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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성철 스님 시봉일기 1·2

신민경 기자   
입력 : 2002-02-28  | 수정 : 200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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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는 우리 시대의 큰스승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 한국인이라면 아마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가야산 호랑이' 퇴옹 성철 큰스님의 이야기를 열반 8년만에 애제자가 풀어놓았다. 성철 스님의 상좌 원택 스님(조계종 총무부장)이 쓴 '성철스님 시봉 이야기 1·2'로 큰스님에 관한 각종 일화가 녹아 있다. 암자에 철망을 두르고 10년 동안이나 아무도 만나지도 않고 산문 밖으로 나오지도 않은 괴팍한 성품의 스님, 수십 년 간 눕지 않고 철저한 수행을 한 스님, 해인사 방장으로 있으면서 거침없는 경책 때문에 선방 수좌들에게 '가야산 호랑이'라는 별명으로 통했던 스님, 삼천 배를 하지 않으면 속세에서 제 아무리 잘난 누구라도 만나주지 않았던 고집스런 스님. 하지만 그 엄격함 뒤에 가려진 성철스님의 더없이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이 곁에서 20여 년을 시봉했던 상좌 스님의 눈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 "내 인제 갈란다. 인제는 갈 때가 됐다. 내 할 일은 다했다. 참선 잘 하그래이!" 책은 1993년 가을 육신의 옷을 털고 자신이 출가한 곳인 해인사 백련암에서 열반에 든 큰스님의 좌탈입망(坐脫入亡)의 기록에서 시작한다. 이어 성철 스님과의 첫 대면과 행자생활, 딸 불필 스님 등 성철 스님의 가족, 장좌불와·동구불출의 정진, 각종 법문, 열반 그후 등 뒷얘기가 흥미롭게 읽힌다. 1권 '노승의 장난끼'에 실린 에피소드 하나. 장난끼가 많던 성철 스님은 목욕 후 기분이 좋으면 배를 내놓길 잘했다. "내 배 좀 봐라. 주름 하나 없이 탱글탱글하제? 이놈아. 니도 배 한번 내놔 봐라"고 했다는 것이다. 바닥에 등을 대지 않는 장좌불와 10년과 거처에 철조망을 치고 나가지도 들이지도 않는 동구불출 20년의 성철 스님이 설마 이랬을까 싶은 흥미진진한 얘기들로 가득하다. 이 책은 지난 6개월 동안 매주 중앙일보에 실린 '산은 산 물은 물-곁에서 본 성철스님'이라는 칼럼을 모은 것이다. 본격 연구서나 평전과는 거리가 멀지만 성철스님의 인간미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글로, 때로는 미소를 짓게 만들고 때로는 진지한 성찰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을 읽을 때 또 하나 발견하게 되는 기쁨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성철스님의 희귀한 사진들이다. 출가 직후의 사진으로부터 당대 고승들과의 교유를 보여주는 사진, 1960년대 스스로 내적 정진을 끝내고 대중 앞에 처음으로 보인 스님의 모습, 그리고 해인사 방장 취임 이후 백련암에서 제자들 앞에서 편안히 찍은 사진 등 이 책에 담긴 스님의 사진은 대중매체를 통해 소개된 적이 없었다. 사진 속 성철스님은 그야말로 선승의 기백이 담긴 모습부터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평범한 촌로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큰스님의 삶을 보여준다. 원택 스님은 "마음을 다해 시봉한다 했건만 돌아보니 큰스님을 보아도 보지 못한 것 같고 만나도 만나지 못한 것 같다"는 말로 스승에 대한 존경과 그리움의 마음을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있다. 원택 스님 지음/김영사/각권 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