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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상처 치유책 마련부터”

편집부   
입력 : 2012-12-24  | 수정 : 201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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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판 '26년' 10·27법난 재조명 세미나

5·18민주화운동(1980)과 지금도 그때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영화 '26년'이 관객 30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같은 해인 1980년 10월 27일 불교정화운동이라는 미명아래 군 2개 사단과 경찰 등이 동원돼 전국의 사찰과 승려들을 유린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10·27법난이다. 10·27법난은 제5공화국 출범을 앞두고 정권을 장악해 나가던 신군부세력이 불교계에 공권력을 투입한 사건으로, 수사주체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의 수사지시를 받은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산하 합동수사단이었다. 조계종 승려 등 불교계 인사 153명이 강제로 연행됐고, 전국의 사찰과 암자 5천731곳에 군인과 경찰 3만2천여 명을 투입해 수색했다. 당시 무차별 폭력과 고문이 자행됐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이 있었으며, 일부는 삼청교육대로 끌려가기도 했다. 2008년 3월 '10·27법난에대한피해자의명예회복등에관한법률'이 공포됐지만, 불교계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견과 현 정부의 불교홀대 논란과 맞물려 불교계의 반발을 샀다. 이와 관련해 '10·27법난 재조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세미나'가 12월 18일 오후 3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10·27법난 피해자 명예회복활동에 대한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조계종 중앙종회 사회분과위원장 대오 스님의 기조발제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과거청산의 맥락에서 본 10·27법난', 이재승 건국대 교수는 '10·27법난의 문제점과 개정방향',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는 '10·27법난의 피해와 피해자(단체)의 명예획복 방안' 등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한홍구 교수는 "10·27법난에 대한 불교측 자료를 보면 '5·18보다 더한 폭력'이라고 묘사된 곳이 있는데, 과거사에 대한 제대로 된 해결을 위해서는 다른 과거사 문제와 함께 풀어나간다는 생각이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가장 아프다는 마음은 공감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이어 "해방이후 국가권력이 한 종교를 이렇게까지 짓밟은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동원인원 3만2천여 명, 그중 군인 2만3천200 명이었다"며 "이 숫자는 군 2개 사단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로 전쟁이 아닌 일반 국민에게 투입될 수 없는 인원"이라고 말했다. 한홍구 교수는 이와 함께 법난의 원인에 대해서 "조계종이 전두환의 대통령 취임을 지지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한 것, 여타 개신교나 천주교에 비해 토착종교화 된 불교는 외국세력의 반발이 적을 것이라는 계산, 그리고 불교계 비자금을 노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불교계 비자금에 대해서는 "법난의 대표적 피해자였던 도선사 주지 혜성 스님과 보문사 주지 정수 스님은 박정희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가 자주 찾았던 분들이고, 이러한 이유로 당시 도선사와 보문사에는 현금이 많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있었다. 또 박정희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과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이후락이 조계종 신도회장으로 법난 직전까지 재임했다는 점"을 들었다. 한 교수는 이와 함께 "문제의 근원적 해결은 돈으로의 보상만이 아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트라우마 관리"라며 "얼마 전 개원한 광주 트라우마센터처럼 불교만의 강점을 살려 과거사로 인해 고통 받은 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이 기자 wooyi82@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