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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기명칼럼 수미산정(532호)

편집부   
입력 : 2010-03-15  | 수정 : 2010-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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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삶과 열반

한국불교의 선지식 가운데 한 분이었던 법정 스님께서 열반에 들었다. 법정 스님은 생전에 '서있는 사람'을 비롯한 '무소유' 등 불교적 인생관이 배인 명상과 수행의 잔잔한 수상집들을 무수히 남겨 국민들에게 감동과 위안을 안겨주었다. 스님의 삶을 두고 사람들은 그의 글과 같은 무소유의 삶을 실천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열반 다비식 또한 그 흔한 조화나 조의금은 물론, 일체의 만장 한 장 들지 못하게 하여 명실상부한 무소유 및 제행무상정신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법정 스님은 수의 대신 가사를 걸치고 떠날 만큼 무소유의 정신을 일관한 삶을 살았으나, 세간으로부터 아주 격리된 것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성철 스님과는 또 다른 존경과 흠모가 스님에게 따르는 것이다. 법정 스님의 말과 글, 그리고 그의 행적에서는 언제나 세상을 자비의 눈으로 살피고 보듬는 관세음보살의 체취가 묻어나는 것이다. 특히 '맑고 향기롭게'라는 신행운동은 불교를 뛰어 넘어 세상을 정화하려는 구체적인 보살행이었다. 스님은 비록 대자연의 품으로 떨치고 갔으나 '맑고 향기롭게' 실천운동은 스님의 진정한 사리와 같은 것으로써 새로운 결사운동으로 재조명하고 받들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스님은 앉아 있는 사람들보다는 서 있는 사람들, 가진 사람들보다는 못 가진 사람들에게 다가가 참다운 삶의 의미와 자연의 이치에 대해 낮은 목소리로 일깨워 주었다. 그러나 그 반대편의 사람들에게도 진정한 재보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고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하는 것은 둥글고 찬 정신적인 지족임을 설교하였다. 따라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정신은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것을 탐내지 말라는 것이다. 현대인은 모두 물질적인 삶에 중독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대부분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다. 소유한다고 해도 일시적인 착각일 뿐 정신적인 영혼이 성숙되지 않는 한 모두가 윤회의 짐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