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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밥, 오랜 수행의 결실

편집부   
입력 : 2009-09-14  | 수정 : 200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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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바람결이 서늘하다. 여름 내내 환했던 백련과 홍련도 이제는 점점 사그라지는 서로를 애타게 바라보고 있다. 이즈음이면 경상북도 상주 공갈못의 ‘연밥 따는 노래’가 더욱 처연하게 들려온다.

“상주 함창 공갈못에/연밥 따는 저 처녀야/연밥 줄밥 내 따줄게/이 내 품에 잠자주소/잠자기는 어렵잖소/연밥 따기 늦어가오.”

연밥은 연꽃망울이 맺힘과 동시에 그 속에 자리를 잡는다. 연밥을 감싸 안으며 꽃이 피고 꽃잎이 다 떨어지면 그 중심에 잘 익은 열매가 오롯이 남는다. 이러한 속성은 종종 부처의 일대시교(一代時敎)에 비유한다. 처음에 방편(方便)으로 시작해서 차츰차츰 수준을 끌어올리면 마침내 방편은 떨어지고 실상만 남는, 온 세상 천지만물이 불국이라는 가르침이 그것이다.

깔때기 모양의 연밥은 평평한 윗면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데 바로 그 안에 도토리만 한 연자가 앙증맞게 들어앉아 있다. 연밥과 연자는 한약, 음식, 꽃꽂이 재료로도 널리 이용되는데, 한때 자고나면 개운하다는 이유로 까맣고 단단한 연자로 만든 베개가 유행하기도 했다. 천 년이 지나도 꽃을 피운다는 연밥과 연자는 풍작과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며 지금까지 뭇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스름한 연못 위 지극히 겸허하게 고개 숙이는 연밥. 누정 기와지붕 끝에 걸려 있는 커다란 달이 연못에 또 환하게 떠서 찰방거리는 가을이 깊어간다. 오랜 수행 끝에 얻는 깨달음처럼 연밥에 촘촘히 박힌 연자도 또록또록 익어간다.

황구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