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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기명칼럼 수미산정(530호)

편집부   
입력 : 2010-02-12  | 수정 : 201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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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불교교류의 진정성

연초부터 남북정상회담 이야기가 나오는 등 전면 중단됐던 남북대화의 재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북쪽은 화폐개혁의 실패 등 경제난의 지속으로 남북대화를 통한 남쪽의 지원이 시급하고, 남측 역시 그동안 북핵문제에 매달려 장기간 단절되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 부담감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그러나 북쪽은 금강산 관광재개나 경제협력사업 등에 있어서는 적극적인 대화의 입장을 취하면서도 군사적으로는 여전히 강경한 기조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적당한 대화재개의 명분 없이 선뜻 북측의 요구에 나설 수 없는 입장이어서 정상적인 남북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민간교류 차원에서 한국불교의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이 북한을 다녀와 남북대화 재개의 분위기를 돋구고 있어 주목된다. 자승 총무원장 스님 등 조계종 방북단은 북한을 방문하여 조선불교도연맹의 수장인 심상진 위원장을 만나고 금강산 신계사 순례법회 등 불교관련 현안들을 포괄적으로 협의하고 돌아왔다. 이에 때맞춰 한국불교종단협의회도 각 종단의 대북교류 관련자들을 모아 불교계 단일창구 및 연대협력 방안들을 논의하였다.

그동안 불교계의 남북교류는 민간교류의 중심적 역할을 하며 당국자 간 대화단절이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도 꾸준히 소통하며 대화와 협력사업을 전개해 왔다. '상구평화통일 하화민족구제'의 차원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은 물론 신계사, 영통사 같은 국가적 차원의 전통사찰 복원사업도 일궈냈다. 여기서 우리는 남북 불교교류에 대한 진정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민간교류의 순수성과 교류의 원칙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남북교류 역시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에 기여하는 당위성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성과주의나 공명심에 의한 경쟁적 교류는 오히려 정상적인 불교교류의 장애가 된다. 각 종단의 전문성을 지닌 단체나 조직의 경험을 존중하되 새로운 대화의 아이템을 개발하고 공유하여 함께 할 것과 분리해 할 것을 신중히 하고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때 민족상생을 위한 불교계의 역할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단절의 시간은 오히려 지난날의 오류를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왕에 종단협의회가 대북 관련단체들을 한 자리에 모은 만큼 진지한 소통의 기회를 갖고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