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 메시지
2009만해축전·만해대상 시상식 열려

"베푸는 사람이 됩시다. 태양과 같이/우애를 퍼뜨립시다. 바람처럼/무지와 편견에 대하여 열렬히 화냅시다. 불과 같이/사랑의 씨앗을 마음들 속에 자라게 합시다. 땅과 같이/서로에게 친절 합시다."

8월 12일 오후 5시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만해마을 '님의침묵' 광장에서 열린 2009 만해대상 평화부문 수상자인 이란의 변호사 겸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 여사가 호소한 메시지다.

이슬람 여성 최초로 200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시린 에바디 여사는 8월 8일 방한해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기까지 서울 강남 봉은사를 찾아 명진 스님을 비롯한 신도들과 간담회를 갖고 명동성당을 찾아서는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하는 한편 장충동 경동교회를 방문해 '이슬람과 인권'을 주제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또 한국 이슬람중앙교회를 방문하고 김형오 국회의장을 만나기도 했으며 한국여성의 전화에서 열린 여성인권을 주제로 한 특별세미나에 참석해서 특강을 하는 등 5일간의 방한일정을 바쁘게 소화했다. 10개월 간 60여 회의 극비접촉을 통해 방한 3일전 비자를 받아 한국을 방문했다는 시린 에바디 여사는 이날 만해대상 수상소감에서도 이란의 인권유린 실태를 열거하며 "비폭력 노선을 견지하면서 인권상황과 민주주의를 증진시키는데 주력했다"고 밝히고 "비합법적으로 폐쇄됐던 인권운동가협회 중앙사무소가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만해대상 실천부문 수상자 전태일기념사업회 고문 겸 노동운동가 이소선 여사는 "노동자와 민주투사를 대신해서 받는 상"이라고 강조하고, 문학부문 공동 수상자 미국계관시인 로버트 하스 UC버클리대 교수 겸 미국시인협회장은 "전 지구적 폭압에 맞서나가자"고 역설했다.

시상식에 앞서 만해사상실천선양회 총재 겸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법어를 통해 "지구촌을 휘감고 있는 물신의 폭풍으로 모두가 힘겨운 시절 공생하는 생명들의 미래를 앞서서 걱정하여 각성케 하는 인류의 연대가 필요한 때"라고 전제하고 "만해 스님과 같이 치열한 선각자의 길을 이어가는 분들을 이 자리에 모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만해대상 시상식의 의미를 각인시켰다. 지관 스님은 이어 "중생을 애호하는 아름답고 용기있는 인류의 연대만이 우리 시대를 구원하고 무상한 세월 속에서도 불멸의 인간사를 미래로 이어가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류의 미래는 애민중생의 초심을 망각하지 않고 연대하며 서로 애호하는 인간들의 연대 곧 위대한 대중에게 달려있다"고 천명했다.

만해축전 대회장인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만해 스님과의 각별했던 인연을 소개하며 "도지사의 임기만료에 따라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회장 소임도 마지막인지라 대회사가 고별사가 된다"며 "어디에 있든 만해 스님의 유지를 기리고 계승하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하루종일 오락가락 하던 비조차 행사가 시작될 무렵 잦아들고 이내 햇살이 내려 비치자 축전에 참가했던 관객들은 이날 행사의 의미를 되새겼다.

8월 11일부터 14일까지 계속된 2009 만해축전은 만해대상 시상식 외에도 △만해 한용운의 채근담 서예전 △만해시인학교 △유심작품상 시상식 △축제 전야제 △서양사상과 선, 불교문학과 생태적 상상력, 국보의 원형심상과 시적 상상력, 현대시의 기법과 실제 등 학술세미나 △전국고교생백일장 △님의 침묵 서예대전 △국보사랑 시 제전 △만해음악예술제 △축전대동제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가 풍성하게 펼쳐졌다.

5월 중 미국 하버드대학교 베이커센터에서 열린 '하버드-만해 시조페스티벌'을 기점으로 시작된 2009 만해축전은 또 아시아기자협회가 주관하는 국제환경리더스페스티벌(8월 17일∼22일·인제군 일원), 불교평론이 주관하는 문명사적 대전환-불교가 대안인가 주제의 학술세미나(9월 12일·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세계 대학생 영어시조짓기대회(12월 3일∼4일·만해마을) 등의 일정을 계속 이어간다.

인제=정유제 기자 refine51@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