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떴다! 보살/ 월드컵 명암

정유제 기자   
입력 : 2002-06-17  | 수정 : 200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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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호와 탄식이 순간을 두고 교차하는 월드컵 열기가 한반도와 일본열도를 넘어 연일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운동경기라면 등을 돌리고, 텔레비전의 채널을 돌려버리던 사람들은 물론 미처 축구가 무엇인지조차 몰랐던 유치원의 어린 아이들까지 텔레비전을 집어삼킬 듯 응시하며 월드컵 속으로 마법처럼 빨려들고 있다. 이 순간만큼은 '축구가 뭐 길래… 월드컵이 뭐 길래' 하는 물음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질문이 되고 만다. 2 이번 월드컵 기간 중에 치러지는 6·13 지방선거는 그래서 상대적으로 더 썰렁한 '집안잔치'가 되고 말았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월드컵 경기가 치러지는 운동장으로 미처 들어가지 못한 '야생의 붉은 악마'들이 도시마다 이름난 거리로, 광장으로 수십만 명씩 몰려나와 운동장 안의 관중 못지 않게 집단적 야성을 당당히 과시한데 반해, 선거전이 치러진 유세장은 썰렁하다 못해 빈 산에 달빛만 얼비치는 '공산명월' 그 자체가 아니었던가. 3 눈부신 아치처럼 찬란히 빛나는 월드컵이라는 대축제를 즐기면서 되돌아보게 되는 것은 '지방선거라는 것이 그래도 국가적 대사인데…'하는 씁쓰레한 여운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어느 가수가 불러 크게 히트를 했던 '바꿔… 바꿔… 이 세상 모든 걸 다 바꿔…'라고 했던 노랫말처럼 선거문화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바뀔 것부터 먼저 바뀌어야 국민의 호응을 얻는 축제문화로 자리매김 하지 않을까 싶다. 금강욕보살의 용맹을 이어받아 정진하는 사람이 그리운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