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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사랑한 늑대

편집부   
입력 : 2013-11-16  | 수정 : 201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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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모 방송국 드라마에서 '늑대와 염소 사랑이야기' 책을 주인공이 읽는 장면이 나와 이 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하다가 이 책에 대해서 조사해보니 원작이 일본작품이었다. 내겐 일본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주문해서 사 볼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물론 이유는 또 한 가지 있었다. 초등학생 딸하고 함께 읽고 같이 이야기를 공유해 보고 싶어서였다.

이 책은 일본에서는 1994년에 출판이 된 이래 200만 부나 팔렸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도에 번역 출판되었고, 올해 드라마의 영향으로 갑자기 인기를 얻게 되었다.

책은 '가부와 메이의 이야기' 시리즈로 모두 6권이다. '가부'는 늑대 이름이고, '메이'는 염소 이름이다. 어느 폭풍우 치는 밤에 염소 한 마리가 비를 피해 작은 오두막으로 숨어들었다. 한 치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염소는 무서워서 떨고만 있었다. 이때 늑대도 매서운 비를 피하기 위해 오두막으로 몸을 피했다. 염소는 상대방이 늑대인 것을 모르고, 늑대 역시 오두막에 있는 것이 염소란 것을 모르고 둘은 무서운 폭풍우를 잊기 위해 서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서로 맛있는 음식이야기, 자주 놀러 가는 장소이야기, 그리고 엄마한테 들은 잔소리 이야기를 해가며 공감대가 형성되어 호감을 갖게 되었다. 서로 자신이 늑대고 염소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마침 천둥이 치는 바람에 알아듣지 못했다. 둘은 다음 날 오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진다. 다음날 약속 장소에서 만난 늑대와 염소는 깜짝 놀랐지만, 전날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에서 호감이 컸던 만큼 서로의 정체를 알고도 사이좋은 친구가 되기를 약속한다.

이 이후로 전개되는 불협화음, 의심과 불신 그리고 주위 무리들로부터의 걱정 등을 극복하고 점점 서로에 대한 믿음을 굳히며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다가 무리들로부터의 경고를 무시하고 결국에는 늑대가 눈 속에서 실종되는 비극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그런데, 이 비극으로 끝나 이야기를 10년이 지난 2005년도에 '그렇게는 끝나지 않았다'는 타이틀의 내건 시리즈 7권이 나와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이 마지막 7권은 늑대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이야기의 구조는 간단하다. 사건의 발단이 있고 그리고 약속, 그 약속의 이행하는 과정에 의심과 불신이 깊어지게 되고, 주변의 충고가 끊이지 않고, 결국에는 조직의 배신의 대가로 죽음을 맛보게 되지만, 사랑의 힘으로 모든 것을 극복하고 행복해 진다는 구조다.

현실적으로 이 책의 내용은 10년 간의 비극의 시간을 두다가 10년이 지난 후에 해피엔딩으로 만들어 버렸다. 아마 작가가 비극으로 놔두기에는 늑대와 염소의 순수한 사랑의 노력이 마음에 걸렸나 보다. 10년 동안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애착을 갖고 스토리를 180도로 전환시켜버린 그 용기와 열정 또한 가슴에 와 닿는다.

무엇보다도 이 이야기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이 바로 '공감'과 '배려'다. 서로의 생각이나 시간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 경험을 함께 한다는 것, 그리고 무언가를 함께 공감하기 위해 서로 다른 생각이나 오해를 하나하나 대화로서 풀어나가 서로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에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마음이 아닐까 한다.

이정희 교수 · 위덕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