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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삼밀정진·지계수행 일관"

편집부   
입력 : 2013-04-12  | 수정 : 201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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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 스님 탄신100주년기념 세미나

한국불교의 율풍을 진작시키면서 근현대를 대표하는 율사이자 조계종 계율과 수계의식을 정립한 초대 전계대화상 자운(1911∼1993) 스님은 "삼밀을 엄정히 수행한 문수행자"였다는 견해가 있어 눈길을 끈다.

해인총림 율원장을 지낸 혜능 스님은 4월 12일 오전 10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자운대율사 탄신100주년기념 학술세미나'에서 자운 스님이 "율사이면서도 문수행자의 행업을 보인 것은 문수보살의 지혜와 발원, 공덕의 가르침에 준거하는 것이 수행자의 참모습이기에 그랬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혜능 스님은 또 자운 스님이 "수계한 불자들로 하여금 자비를 증장하여 모든 중생을 고해에서 해탈케 하기 위해 나의 잘못만을 참회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잘못을 내 허물로 삼아 참회하고, 모든 중생의 죄장을 내 허물로 삼아 참회하며 사생육도로 헤매는 중생이 있는 한 그들이 지을 죄와 업장까지 참회하게 하는 자비도량참법 참회수행을 널리 보급"했다면서 "온갖 죄장이 소멸되고, 원결은 풀리며, 정법을 받들어 수행하고 생활하는데 서로 돕는 길이 열려 내 마음이 밝아지고, 이 사회가 밝아지고, 나라가 밝아지고, 세계가 밝아지고, 온 법계가 밝아지게 하는 참법의 법문은 사람의 마음이 메마르고, 사회가 혼탁한 때에 생명수와 같은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문수행자로서 삼밀을 수행하며 가르치고 보여준 자운 스님의 행업은 불자들이 반드시 받들고 지켜가야 할 내용이라고 역설한 것이다.

동국역경원장 인환 스님은 기조발제에서 조계종 출가자 가운데 자운 스님에게 계를 받지 않은 사례가 드물 정도로 한국불교 계맥의 중흥조로 삼고 있는 스님의 행적을 좇았다. 인환 스님에 따르면 자운 스님은 일제강점기 한국의 전통불교를 말살하려는 흉책으로 계율을 무시하고 청정승단과 전통 지계정신마저 흐리게 할 시기에도 '계로써 스승을 삼아라'고 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불교중흥을 몸소 실천한 탁월한 정신적 지주였다. 어려서 유학을 공부했던 자운 스님은 1927년 상원사로 혜운 스님을 찾아갔다가 해인사로 떠났다는 말에 그곳으로 달려가 사미계를 받고 전통 교학을 배우고 1935년부터 6년 간 불영사에서 장좌불와, 오후불식, 함구무언의 용맹정진을 했다. 1939년에는 오대산 적멸보궁에서 하루 20시간씩 정진하는 100일 문수기도를 하고, 계학이 근본임을 깨달아 서울로 거처를 옮긴 뒤에는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돼 있던 속장경의 방대한 5부 율장과 주해, 소 등을 필사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중에도 인경과 유포불사에 매진했으며 율맥을 지킬 인재양성과 전계활동에도 온 몸을 내던졌다.

자운 스님 탄신일에 맞춰 열린 세미나에서는 이 외에도 △율풍진작을 통한 한국불교 중흥의 행적(법혜 스님) △지공화상의 무생계와 현대 대승보살계에서 계승(허흥식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명예교수) △모범총림 운동과 조계종의 성립-자운 스님의 행적을 중심으로(법진 스님) △대중을 위한 자비행-선정율 일치의 수행문을 열다(태원 스님) △참법수행의 전통과 자운율사의 수행의례(미등 스님)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세미나에 앞서 조계종 원로의장 밀운 스님은 "수행은 계율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면서 "자운대율사의 행적과 수행, 사상과 정신을 재조명하는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종단의 계맥을 정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유제 기자 refine51@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