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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밖에 불법(佛法)없고 불법 밖에 생활없다.

밀교신문   
입력 : 20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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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과 경전이 따로 없다. 세상일 잘하면 불법공부도 잘하고 불법공부 잘하면 곧 세상일 잘한다. 부처가 없는 곳이 없으며 일() 마다 불공이다. 불공하는 사람의 세상일은 불공하는 법()이고 불공하는 처소(處所)와 때()가 따로 없고 불공하는 사람이 불()과 다르지 않다. 이것이 생활불교의 본령이다.

 

() 시시(時時)불공 처처(處處)불공이다. 삼밀과 희사로 불공하는 그 곳에 부처님이 있다. 부처님 없는 곳은 세상에 하나 없고 중생이 하는 일은 일마다 불공이다. 생활 밖에 불법이 없고 불법 밖에 생활이 없다. 불교의 세계화와 현세안락 구경성불도 바로 거기에 있다.”

(실행론 3-4-6 6절 생활불교의 본령)

 

불승심인당에 발령을 받고 와서 보니 심인당 청소를 하시는 한 보살님이 계셨는데 어떻게 저렇게 마음에 우러나서 즐겁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청소하시는지 고맙고 은혜로운 마음이 들었다. 보살님은 청정도량인 심인당을 청소하면서 전수님 저는 항상 참회하는 마음, 희사하는 마음, 하심하는 마음, 용맹정진하는 마음,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과 만족하는 마음입니다하였다. 만사에 가장 근원이 되는 것은 이 마음에 있다. 그 마음을 어떻게 길들여서 좋은 습관, 좋은 인연을 지어나가는가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 사람의 한평생 성공도 한결같은 행복도 마음을 벗어나서 얻고자 하는 것은 모두가 외도라고 하였다. 남을 위하여 봉사하고 희생하는 정신이 곧 불법인 것이다.  

심인당에서 이렇듯 청소하시는 보살님은 시집을 오기 전에는 현교에 다니셨고 시집을 와서도 처음 한동안은 신행하던 현교에 계속 다니셨다.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열반에 들게 되면서 49일 불공하는 가운데 마음에 변화가 생겨서 심인당에 제도된 것이다. 그렇게 서원정진하게 된 지는 이제 십오륙년이 된다고 하였다. 각자님 집안에서는 할머니 때부터 심인당에 따라 나오면서 종단에서 이름도 지어 받고 그 신심으로 시부모님 각자님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에 이르기 까지 5대째 수행불공을 하고 계신다. 보살님은 불공도 게을리 하는 법이 없이 심인당 청소도 하면서 마음을 밝히고 진리를 깨달아 가는 것은 또 하나의 마음 밝히는 방편이 되었던 것이다. 과거 부처님 재세시에도 그 인연의 법이 있었는데 바로 주리반특의 이야기이다.  

 

주리반특은 부처님 제자들 가운데 머리가 가장 우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어려운 것을 가르쳐도 헛일 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신구의 삼업으로 죄를 짓지 않고 모든 유정을 다치지 않게 하고 정념으로 공을 보면 무익한 고를 멸한다는 말을 가르쳐주었다. 그런데 주리반특은 이 간단한 글귀도 외우지 못했다. 그는 매일 들에 나가 이 글귀를 외우려고 애썼지만 허사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아이들도 다 외우는 것을 그는 외우지 못했다. 어느 날 주리반특은 기원정사 문 앞에 초라하게 서 있을 때 부처님께서 보시고 무엇을 하냐고 물으시자 자신이 어리석어서 부처님제자가 될 수 없다고 하였다. 부처님은 주리반특이 자신의 어리석음을 알고 있으므로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존자의 전생을 말씀하셨다.  

 

주리반특은 전생에 가섭부처님의 승가에 출가한 비구였는데 어떤 둔한 비구를 가리켜 바보라고 자주 놀려대곤 했기 때문에 그 과보로 현생에 둔한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하였다. 그리고 깨끗한 천을 하나 주면서 마루를 열심히 닦도록 시키셨다. 또한 수건을 밀고 당길 때마다 라조하라낭(rajoharaṇaṁ: 먼지닦기)”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 가르침을 들은 주리반특존자는 힘을 내어 열심히 걸레질을 하다가 문득 때가 묻은 걸레가 변화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수건이 더러워지는 변화를 보면서 조건 지어진 모든 것은 변한다는 무상의 진리를 깨달았다.

 

청정본심이라는 내안의 부처님은 다만 탐진치에 어두워서 보지 못할 뿐 찾아내면 그곳이 바로 극락세계이며 정토인 것이다. 내 몸을 불신으로 만들고 내 마음을 불심으로 만들며 내 삿된 소견과 미련한 생각을 불의로 만들자. 법은 온 우주에 가득 차 있으므로 중생심의 눈과 귀로는 보고 들을 수 없으나 내가 삼밀로 진각을 얻을 때 비로소 보고 듣고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우주의 진리와 마음 가운데 자성부처님이 일치 되었을 때 소원이 성취되고 지난날에 지어놓은 모든 죄도 또한 소멸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행론의 자성법신에서 가까이 곧 내 마음에 있는 것을 먼저알라하고 선언적 가르침을 주신 것이다. 우리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네 가지 큰 은혜를 명심하여 지은보은의 길을 살아가며 항상 내 허물을 살펴서 깨닫고 지심으로 실천해 가는 것이 자등명 법등명의 길인 것이다.

 

자각혜 전수/불승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