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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중일불교우호교류대회 동참기

편집부   
입력 : 2011-11-14  | 수정 : 201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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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상 정사·길상심인당 주교

평상과 다름없는 하루

하루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을 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통리원 문사국장 정법 정사님의 전화였다.
"원상 정사님, 이번 제14차 한중일불교우호교류대회에 진각종 대표단으로 참석하게 되었으니, 준비하세요."

갑자기 전화를 받아 멍했다. 정신을 추스르고 생각을 가다듬었다. '이런 자리에 내가 가야되는가? 아직 선배스승님들도 많은데….' 이런 생각에 문사국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국장님, 아직 여러 선배스승님들도 안 가셨는데, 제가 그런 자리에 가도 됩니까?"
"벌써 결정이 다 되었으니 준비하시면 됩니다."

결정이 다 되었다는 소리에 더 이상 토를 달지도 않고 "예"라는 짧은 대답을 하며 통화를 끝냈다. 흥분과 기대, 설렘과 걱정이 묘하게 겹쳐 지나가며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11월 1일. 행사를 하는 당일 대구에서 출발하여 행사장인 낙산사까지 가게 되었다. 가는 동안 산하 대지는 모두 가을 옷으로 갈아입어 그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같이 출발해서 가는 법공 정사님과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이제야 가을을 만끽하는 것 같다고 하면서 가을의 정취에 흠뻑 취해 갈 때쯤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여러 스승님이 먼저 와 계셨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반가워했다. 저녁식사를 하고 난 뒤 우리는 통리원장님을 뵙고 인사를 드렸다.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주시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일행을 챙기시며 간단한 티타임을 가졌다.

통리원장님께서는 "이런 대회를 통해 삼국이 발전되고 안정되어 간다"고 하시며 "젊은 스승님들이 이런 대회에 많이 참석해서 견문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여러 타 종단 스님들과 교류를 하다보면 그 속에서 우리가 배워야 될 것이 많다."

통리원장님의 말씀 속에서 우리가 이 자리에 오게된 배경을 알 수 있었다. 국가든 사회단체든 그 단체를 이끌어 가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의 중요성을 아는 것이 인재불사의 시작인 것이다. 주기적으로 행해지는 행사에 종단 모든 스승님들이 참석하여 견문을 넓혀 종단을 잘 이끌어 가는 동량을 만들려는 것이다. 종단의 이러한 배려에 감사하며 마음속으로 종단발전을 서원하며, 기대에 부흥하리라는 다짐을 해 보았다. 티타임이 끝난 후 다음날의 일정을 위해 다들 숙소로 돌아가 하루를 정리했다.

다음날 낙산사에서의 세계평화기원법회를 시작으로 일정을 시작하였다. 언어와 문화, 불사의 방법과 의복은 다 다르지만 부처님께 간절히 불공하는 마음은 삼국의 불자 모두가 같았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이다.

가까이 있어 서로 도움을 주던 사랑하던 사이에서, 시기 질투 속에 또 서로를 증오하는 사이로 그렇게 반복되는 것을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지금도 한중일이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에 있다. 한쪽에서는 독도가 자기들 것이라 우기고, 한쪽은 이어도가 자기네 대륙붕과 연결되었다면서 자기들 것이라고 우기고 있다. 또 바다의 경계수역에서는 지금도 서로 반복되는 긴장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양국에서 일어난 지진과 재앙에는 서로가 위로하며 아픈 상처를 달래주었다. 이렇듯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것은 정신문화가 비슷하고, 그 속에는 불교라고 하는 자비의 종교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화마로 인해 낙산사 전체가 큰 피해를 보았다. 불교계에서는 크게 놀라고 낙심을 하였으나 한사람,
또 한사람의 힘, 십시일반의 힘으로 낙산사가 예전 모습으로 복구되었다. 언제 화마가 휩쓸고 갔었나하는 듯이.

낙산사에서의 법회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의미를 주었다. 수천만억 마군중을 이겨내고 해탈하신 부처님처럼,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처럼, 한중일 관계에도 좋아지리라.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평화도 이 법회의 원력으로 성취되리라. 이렇게 서원을 하며 종단과 나의 발전이라는 서원도 조용히 발원하였다.

국제학술대회와 저녁만찬을 끝으로 하루의 일정을 마쳤다. 공식적인 모든 행사가 끝났다. 내일 아침식사 후에는 각자의 임지로 떠날 것이라는 아쉬움 때문일까? 저녁식사 후 종단발전에 관한 토론, 교화의 방향 등 많은 주제들로 밤을 보냈다. 종단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생각났다. 밀린다왕문경에서 밀린다왕과 나가세나의 전생 발원같이 조심스럽게 구슬을 꿸 수 있는 지혜와 복을 구할 수 있도록 원을 세웠다.

2박 3일간의 일정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대내외적인 종단의 위상, 그리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신 많은 스승님들, 그 뒤를 묵묵히 받쳐주시는 각자님, 보살님들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 어떤 좋은 결과도 노력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며 우리종단의 미래발전과 일체중생을 위해 이 한 몸 초석이 되리라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