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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디딤돌인가? 걸림돌인가?

편집부   
입력 : 2012-10-31  | 수정 : 201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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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사람들연구소 학술연찬회

세상은 넓고 가르침은 많다. 과연 무엇을 어떻게 믿고 따라야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밝은사람들연구소와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와심리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제11회 학술연찬회는 '믿음'에 대한 초기불교, 대승불교, 선불교, 종교심리학, 비종교학 등의 관점을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10월 2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에서 열린 이번 학술연찬회에는 한자경(이화여자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정준영(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교수, 석길암(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 교수, 월암(한산사 용성선원 선원장) 스님, 권명수(한신대학교 신학과) 교수, 오강남(캐나다 리자이나대학교 비교종교학)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다.

정준영 교수는 "초기불교에서의 붓다는 스승에 대한 믿음을 스승의 언행과 생각을 통해 확인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붓다는 제자들에게 자신을 믿으라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을 만한지 관찰하라고 설한다. 경전에 따르면 비구는 눈을 통해 여래의 육체적인 행위가 올바른지 확인하고, 귀를 통해 여래의 언어적인 행위와 생각이 올바른지 확인한다. 이러한 과정과 체험을 통해 얻어진 믿음을 확고하고 견고한 '이성적 믿음'이라고 부른다.

불교의 최종목표인 열반은 붓다에 대한 믿음이 충실한 추종자들을 위한 선물이 아니다. 초기불교 안에서 붓다가 차지하는 절대자의 역할은 없다. 초기불교에서 붓다는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확인의 대상이다. 수행자는 능동적인 마음으로 이성적인 믿음을 키우고 지혜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붓다의 가르침이다.

석길암 교수는 "'믿음은 출발지인가? 목적지인가?'라는 질문이 대승불교에서의 '믿음'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가장 명료한 답변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른바 신해행증(信解行證)의 체계를 제시했을 때, 그것은 신(信)은 증(證)과 다르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를 이미 예상하고 내포하기 때문이다. 또한 믿음을 완성한 자리, 거기에서 비로소 완성된 믿음에 의한 행(行)이 시작되기에 목적지는 비로소 출발지로서의 위상을 가지게 된다. 믿음이(지혜의 완성으로서는) 목적지이지만 다시 출발지여야 한다는 것의 의미는 대승이 그 도달점을 지혜의 완성에 두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승은 지혜의 완성이 아니라 완성된 지혜로부터 반드시 성취될 수밖에 없는 행에 더 큰 의미를 두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이어 대승불교는 중생이 부처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불교가 아니라, 중생으로 살지 않고 부처로 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불교이기 때문에 대승에서 믿음은, 그리고 믿음의 완성은 목적이지만 출발지여야 하는 것이고 거기에 대승이 이전의 불교와 비교했을 때 가지는 차별성이 있다고 했다.

김우이 기자 wooyi82@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