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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청춘을 구하는 길

손범숙 기자   
입력 : 2002-06-17  | 수정 : 200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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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엽 스님의 자기고백적 구도기 30년 전 그때 감동 그대로 남아 청춘을 불사르고 / 일엽스님 지음 / 김영사 "인생을 청춘 때 가졌던 그 마음을 늙어서까지 가지고 살고, 죽어도 가슴에 품고 가게 됩니다.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청춘! 사를 수 없는 이 청춘이언만, 그래도 불사를 수 있는 법을 배우는 내가 아닙니까? 아무래도 청춘을 사르지 못하면 생사를 초월한 청춘을 얻을 길은 없습니다." 불탄 송아지 같이 날뛰던 청춘을 불살라 버리고 영원한 청춘, 길이길이 싱싱하게 되어 시들어지지 않는 청춘을 증득하기 위해 명성과 영화를 뒤로하고 한국 최초의 비구니가 되었던 일엽 스님의 치열한 구도기 '청춘을 불사르고'가 30여 년 만에 재 출간돼 독자들의 심금을 울려주고 있다. 개화기를 풍미했던 여류문인으로 춘원 이광수가 "한국의 일엽(一葉)이 되라"며 호까지 지어줄 정도로 뛰어난 문재를 지녔으며, 문예지 '폐허'의 동인으로 활동하고 최초의 여성잡지인 '신여자'를 간행하기도 했던 일엽 스님. 스님은 목사의 딸로 태어나 이화학당에서 신학문을 배우고 동경 유학까지 다녀온 인텔리 여성으로 화가 나혜석 등과 함께 자유연애론과 신정조론을 외치며 개화기 신여성운동을 주도했다. 그러나 결혼에 두 번 실패한 뒤 1928년 32세의 나이에 돌연 출가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부처님의 법문이니 하나님의 말씀이니 할 것 없이 내 스스로 의심나지 않는 현실을 보아야하며 회의와 불안이 이는 생활은 진정 자유와 생명을 지닌 생활이 아니라'는 깨달음, 그리고 여기에 이르기까지의 치열했던 구도의 땀방울이 이 책의 행간마다 오롯이 담겨 있다. 일본 유학 후 신여성으로 문인의 길을 걷다가 어느 날 문득 부처님께 귀의하여 영원히 사는 길을 찾아 나섰던 일엽 스님. 책이 처음 출간됐던 1962년 당시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던 스님의 구도와 사랑의 노래가 30여 년 만에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인간적인 욕망과 고뇌,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 영원한 진리를 찾아 헤매는 구도자의 모습은 30년이라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