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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택한 부모님의 은혜

밀교신문   
입력 : 2019-03-25  | 수정 :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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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은혜가 우리의 생명체이다. 그 은혜를 배반하면 과보가 크다. 우리는 부모・중생・국가・삼보의 사대은혜 중에 살고 있다. 무인고도(無人孤島)에서 못 살고 심심산중(甚深山中)에서도 못 산다. 부모의 은혜는 크다. 부모의 잘못은 작고 나를 생육해 준 은혜는 크다. 중생의 은혜도 크다. 자기는 칭찬 받기를 좋아하면서 남의 허물은 잘한다. 이것은 자기가 자기를 해치는 것이다. 국가의 은혜도 크다. 정부의 잘못은 작고 나라의 은혜는 크다. 은혜와 법을 혼돈해서는 안 된다.<실행론 216쪽>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을 그린 <본생담>에는 부처님과 부모님과 스승님과 중생들의 네 존재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려주는 메시지가 가득합니다. 이 경전은 부처님의 전생에 대한 547종의 설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부처님은 여러 생을 거치면서 때로는 자신의 몸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여러 생을 거듭하여 많은 공덕을 쌓음으로써 위대한 분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본생담>은 부처님의 위대한 포기, 즉 자비심의 뿌리가 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이 경전에는 무엇보다 어버이와 자식 간의 관계를 정리해 주신 부처님의 고귀한 메시지가 들어있습니다. 여러 생을 전전하면서 쌓은 공덕으로 도솔천에 오르신 호명보살. 그곳의 하루는 인간세계의 4백년에 해당될 정도로 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명보살은 느긋하게 지상에 내려올 시기를 기다렸습니다. 무려 4천 년이란 시간을 도솔천에서 보내면서 심사숙고 끝에 시기와 장소 그리고 부모를 택했습니다. 호명보살이 택한 장소는 네팔 남부의 작은 나라 카필라 국, 강국은 아니었지만 백성들이 부지런하고 온순했으며, 장차 어머니가 되실 왕비 마야부인의 인품은 도솔천의 신들과 천녀들이 감복할 정도였습니다.
 
4천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호명보살은 도솔천에서 내려와 흰 코끼리를 타고 마야부인의 태 안에 들어가서 가부좌를 틀었습니다. 마야부인은 꿈속에서 부처님이 오시는 광경을 생생하게 지켜보았다가 아버지가 되실 슈도다나 왕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봄의 기운이 온천지를 감싸는 4월 어느 길한 날을 택하여 부처님은 어머니의 옆구리를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나셨습니다.
 
경전에 따르자면, 결국 호명보살은 마야부인을 자신의 어머니로 택한 것으로 여기에서 우리는 경전에 숨어있는 귀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얼핏 생각하기에 세상의 모든 자식은 부모의 의지에 의해 세상에 태어나는 것 같지만 불교의 관점에서 본다면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또한 부처님처럼 여러 생을 거치면서 쌓은 공덕으로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스스로 부모를 선택하여 태어나는 것이지요. 즉 모든 생명은 인연처에 따라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한 생명이 인연에 의해 탄생하는 것은 연기에 맞는 삶의 숙제를 풀기 위해서이며, 탄생과정에서 맺은 부모와 함께 숙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드라마를 보면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엄마나 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하며 원망하는 장면이 더러 나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태어난 가정환경이나 부모의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못 미친다하다 하여 원망할 이유도 자격도 없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부모와 가정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부모의 은혜와 자식에 대한 사랑도 소용없다는 말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인연이 어떠하였던, 전생에서 어떤 존재였던, 부모와 자식은 세상에서 가장 끈끈하고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됩니다. 부모는 몸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자식을 비할 데 없는 사랑으로 보살핍니다. 또 태어나서 철이 들어 부모 곁을 떠나는 순간까지 제 몸보다 더 귀하게 양육합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그 어느 것보다 한없이 크고 넓고 깊습니다. 자식들이 죽을 때까지 갚아도 갚을 수 없는 것이 부모님의 은혜입니다. 그런데 자식들의 부모 사랑은 그렇지 못합니다. 부모는 선택하지 않았으면서도 금이야 옥이야 하고 자식들을 길렀는데, 자식들은 스스로 부모를 선택했음에도 그 사랑에 미치지 못합니다. 대체로 부모는 자식에게 할 수 있는 이상의 것을 내주려 합니다. 그러나 자식들의 보답은 부모의 은공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중생들이 어리석어 그 은공을 자주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자신이 낳고 키웠다고 하여 자식을 소유물인 양 마음대로 하려는 부모가 있어서도 안 됩니다. 자식이 철이 들면 ‘유아독존’인 존재임을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의 탄생게 중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란 말씀은 이 세상 모든 존재가 저마다 홀로 고귀하다는 뜻입니다.
 
<심지관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부모님의 은혜가 깊고 높다는 것을 설하십니다.
 
“자부(慈父) 은혜 산과 같고, 비모(悲母) 은혜 바다 같다”
 

 

이행정 전수/보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