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인가조건 독자행보 선언

노치윤 기자   
입력 : 2002-07-09  | 수정 : 200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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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교양대학 협의체 왜 양분됐나 필수 4과목 조계종 교재채택 명시 학생·교수 조계종 신도증 있어야 불교교양대학 협의체의 조계종-비조계종 양분은 6월 20일 불과 30분 차이로 열린 조계종 불교대학 학장협의회 출범과 한국불교교육단체연합회(이하 연합회) 창립총회라는 웃지 못할 결과로 빚어졌다. 종단싸움이나 이권다툼과는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불교교양대학 협의체가 이같이 쪼개져 발족된 데는 조계종 포교원이 인가조건을 까다롭게 한데 이유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조계종 포교원에 등록하기 위한 불교교양대학의 조건은 △최소 강의 128시간 △교수 4명 이상 △필수과목(불교교리, 불교문화, 불교역사, 포교방법론, 수행 및 실천)과 선택과목 △1종시설(강의실, 도서관) 등 여법한 교육기관 등을 갖춰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불교교육단체연합회는 조계종의 불교교양대학 인가조건 가운데 몇 가지 점에서 현실성을 벗어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교수 자격으로 조계종 신도증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과 교수 4명 중 2명이 조계종 승려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외부 초빙 강사나 타종교인 또는 타 종단 스님 및 스승들은 아무리 실력 있고 불교적 소양을 갖추고 있다 할지라도 교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필수과목 중 '수행 및 실천'을 제외한 4개 과목은 조계종에서 편찬한 교재를 써야 된다는 점도 지적 대상이다. 이 외에도 가장 큰 문제점은 기초불교교육기관이라 할 불교교양대학에 다니기 위해서는 조계종에서 발급하는 신도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조계종 신도가 아니면 교양대학을 다니지 말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계종과 가까운 관계인 동산불교대학이 조계종 불교대학 학장협의회에 등록을 안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재일 동산불교대학 이사장은 "상반기 학생 320명 중 조계종이 아닌 기타종단에 소속된 불자와 수녀, 목사, 타종교신자 등이 재학생의 절반이 넘는 150명"이라며 "조계종 불교대학에 등록할 경우 경영이 어려워져 등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계종 포교원은 "입교교육과 기본교육을 거쳐야 불교대학에 등록할 수 있다고 하지만 입교교육은 사찰예절법 수준이며 기본교육도 24시간 이상만 받으면 가능하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조계종이 아닌 기타종단 불자나 타종교신자들에게는 무리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조계종이 이처럼 불교교양대학에 대한 인가조건으로 엄격한 기준을 설정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포교사 고시에 있다. 포교사로서 기본 소양을 갖춘 사람을 뽑기 위한 근거로 불교대학을 삼겠다는 것이 조계종 입장이다. 하지만 연합회 소속 불교대학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조계종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금화사불교대학 김광호 회장은 "등록학생 98%가 여성으로 대부분이 포교사 고시에는 관심이 없고 불교기초교리를 배우고 싶어 온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번 조계종 포교원의 불교대학 인가에 대한 불만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한 불교대학 관계자는 "지원도 안해주면서 회계감사 운운하는 것은 단체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자기 통제권 내에 두겠다는 속셈"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전국 5대 불교대학중 하나인 보현불교대학은 "지역적으로 조계종 신도층이 두텁지 못하고 불교를 처음 접하는 일반인이나 원찰이 없는 신도들, 젊은 층이 전체의 70%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계종 포교원은 "종단이라는 이름을 내거는 만큼 조계종 신도전문기관이란 인식이 필요하다"며 "굳이 신도증이 없다면 청강생으로 학생을 받을 수 있는 문제 아니냐"고 답변했다. 하지만 조계종은 올해 3월 신도전문교육기관 인가신청 접수를 시작으로 4월 23일 26개 대학을 1차 인가, 5월 9일 17개 대학을 2차 인가한 것에서 나타나듯이 올해 포교사 고시에 응시하려는 연합회 소속 학생들에 대한 예외규정도 없이 급하게 추진된 등록문제는 많은 반발을 사고 있다. '상호 견제와 발전을 위한 협력단체로 봐 달라'는 연합회와 '명실상부한 전문신도교육기관'이란 협의회는 앞으로 별도의 포교사 고시 시행, 교재통합 등 협의체별 별도의 방식으로 신도교육에 매진할 것으로 보여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