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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는 즐거움

백근영 기자   
입력 : 2004-07-01  | 수정 : 200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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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그는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다. 홀로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순수하며 자유롭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 당당하게 있음이다. 결국 우리는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는 것이다." 12년 전 강원도 산골 오두막집으로 찾아 들어가 은둔의 생활을 시작한 법정 스님이 '오두막 편지' 이후 5년 만에 산문집 '홀로 사는 즐거움'을 펴냈다. 책에 실린 글은 지난 10년 간 '맑고 향기롭게' 회지에 실었던 40여 편으로, 스님의 생각과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어느 날 밤 스님이 자신의 기침 소리에 잠이 깨어났다. 그 이유를 헤아려 보니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 갈 날이 많지 않기에, 잠들지 말고 깨어 있으라는 소식임을 알았다"는 일상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스님의 모습 그대로가 '홀로 사는 즐거움'의 문을 열고 있다. 이어지는 스님의 오두막집 생활이야기와 바닷가 거처로 잠시 옮겨갔을 때의 이야기, 모든 세속의 직함을 버릴 당시의 심경, 동화작가 정채봉씨와의 특별한 인연, 속세의 이야기에는 현대인에게 매 순간 순간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충고 또한 함께 내포하고 있다. 스님은 "현재의 우리는 이미 이루어져 굳어진 존재가 아니요 끊임없이 새롭게 형성되어 가야 할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유한한 존재로 자기 인생을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자 한다면 그 나름의 투철한 생활의 질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바라보고 느끼는 일상에서의 이야기를 전하는 스님의 글에는 혼잡한 시·공간에서 서로 부딪혀 가는 현대인들이 진정으로 취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매섭게 던져주며, 늘 변하지 않는 삶의 진리와 일관된 철학을 담고 있다. 현재 스님은 지난해 겨울 10년 간 맡았던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와 길상사 회주 자리를 벗어 던지고 묵언 수행으로 오두막집에서 그렇게 살고 있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홀로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혼자 살아온 사람은 평소에도 그렇지만 남은 세월을 다할 때까지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꽃처럼 새롭게 피어나는 것은 젊음만이 아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한결같이 삶을 가꾸고 관리한다면 날마다 새롭게 피어날 수 있다. 자기 관리를 위해 내 삶이 새로워져야겠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하게 된다. 나의 말과 글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부터 할 수만 있다면 유서를 남기는 듯한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스님은 나직하게 말한다. 백근영 기자 muk@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