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피어난 '부처님의 향기'

허미정 기자   
입력 : 2004-06-05  | 수정 : 200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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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가고, 저들이 가고, 당신이 가고, 또 내가 가도, 그들이 오고, 저들이 오고, 당신이 오고, 또 내가 온다. 그리고 가지도, 오지도, 머물지도 않는 그들이 있고, 저들이 있고, 당신이 있고, 또 내가 있다." 부처님의 깨달음의 향기가 소리를 타고 사부대중의 가슴에 파고 든 부처님오신날 특별 연주회 '불향(佛香)'이 5월 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한국, 중국, 일본 3국 음악인들의 협연으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인도, 중국, 한국, 일본을 통해 전해진 불교처럼 인도, 중국, 한국, 일본의 민족음악 소리가 어우러져 부처님을 찬탄한 이날 연주회는 한국의 중앙국악관현악단, 중국의 중국가극무극원 민족관현악단, 일본의 오케스트라 아시아 저팬 앙상블 등 각 국의 연주자 25명으로 구성된 한중일 민족악단 '오케스트라 아시아'가 한국의 '동점(東漸)'을 연주하면서 첫무대를 열었다. 불교가 인도로부터 중국을 거쳐 한국에 유입된 경로를 음악으로 표현한 동점은 (사)중앙국악예술협회 이사장 박범훈씨가 인도, 중국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분위기를 합주곡으로 작곡한 것이다. 박범훈씨가 지휘한 동점은 우리나라 전통악기 장구와 인도의 대표적인 악기 시타르, 타부라 등 아시아 여러 악기와 함께 화음의 조화를 이루었다. 이어 불교의 무상관을 근거로 13세기 일본에서 전래된 이야기 '기원정사(祇園精舍)' 내용의 일부분이 비파협주곡으로 연주됐다. 일본 이나다야스시씨의 지휘와 이시다사에씨의 비파연주로 공연된 기원정사는 일본 민족 고유의 음악 특색을 잘 드러냈다. 1부 마지막 순서로 중국에서는 심오한 생명철학과 불교이념을 담은 불교합창모음곡 '월음(月音)'중 2곡이 리우웬진씨의 지휘로 연주됐으며, '만홍(晩紅)'은 성악과 악기의 조화를 이뤄냈다. 2부 붓다에서는 관음사, 길상사, 노사나, 봉은사, 불광사, BM 합창단, 사자암, 안산불교연합합창단, 중앙대 성악과 남성합창단 등 250여 명의 합창단원과 소리꾼 김성녀, 장사익, 불락사 주지 상훈 스님이 함께 출연하여 1991년 대한민국 종교음악제에서 초연 됐던 국악교성곡을 들려주었다. 부처님의 탄생에서 고독, 유관, 출가, 고행, 항마, 선정, 성도, 전법, 열반에 이르는 생애를 모두 10장으로 구성한 국악교성곡 붓다는 김성녀, 장사익씨의 구성진 소리와 함께 상훈 스님의 종성, 중앙가무단에서의 북춤이 조화를 이루어 부처의 생애를 생생히 전달했다. 대규모의 합창이 사부대중을 압도한 가운데 끊임없는 박수 갈채가 쏟아진 2시간 여의 공연은 한국의 아리랑 합창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허미정 기자 hapum@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