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부 대의원수련회에 다녀와서

원묘혜   
입력 : 2001-09-03  | 수정 : 200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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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성지 울릉도 유난히도 길고 지루한 장마와 무더위가 여름의 끝자락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을 즈음 울릉도에서 열린 진각종 총금강회 서울지부 대의원 수련회에 각자님과 동참 할 수 있었던 것은 한 모금의 청량음료처럼 시원하고 즐거운 일상 탈피의 기회였다. 떠나는 첫날, 여행자의 기분을 시샘이라도 하듯이 갑자기 내리는 소낙비를 맞으며 예정 시간에 겨우 맞춰서 1차 집결지 통리원에 도착하여, 통리원장님의 배웅을 받으면서 종단 버스에 올랐다. 2, 3차 집결지 서초역과 수원(고속도로 인터체인지)에서 대의원들을 태우고 버스 안에서의 짧은 불사시간을 시작으로 3박 4일 일정의 수련회가 무사하게 마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았다. 더 이상 고속도로의 기능을 잃은 것 같은 경부고속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느끼는 지루한 마음을 대의원들의 재치로 달래다 보니 어느덧 차는 경주에 도착했다. 서둘러 저녁 공양을 마치고 포항에 도착하여 수련원 첫날의 여장을 풀었다. 바뀐 잠자리와 집에 두고 온 두 아이 생각에 뒤척이다 늦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10시에 출발하는 울릉도행 배에 오르니 비로소 이번 수련회의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1천여 명이 정원이라는 배의 크고 웅장한 규모에 놀라며 10여 년전 웅크리고 앉아서 불안한 마음으로 타고 간 배가 생각나 잠시 격세지감을 느꼈다. 포항에서 울릉도까지는 직선거리로 180㎞쯤 된다고 하는데 자동차 거리로 환산해서 시속 80㎞도 가능하나 60~70㎞/h의 경제속도로 약 3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언제 그랬나 싶게 바람 한 점 없는 맑게 개인 하늘과 잔잔한 파도는 한치의 착오 없이 3시간 후인 오후 1시 도동항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울릉도 현지 3개 심인당 주교님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점심 공양을 마치고 도동 숙소에 짐을 푼 다음 곧바로 금강원 참배불사를 위해서 각 심인당 차에 분승했다. 금강원에 도착하여 종조전에서 상명 정사님의 집전으로 참배불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였다. 탁 트인 바다와 성인봉의 산자락에 자리한 종조전의 전경은 그곳을 처음 방문하는 신교도 들의 감탄사를 자아냈다. 이 곳은 지관들이 말하는 명당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조금은 협소해 보이는 종조전 앞에서 우리 모두는 한마음을 모아 서원을 했다. 현지의 어려운 상황에서 힘들게 포교를 하고 계시는 스승님의 노고에 감사와 안쓰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종조전 뒤뜰에서의 수박 한 조각으로 전수님의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바쁘게 짜여진 일정에 차질이 올까 서둘러 도동항으로 이동하여 울릉도 섬 일주행 배에 몸을 실었다. 배멀미가 겁이 났으나 전날 붙인 멀미약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별 이상이 없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신비의 섬 울릉도를 한눈에 바라보았다. 도시생활에 찌든 나의 심신이 정화되는 것 같은 짜릿한 사치를 느꼈다. 기기묘묘한 바위에 얽힌 전설을 듣고 있자니 잠시 동심으로 돌아간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어느 곳에 대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사진작품이 될 것 같은 아름다운 경치는 보는 이의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일행들과의 즐거운 시간 속에 울릉도의 절경에 취해 있을 때 배는 어느새 다시 출발지에 도착해 있었다. 식당에서 울릉도의 특산물인 오징어 불고기를 메뉴로 맛있게 저녁공양을 하고 간단하게 분임토의에 들어갔다. 대의원들의 종조전 참배에 대한 아쉬움 즉 홍보문제(관광객이나 현지 주민에 대한), 금강원 시설, 종단성지로서 안내표지판 설치 등과 같은 느낌들을 격의 없이 토론하는 모습을 보니 이번 수련회의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저녁공양 후 숙소에 돌아와서 개인시간 및 휴식을 취한 후 공식일정에 없는 자유롭고 즐거운(?) 울릉도의 첫날밤을 보냈다. 다음날은 6시 기상해서 눈도 못뜬 채 계명정진을 시작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8시에 서둘러 아침공양을 마치고 독도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에는 독도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각으로 본 자료들이 대부분 이어서 아쉬움이 많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서 날씨가 맑아야만 볼 수 있다는 독도는 아쉽게도 보지 못하고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유행가 가사로 다시 한 번 애국심을 확인한 뒤(게다가 8월 15일 광복절이 아니던가! 