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YA 국제청소년지도자 연수기

운영자   
입력 : 2004-02-19  | 수정 : 200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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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 날 저녁. 달에 간절히 소원을 빌면 그 중 하나는 꼭 들어준다는 작은 희망 아닌 믿음을 가지고 있는 터라 얼른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둥근 달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문득 그 날 그곳에서의 떠오르는 해가 생각난다. 저렇게 밝고 둥글었다. 새벽 갠지스 강가에서 그 해를 기다렸다. 그 해는 온 세상을 잡아먹을 듯이 붉은 불을 뿜으며 우리들 앞에 나타났고, 그것은 너나 차별 없이 평등하고, 모두에게 따뜻함으로 자비심을 베풀고, 밝은 빛으로 지혜 가득 담긴 진리의 법을 설해 주신 대일여래(大日如來) 그 자체였다. 나에게 인도는 위덕대 불교학과와 인연을 맺은 그 순간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내가 가야만 할 것 같은 그런 곳이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다시 그 곳에서의 그 느낌을 떠올려본다. 나는 비포장도로 위를 덜컹거리며 달리는 버스 안에 앉아 따뜻한 아침 햇살이 비치는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새벽의 찬 기운에 밤새 잠을 설쳤는지(이 곳은 겨울이다) 온 몸을 비비틀어 잠을 자고 있는 강아지들, 여물 먹는 소와 염소들, 일찍 잠에서 깬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집집마다 모락모락 아침 짓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키 커다란 야자수 나무들과 사탕수수, 도로 옆에는 온통 먼지를 뒤집어 써 본래의 잎 색을 알 수 없는 나무들, 그런 나무들 뒤로 넓게 끝이 없어 보이는 평야는 나의 마음을 탁 트이게 한다. 나는 이번 연수를 떠나면서 '여실지자심'(如實知自心)을 마음에 새기고 이곳으로 향했다. 여실하게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 스스로 나를 버리고 희생할 줄 알면, 나라는 것이 없을 때 너라고 하는 것이 없으며, 너와 나라는 편견이 없어져 모두가 하나라는 세계가 펼쳐질 때 미래의 희망인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불법을 전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네팔 JGO청년회 친구들과 홈스테이를 하면서 자신의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것을 잘 알고 지켜나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들에게서 몸소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것인 진각종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으며 지키고 실천해나가고 있을까? 그것이 종교라는 한정된 영역을 넘어 우리 이웃, 지역, 사회 나아가 국가에 이르기까지. 특히 그들에게는 기도나 염송, 수행이 자신들의 하루 일과와 함께 시작되고 끝나는 삶 자체였다.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진 이유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그들에게 있어 힌두는 일어나고 잠이 들고 죽고 태어나고 살아가는 과정인 문화보다 더 깊은 삶 자체였으므로…. 우리도 누군가를 포교하기에 앞서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먼저 알고 우리의 것을 사랑하고 지키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겼을 때 진정한 진리의 법 향기를 짙게 피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번 지도자 연수는 모두가 그 곳에서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위하고 배려하는 마음덕분에 아무 탈 없이 순조로이 행사를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인도에 자기 자신을 버리고 왔지만 버린 만큼 채워지는 것이 이치인 것처럼 다들 스스로 인도에서 느끼고 배운 것들로 채우고 왔으리라. 내가 비운만큼 채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여유스러움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나 중심이 아닌 남을 좀 더 배려하고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나를 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지혜인 여유스러움을 담아 왔다. 자기 자신을 버리고 상대방을 넉넉하게 하고 이익되게 할 때 그것이 내 주위 인연들을 위하는 일이고 나아가서 자신을 위한 일이 되며, 이러한 중생요익(衆生饒益)하는 삶과 정신으로 청소년들을 포교하고 지도할 때 그들에게 여실하게 자신을 알게 하고 그들의 불성이라는 비옥한 마음의 땅에 진정한 불법의 씨앗을 뿌려 싹을 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증일아함경'에서 불교의 정의를 이렇게 내려놓고 있었다. 문득 너무도 평범하면서 꾸밈없는 그래서 더욱 진실처럼 느껴져 메모해 두었던 것이다. '모든 악을 짓지 말고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고,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 이것이 불교이다. '불교란 이렇게 당연한 것이었다. 굳이 만들어 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 누군가를 지도하고 포교하고 교화하는 데 있어서도 불교를 종교로서 단순히 전하고 보임이 아니라 우리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모든 현상 그 자체가 불교의 진리임을 알고 이것을 진실로 그들에게 감응될 수 있도록 인연을 맺어주는 것이 우리들 지도자의 몫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면서 우리들에게 이렇게 커다란 좋은 인연을 맺도록 해주신 종단에 감사의 마음을 이 글로나마 전해본다. 김순임/ 위덕대 불교문화학부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