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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생의 조도(照度)는?

편집부   
입력 : 2010-01-29  | 수정 : 201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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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가장 환하게 빛났을 때가 언제였는가를 돌이켜보면 나의 경우는 이십대 무렵이다. 전망이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희망이 시퍼렇게 살아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생의 조도가 최대치에 이르러야할 시기가 대부분의 경우 이십대일 거라는 데에는 누구나 쉽게 동의할 것이다. 그것은 열정을 쏟을 일에 앞뒤 재지 않는 몰입, 새로운 자유, 새로운 영향력에 대한 고민 등이 이십 대를 추동해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성의 가치관에 주저 없이 편승해 물질적 풍요를 최고 가치로 여기고 명품을 무슨 슬로건처럼 내걸고, 영혼의 혁신보다는 성형을 통한 안면의 혁신에 주력하고 그런 세태라면, 그런 세대라면 빛나는 시절이라고 불릴 수 없는 일이다.

새벽에 음악프로를 보고 있었다. 김장훈씨의 노래 ‘사노라면'을 가수와 함께 부르는 객석의 젊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어떤 간절함이 느껴졌다. 쩨쩨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 펴라! 그들의 고뇌가 영상을 타고 전달되었다. 생의 조도가 높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그늘이 깊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수난의 시대다.

등록금이 천만 원 대를 육박하는 시대, 여학생이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며 삭발시위를 하다 짐승처럼 끌려가고, 명문대에 다녔던 학생이 등록금 마련을 하지 못해 강물에 투신하고. 스타가 되고 싶었던 여배우는 엄마의 기일에도 상납자리에 불려나가 술시중을 들다가 생을 끝장내기도 했다. 아무리 스펙을 넓히고 높여도 백수를 거듭해야 하는, 유예를 거듭해야 하는 좁은 문의 시대다. 그러다 너무 빨리 늙거나, 너무 빨리 낡거나, 너무 빨리 끝장나는 것은 아닌지.

진행자인 유희열씨의 마무리 말을 들으며 마음이 아팠다. “이곳은 꿈의 무대입니다. 제게도 꿈의 무대였고 어디선가 골방에서 기타를 치고 있는 어린 친구에게도 이곳은 꿈의 무대입니다.” 생의 조도를 높이는 것은 이십대이기도 하고 기성세대이기도 하다. 골방에서 뼈를 깎는 젊음에게는 꿈의 무대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십대가 자기 앞의 생을 다하느라 제 골수를 빼먹고 있는데도 기득권은, 기성세대는 기름진 눈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 아닌가.

권현형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