대한민국 만세!) 여래심인당에서의 수요불사를 위해 서둘러 내려왔다. 깔끔하고 아담한 심인당에 들어가니 잘생긴 정사님과 예쁜 전수님께서 정진을 하고 계셨다. 8월 15일 공휴일이라 그런지 현지 신교도 님들이 보이지 않아 조금은 쓸쓸했다. 특히, 정사님의 설법 중 회귀성 어종인 연어는 태어난 곳에서부터 어렵고 긴 여정을 이겨내고 결국은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와 최후를 맞이하듯이 우리 수행자들은 아무리 혼탁하고 힘든 현실에 부딪혀도 처음 시작할 때의 깨끗하고 순수한 자리(마음)로 돌아와야 한다는 내용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법회를 마치고 점심공양 후 울릉도 육로관광을 위해 미니버스에 올랐다. 해상관광이 울릉의 겉모습을 본 것이라면 육로 관광은 비로소 울릉의 속내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험한 산자락에 자리를 잡아 터를 일구고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니 우리 민족의 강인한 생활력과 인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입담 좋은 운전기사(가이드?) 아저씨의 재미있는 설명을 들으며 울릉도의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특히 관광 중에 선원심인당을 방문해 불사를 가졌는데 어려운 환경에서 심인당을 지키고 계신 스승님께 고마움을 느끼며 우리 일행의 작은 정성을 전했다. 전수님의 따뜻한 환대를 뒤로하고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이런저런 상념 속에 버스는 나리분지에 올라와 있었다.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인 나리분지를 보니 비로소 울릉도가 화산지형이라는 실감이 들었다. 특히 우리가 책에서만 봐오고 매스컴에서만 접했던 너와집 등의 문화재와 야영장, 휴게소, 수목원 등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었는데, 환경이 오염되지 않게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리분지를 내려와서 섬 일주도로의 끊긴 구간은 배를 타고 이동하게 되었다. 차와 사람을 싣고 저동항까지 와서 봉래폭포에 올랐다. 폭포로 오르는 길에 천연 에어컨이라는 바람구멍이 있었는데 정말 추울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너무나 신기하게 느껴졌다.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고 하니 놀라운 자연의 조화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폭포에 도달하니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았음에도 울릉도에는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 할 수 있었다. 폭포에서 내려와 숲 속에 자리한 아름다운 식당에서 저녁 공양 후 화합(여흥)의 시간의 가지고 울릉도에서의 아쉬운 마지막 밤을 보냈다. 일정의 마지막 날, 아침 공양 후 죽도 관광에 올랐다. 도동항에서 약 15분 후 죽도 선착장에 배를 내리니 15년 전에 왔을 때 무섭기도 하고 아이를 데리고 계단을 올라갈 엄두가 안나서 일행들이 올 때까지 출렁거리는 배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지루하게 기다리던 생각이 나서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서쪽에 위치한 삼백육십 몇 계단을 아찔한 어지러움을 느끼며 올라가니 빼곡이 들어찬 대나무, 향기 짙은 더덕냄새와 넓은 평지의 깨끗하고 아담한 집 몇 채가 우리를 반겼다. 잘 다듬어진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니 곳곳에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쉼터와 바닷바람이 더위에 지친 여행객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주었다. 울릉의 부속 도서 중 가장 큰 섬인 죽도에는 지금은 1가구만이 더덕 농사와 관광객 입장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하니, 사는 것이야 산다지만 외로움은 어찌 달랠까 싶은 생각을 하면서 도보로 섬을 돌아보고 아찔한 그 계단을 다시 내려왔다. 죽도관광을 마지막으로 길지 않은 수련일정을 마치고 도동항에 와서 점심공양을 했다. 얼마동안 각자의 시간을 가진 뒤에 올 때와 같이 스승님들의 환송을 뒤로하고 서울행 여정에 올랐다. 빡빡한 일정으로 쏜살같이 지나간 것 같은 수련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배에 앉으니 여러 가지 생각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앞으로 성지순례를 더욱 활성화하고, 지역 행사도 자주 주관할 필요가 있다고. 지난번 종단 주관으로 열린 울릉문화축제 때 유등행사가 너무나 인상적이었고, 그런 문화행사는 생전 처음 보았다며, 내년에 또 보고싶다는, 부둣가의 토박이 40대 아주머니의 얘기를 들으면서 울릉도를 진정한 성지로 만드는데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리라는 생각을 했다. (대원심인당 신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