뀌어 술 취한 각자님과 언성을 높이며 다투는 일도 잦았다.

 

그러던 어느 날 술 먹은 각자님과 갑론을박하는 모습을 본 딸이 “엄마 그렇게 불공을 많이 하면서도 아직도 아버지 모습이 받아들여지지 않으세요?”라는 말을 하는 순간 보살님은 얼굴이 벌게지며 너무나 부끄러워 할 말을 잃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

 

‘심인당에서 대보살이라 불리고 실천을 한다고 하는데 난 무엇을 실천하고 있었단 말인가? 40년 넘게 본심진언을 부르면서 나의 본심은 어디로 가고 아직도 이렇게 괴로워하며 딸에게 저런 말이나 듣는 내가 뭐가 잘났단 말인가?’

 

마음속 깊은 참회를 한 보살님은 그 후 불만만 가지던 각자님의 좋은 점을 찾아 하루 한 가지씩 칭찬을 하는 49일 불공을 정하였다. 늘 핀잔만 듣던 각자님은 칭찬을 듣고 기분이 좋아 칭찬해 준 일은 더욱 더 잘하였고, 각자님을 보는 보살님 마음도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각자님의 장점이 보였으며, 이제는 칭찬을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각자님을 이해하고 고마워하고 있는 본인의 변한 모습에 또 놀랐다고 한다.

 

“전수님 이제 각자님에 대한 원망심이 없어졌어요. 그러고 나니 각자님이 술을 먹어도 화내는 마음 없이 각자님을 걱정만 하게 되는 것이에요. 그동안 내가 남편보다 잘 한다는 상(相), 내가 힘들어도 불공을 해서 잘 되었다는 상(相)이 원망을 만들었으며, 그 원망이 각자님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마음이 되어 서로를 힘들게 하며 살아온 것 같아요. 그 마음을 내리고 상대의 좋은 점을 바르게 보려는 마음으로 나의 마음을 변화시키니 이렇게 홀가분하고 즐거운 것을….”

 

마음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마음과 자신이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마음의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려면 자기 마음의 움직임을 타인의 시선으로 관찰해야 한다. 마음이 좁아지면 바늘하나 들어갈 구멍이 없지만, 한번 열리기 시작한 마음은 무변광대한 우주의 마음을 가지게 한다. 진정한 마음이 열린다는 것은 집착으로 가득한 마음을 비우라는 의미이다.
 

『진리를 생명과 같이 알고 행하면 해탈이 있다. 진리는 지혜의 원천이다. 지혜는 내 마음을 고쳐야 상대의 마음이 고쳐지는 것을 알아서 실행하는 것이다.』 <실행론>

 

심법정 전수/유가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