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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장경 영문표기 바꿔야"

편집부   
입력 : 2013-09-05  | 수정 : 201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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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심포지엄서 미 버스웰 교수 주장

현재의 고려대장경 영문표기는 부적절하므로 새로 모색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불교 전문가로 꼽히는 로버트 버스웰 미국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교(UCLA) 교수는 "대장경을 글자 그대로 '삼장'(Tripitaka) 또는 '세 개의 보관소'로 부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명칭"이라면서 "동아시아의 장경은 실제로 '거대한 보관소의 경전' 즉 '대장경'이라는 명칭으로 정착됐는데 세 개의 큰 단위로 나눈 인도 '삼장'의 범주에 가둔 듯한 영문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고려대장경의 방대함에 어울리지 않는 표기"라고 했다. 버스웰 교수는 "넓은 범주를 고려할 때 간단히 'Korean Buddhist Canon'(한국의 불교경전모음)이라 부르든지 원래 명칭을 그대로 음사해 '고려대장경'이라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버스웰 교수는 9월 27일부터 11월 10일까지 45일간 열리는 2013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을 앞두고 9월 3일 서울시 중구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심포지엄에서 버스웰 교수는 또 "고려대장경 제작의 총책임자인 수기대사는 근대문헌비평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라스무스보다 200여 년 앞선 탁월한 문헌학자"라며 "그보다 훨씬 탁월하고 뛰어난 학자로 재평가돼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버스웰 교수는 "에라스무스의 신약 편집본은 기술상의 문제 때문에 신뢰성을 잃었다"면서 "수기대사는 문헌비평이라는 정식기술을 최초로 실행한 선구자다. 수기대사야 말로 한국 지성사의 중요 인물을 넘어서 전 세계 지성사를 통틀어 최고의 업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스웰 교수가 이처럼 주장하는 근거로는 수기대사가 남겨 놓은 총 30권으로 이루어진 '고려국신조대장교정별록'을 들었다.

바바 히사유키 일본불교대학 교수는 "일본에서 고려대장경은 불교신자들의 개인기도뿐만 아니라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국가 차원의 행사에서도 독경됐다"는 사실을 일본 학자로서는 처음으로 밝혔다. 히사유키 교수는 "대일본교정축각대장경이나 대정신수대장경의 저본으로 사용된 것이 재조고려대장경"이었다면서 "당시 일본이 조선에 대장경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은 사원을 건립하면서 경장에 납입할 법보로서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루이스 랭카스터 미국 버클리대학교 명예교수는 "고려대장경에 들어 있는 수천 개의 대상을 향한 연구방법은 몇 개의 분야에 한정돼서는 안 된다"며 초학문적 접근이 시급하다고 했다. 최영호 동아대학교 교수도 '해인사 소장 고려대장경판의 연구현황과 향후 과제'라는 주제발표에서 "고려대장경이 세계기록유산에 걸 맞는 민족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원천자료의 수집, 정리 및 학문적 연구, 실용화와 대중화 작업이 보다 객관적이고 활발하게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장경의 사상과 문화 그리고 체계'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고려대장경의 위상과 영구보존을 위한 방안 등 학술적, 역사적, 사회적 가치와 과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