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학술

"경허선사 부정적 평가는 식민사관"

편집부   
입력 : 2012-11-29  | 수정 : 2012-11-29
+ -

열반 100주기 기념 학술세미나

선(禪)의 생활화·일상화 모색을 통해 근대 한국불교를 중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경허(1846∼1912) 선사 열반 100주기를 기념하는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11월 2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는 조계종 교육원과 덕숭총림 수덕사가 개최했다.

이날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경허 선사는 국운이 풍전등화와 같았고, 조선조 500년 동안의 탄압으로 불교가 쇠퇴할 때로 쇠퇴한 시기에 선풍의 진작을 위해 끝없는 노력을 하신 분으로서 근현대의 많은 선사들이 그분의 영향을 받았다"며 "오늘 이 세미나는 경허 선사의 진정한 정신관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자리"라고 말했다. 설정 스님은 또 "나라의 남북동서를 도보로 오가시며 선원개설과 전법에 힘쓰신 그분께서는 일부에서 말하는 살도음망을 행하신 적이 없다"면서 얼마 전 윤창화 선생의 '경허의 주색과 삼수갑산'이라는 논문으로 불거진 일련의 논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박재현 교수는 '현대 한국사회의 당면 문제와 경허의 사상'이라는 주제로 "경허 선사의 북행은 일종의 '자리 비워주기'"라며 "한 분야에서 이름이 높아지면 자신의 식견이 닿지 않는 분야에서조차도 권위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해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식견과 안목을 지닌 수행자가 불교계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스스로 자리를 비워준 것"이라고 했다.

일제강점기 불교계에서 경허 선사의 위상은 꽤 높았다. 그러한 그가 환갑의 적지 않은 나이에 돌연 자취를 감추었고, 몇 년 후 시골 서당 훈장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허 선사의 북행(北行)사건은 은둔, 환속, 소멸 등으로 지칭됐다.

박재현 교수는 경허 선사의 주색에 대한 당시 전언과 평가, 그리고 경허 선사 자신의 반성을 사실로 전제하는 등의 주장을 통해 그를 한국불교의 사표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일부의 평가에 대해 "경허 선사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식민통치 이념이 작동한 것으로 경허 선사에 대한 평가를 내린 지식인들이 공통적으로 친일성향을 강하게 보인다"며 "대표적 인물인 권상로와 김태흡은 조선인들을 일제의 정책에 순응케 하는 이른바 황국신민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심전(心田)개발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인물"이라고 했다. 또 주색과 관련된 행적 때문에 한국불교의 사표(師表)로 삼기 어렵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사표됨에 대한 독재적 혹은 식민지적 허구성의 잔재"라며 "독재권력의 특징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을 체제의 영향권 안에 두는 것이다. 선(禪)의 사표가 아닌 바른 생활인으로서의 사표를 원하는 것"이라 말했다. 경허 선사 자신의 주색 관련 행적에 대해 반성의 태도를 취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의 소회는 반성이라기보다는 '자아수용(self-acceptance)'에 가깝다는 것이다. 자아수용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 풀이되는 자아수용은 정서적으로 성숙되고 안정된 사람의 의식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그와 관련된 파격과 기행의 이야기들이 적잖게 전해지고 있지만, 정작 현재 남아 있는 경허 선사의 유문(遺文)을 통해 보면 그는 엄격하고 방정한 모습이며, 역사의식과 수행의식은 불교 고유의 목적과 지향점에 부합하는 승가윤리를 마련하는데 필요한 좌표와 기준의 일단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번 세미나는 △'경허 선의 특징과 게송·한시 해석의 제문제'(발제자 이상하 한국고전번역원 교수, 토론자 김영욱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 △'현대 학구사회의 당면문제와 경허의 사상'(발제자 박재현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 토론자 변희욱 서울대학교 철학과 강사) △'경허성우의 법맥과 계승자'(발제자 전 전국비구니회 기획실장 효탄 스님, 토론자 한상길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교수) △'경허 선사의 간화선과 수행관'(발제자 김방룡 충남대학교 교수, 토론자 김경집 진각대학원 교수 겸 위덕대학교 겸임교수) △'경허집 법어에 나타난 경허의 선사상 소고-조선시대 선문헌의 계보를 중심으로'(발제자 신규탁 연세대학교 교수, 토론자 이성운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강사) 등 경허 선사의 사상과 업적, 역사의식을 다각적으로 발표하고 토론했다.

김우이 기자 wooyi82@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