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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신드롬

편집부   
입력 : 2010-06-14  | 수정 : 2010-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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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남아공월드컵이 시작되었고 지난 토요일은 한국의 첫 경기가 있었다. 유럽의 강호 그리스를 상대로 호쾌한 경기를 치른 대표팀은 기대 이상의 실력과 성적을 보여줬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시작된 붉은 악마들의 단체응원전이 이제는 스포츠분야에 있어서 하나의 연례행사처럼 되었다.

좀처럼 단결된 모습을 보기 힘든 요즘의 사회 분위기로 보아, 월드컵 응원을 통한 단결된 모습은 스포츠가 얼마나 인간 본성을 들끓게 하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 하겠다. 붉은 악마의 유니폼으로 인해 서울시청광장에 붉은 물결이 휩쓸고 간 한일월드컵 후로 우리 사회에서 언제부턴가 레드콤플렉스가 사라졌다.

정열적인 응원을 펼치는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서 앞으로 전개될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는 발전되고 합리적이며 민주주의가 견고히 다져진 사회가 되리란 확신도 가져본다. 울긋불긋 원색으로 치장한 응원도구며 분장을 보면서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에 슬며시 미소도 지어본다.

하지만 우리는 잊고 있는 것이 있다. 80년대 초 군부정권에 의해 시작된 이른바 3S정책은 자칫 국민들의 눈을 교묘히 돌려 열광시켜놓고 정작 중요한 국가적 차원의 문제를 덮어버리는 과오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울러 서울시청 광장에서 촛불집회 등 모든 집회를 불허 한다던 정부에서 월드컵 응원전을 승인한다는 건 어불성설 아닌가. 무조건적으로 광장을 개방해서 누구든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라 하겠다.

우리 젊은이들이 축구에 대한 열정적인 모습만큼이나 우리사회가 끌어안고 있는 문제들에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기를 기대한다. 사분오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에 젊은이들이 축구응원만큼 관심을 가진다면 해결하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으리라. 그런 젊은이들이 있기에 오늘밤에도 월드컵 소식을 기다리며 대표팀과 응원단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임 윤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