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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제580호)

편집부   
입력 : 2012-05-16  | 수정 : 201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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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회' 전승보전은 함께 해야


다시 봉축의 계절이다. 불가에서는 나날이 좋고 좋은 날이라는 말을 즐겨 한다. 때문에 어느 날, 어느 때건 봉축의 날이 아닐 수 없다. 매일 봉축의 날처럼 생활하는 것이 진정한 불자의 자세요, 삶일 것이다. 하지만 지역마다 봉축상징탑 점등식을 시작으로 불기 2556년 봉축행사의 시작을 알리고 있으니 새로운 봉축의 계절이 돌아온 것만큼은 사실이다.

특히 올해 봉축행사는 연등회가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첫 해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사뭇 다르다. 따라서 봉축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물론 참여하는 불자들의 마음자세도 여느 해와는 분명히 달라야 할 것이다. 장엄물 하나를 만들더라도 전통의 계승과 현대의 조화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무형문화재를 가진 불자들의 자긍심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연등회는 과거부터 국가적 중대행사였다. 그런데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을 전후해서 일부에서는 일제강점기의 잔재라는 편견을 내세우며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여기서 대구대학교 박진태 교수는 '그것이 아니다'고 반박한다. 박 교수는 '국역 하재일기' 등을 근거로 들면서 "1928년 일본인 화제와 연합되기 이전인 1924년에 이미 지방의 사찰연등회에서 학생의 제등행렬이 행해졌으며, 심지어 강제병합 이전인 1909년까지도 제등행렬의 기원을 소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명토박았다.

아무튼 연등회의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은 마무리됐다. 이제부터 할 일은 제대로 보존하고 계승하는 문제다. 더불어 현대적으로 조화롭게 활용함은 물론 근본이 훼손되지 않도록 후대에 제대로 이어주는 일이다. 이 불사에는 어느 특정의 한 종단만이 아니라 매년 연등행사에 동참하고 있는 모든 종단이 참여한 가운데 머리를 맞대고 보조를 같이해야 마땅하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고 각 종단이 지닌 특색이 두루 반영된 연등회보존위원회가 구성될 때 온전한 기틀로 정착될 것이다. 전통은 세월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마땅히 그래야 한다.



삼륜청정의 보시행이 그립다



삼륜청정(三輪淸淨)의 보시행이 절실하게 그리운 계절이다. 삼륜청정의 보시행은 보시를 하는 물질과 받는 자, 하는 자가 삼위일체로 청정해야 공덕이 된다는 것이다. 역으로 그렇지 않다면 받는 자는 먹튀가 되어 시자(施者)의 보시행을 그릇되게 함은 물론, 스스로도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성이 크다.

작금 조계종이 시끄러운 것은 외부로부터 준동한 마군 때문이 아니다. 삼륜청정이 어그러진, 수행자들이 저지른 민망한 일로 말미암아서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인 도박사건이 터졌다. 그것도 봉축의 계절에….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누군가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해두었다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정황이 미리 포착됐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러한 일들이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삼륜청정의 보시행이 절실한 것은 그래서다.

사건은 고불총림 방장 수산 스님 49재를 위해 모인 수행자들이 인근 호텔에서 포커도박판을 벌인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되고, 그 장면을 고스란히 담은 영상물이 나돌면서 시작됐다. 조계종 총무원측은 검찰과 별개로 자성과 쇄신결사에 찬물을 끼얹은 관련 혐의자들의 즉각적인 소환조사를 천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파문이 점점 커지자 급기야 총무원 부·실장 스님들이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내면서 청사를 떠나기까지 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참회문을 발표하고 100일 동안의 108배 참회정진에 들어갔다. 진제 종정스님도 봉축간담회 참석 차 찾아온 기자들에게 "삭발염의를 하고 도박을 한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시주 밥 먹을 자격이 없고, 먹물 옷 입을 자격이 없다"며 경책했다고 한다. 분위기만으로 볼 때는 들쑤셔놓은 벌집 속에 들앉은 형국이다.

이 일을 지켜보는 불자들로서는 절대로 믿고 싶지 않은 일이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 하는 불자들도 많다는 말이 있다. 불사의 현장에서, 포교일선에서 불철주야 뛰어다니는 불자들로서는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부적절한 처사에 연루된 수행자들은 2천만 불자들 앞에 명고축출(鳴鼓逐出)도 감내하겠다는 심정으로 진정한 참회를 해야 한다. 종단은 드러난 사건만이 아니라 스님들의 도덕적 재무장은 물론 본질적인 문제를 찾아 본질부터 치유해야 하며 각종 제도적 장치 등을 정비함으로써 출가정신회복에 새롭게 나서야 한다. 삼륜청정(三輪淸淨) 정신에 기반 해 '시주 밥 먹을 자격'이 있는 승가본연의 자세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