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출판

길 잃은 중생 위한 진리의 등불

손범숙 기자   
입력 : 2002-06-03  | 수정 : 2002-06-03
+ -
33명의 큰스님에게 듣는 깨우침의 소리 대선사들 청빈하고 무욕청정한 삶 '가득' 산중에서 길을 물었더니 / 서화동 / 은행나무 살아있는 선지식 33인을 한 권의 책 속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진각종 심인중학교 출신으로 현재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종교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 서화동씨가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스승으로 추앙 받고 있는 큰스님 33인의 이야기를 엮어 만든 '산중에서 길을 물었더니'가 바로 그것. 경남 함양군 안의면의 황대마을에서 선원을 세워 대중들을 지도하고 있는 성수 스님에서부터 현 조계종 종정인 법전 스님, 전 종정 서암 스님, 그리고 살아있는 3대 부처로 불리는 숭산 스님, 계룡산 국제선원 무상사에서 외국인 납자들을 지도하는 벽안(碧眼)의 미국인 대봉 스님까지, 그야말로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큰스님들이 자신의 생각을 직접 이야기하고 오늘의 시대를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설파하고 있다. 출가 이후 하루에 점심 한 끼만 먹는 일중식(日中食)과 장좌불와(長坐不臥)를 실천하고 있는 청화 스님은 "남의 눈에는 고통으로 보일지 모르나 내게는 가장 행복하고 편한 생활"이라고 한다. 백수(白壽)를 바라보고 있는 고송 스님은 "인생은 눈 깜빡하면 지나가는 찰나간이요, 호흡지간(呼吸之間)"이라며 "세월가면 늙고 버려야 할 몸뚱이보다는 늙지 않고 죽지도 않는 마음을 궁구하라"고 강조한다. 또 큰스님들의 자바롭고 천진함을 엿볼 수 있는 점도 이 책이 주는 매력이다. 성수 스님은 인터뷰가 길어지자 "허, 이 놈 니 내 재산 다 뺏어간다"면서도 지혜를 나눠주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원담 스님은 시자가 부축하느라 팔짱을 낄라 치면 "아야, 아야야"라며 짐짓 엄살(?)을 떨어 주위를 즐겁게 했다. 한번은 저자인 서화동씨가 우룡 스님께 전화로 찾아뵙기를 청하자 매몰차게 거절당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큰스님'이라고 부른 게 화근이었다. 스님이면 스님이지 큰스님, 작은 스님이 어디 있느냐는 이야기다. 세속의 욕심과 부정이 사람들의 마음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는 이때, 산중 대선사들의 청빈과 무욕청정의 삶이 캄캄한 밤중에 큰 빛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