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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산 은행나무

편집부   
입력 : 2009-11-16  | 수정 : 2009-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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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이다. 노오란 이파리를 다 떨어뜨리며 묵상의 시간으로 건너가는 은행나무는 처연하고 아름답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로 용문사 은행나무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금산 보석사 은행나무, 영동 천태산 은행나무도 천 년의 수령을 자랑한다.

천태산 은행나무는 천 년의 세월동안 생명을 품고 있는 자연 그대로 천태산의 부처로 불린다. 천태산 은행나무가 슬피 울면 그것은 곧 국란이나 국상 등 환란과 재난을 예고한다는 전설이 있다. 그러나 양문규 시인은 "그 울음은 희망을 노래하는 전령, 미혹의 세계에서 각성의 세계로 오는 생명의 소리(키가 큰 만큼 생이 깊은 저 은행나무)"라고 한다.

최근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모임'이 결성되어 천태산 은행나무 시제(詩祭)가 열렸다. 누대에 걸쳐 좌절과 절망을 제 울음으로 감싸고 있는 천태산 은행나무의 큰 품에 안긴 것이다. 이날 "혼탁한 시대에 천태산 은행나무의 올곧은 마음과 따뜻한 그늘의 정신을 배우고, 아름다운 삶을 가꾸어가고자 한다"고 하늘에 천명하였다. 영동군민과 누교리 주민, 경향 각지의 문인들이 자리를 함께 하였다.

시제를 마치고 누교리 마을부녀회에서 마련한 국수를 나누었다. 물론 천태산을 찾은 내방객까지 함께였다. 우리 전통적 삶의 중심에 공동체 정신이 자리 잡고 있던 것처럼 너와 나, 이웃과 이웃이 서로 기대고 나누며 살아가는 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현실이다. 그것이 인간의 본원적 가치를 회복하고 인간적 삶을 지켜내기 위한, 바로 이 시대 우리가 나아갈 길이 아니겠는가. 

그 오랜 세월동안 있는 그대로의 삶을 보여주는 나무. 뭇 생명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나무. 가난하고 소외된 아픈 삶들을 어루만지는 나무. 오늘도 생의 중심을 꿋꿋하게 지키고 서있는 천태산 은행나무처럼 꿈과 희망, 안식의 큰 그늘을 내려주는 사람이 무척 그립다.

황구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