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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이 시대의 대안”

편집부   
입력 : 2009-09-14  | 수정 : 200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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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평론 창간 10주년 심포지엄

‘불교평론’ 창간 10주년을 기념해 ‘문명사적 대전환, 불교가 대안인가’를 주제로 열린 학술심포지엄이 9월 1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사부대중 100여 명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성료됐다.

이날 심포지엄은 전 지구 차원의 환경위기, 소외와 갈등의 보편화, 공동체의 파괴, 억압과 폭력의 구조화, 인간성의 상실, 이성의 도구화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불교는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지, 서양의 인문학과는 어떤 대화가 가능한지를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

이날 기조발제를 맡은 한양대 이도흠 교수는 ‘문명사적 전환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불교와 서양의 대화를 통하여’라는 주제를 통해 “예전에는 폐수의 양과 강물이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양 사이의 격차가 있어 폐수를 버리더라도 강물이 맑게 유지가 되듯이 무위(無爲)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빈틈(空)을 만드는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지구촌 사회는 환경이든 경제든 마음이든 그 빈틈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제 인간중심주의와 이분법 자체가 불일불이(不一不二)의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이 패러다임에 따라 모든 사회시스템과 제도 역시 개혁해야 한다”며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불교와 마르크스사상을 종합하여 자연을 지배하는 과학이 아니라 업과 연기의 원리에 따른 과학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승가대 유승무 교수도 ‘불교의 마르크시즘의 동몽이상’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무엇보다도 불교와 마르크시즘이 공통적으로 ‘계급차별 없는 사회’를 이상사회로 꿈꾸어 왔다”며 “그러나 그들의 살았던 시대와 사회가 달랐던 것만큼이나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동원한 수단과 방법도 달랐다. 불교는 수행자에 의한 인정투쟁을 통해서 이상사회에 도달하려고 한 반면에 마르크시즘은 노동자 계급의 계급투쟁에 의해 이상사회를 건설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불교와 마르크시즘은 비록 동몽이상의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불교적 이상사회의 모델과 사적소유를 인정하지 않고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추구하는 마르크시즘의 이상사회 모델 사이의 창조적인 이종교배가 21세기 문화혼융시대의 인류문명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이밖에도 △연기적 독존주의와 열린 공동체(한국교원대 박병기 교수) △사성제(四聖諦)에 대한 정신분석적 해석(프로이트정신분석연구소 이창재 소장) △자아중심적 세계에서 연기와 공의 불교적 세계로(서울대 조은수 교수) △탈현대철학의 동일성과 차이의 늪에서 벗어나기(한국외국어대 박치완 교수) △진화론과 뇌과학으로 조명한 불교(동국대 김성철 교수) 등의 논문이 발표됐다.

불교평론은 최근 발행된 가을호(통권 40호)에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논문 전문을 실었다.

김보배 기자 84bebe@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