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일하는 구도자 되겠다"

이재우 기자   
입력 : 2003-10-27  | 수정 : 200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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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스님된 박현태 전 KBS 사장/ "머리 깎은 지는 오래됐지만 그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계를 받고 가사를 수하게 되니 대단히 감개무량합니다." 고희(古稀)의 나이에 출가를 해 화제가 됐던 박현태 전 KBS 사장이 10월 22일 태고총림 순천 선암사에서 사미계를 받은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스님이 된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법명은 지연(志淵)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편집국장과 11대 국회의원, 문화공보부 차관, KBS 사장, 수원대 법정대학장, 동명정보대 총장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그는 출가한 이유에 대해 "매스컴이나 대학교수로 일하는 보람도 있었지만 후배들의 앞길을 막는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다"며 "집안이나 유년시절부터 불교와 가깝기는 했으나 계를 받고 가사를 입는 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염불공부를 2년 간 하면서 우연히 절을 지어주겠다는 독지가를 만나면서 출가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종교 중에 불교와 태고종을 택한 이유로는 "대학시절부터 불교·유교·기독교, 이슬람, 힌두교 등 여러 종교에 관심을 가졌으나 나이가 들면서 그 중에서도 불교가 접근하기에 바람직했다"며 "태고종은 역사적으로 정통성이 있었으며 현실적으로도 합리적이었고 언행이 일치하는 종단이라 생각해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 6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위치한 백련사란 사찰의 주지를 맡게될 그는 "승려란 위치가 자유롭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느꼈다. 여러 대덕스님들이 하고 있는 포교나 고행은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2∼3년 동안 불교공부와 새로운 봉사활동을 펴 신도들의 상단과 심부름을 대신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현장에서 일하는 구도자의 길을 걷겠다고 했다. 선암사= 이재우 기자 sanjuk@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