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내가 닮고 싶은 직장에서의 어른 모습
“요즘 어떻게 지내?”, “회사는 어때?”, “팀원은 괜찮아?” 스타트업이었던 첫 직장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질문하는 사람은 매번 바뀌지만, 나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지금 보스를 만나기 위해 이 회사에 입사한 것 같아!” 하지만, 신나게 대답하던 시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여느 스타트업과 다르지 않게 큰 포부를 안고 입사한 직원들은 짧은 기간 동안 고강도 업무를 처리하다가 건강 문제 또는 심리적 위기를 겪고 난 뒤 큰 깨달음을 얻은 듯 훌쩍 떠나버리고 말았다. 나의 세 번째 사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팀을 이끌던 보스가 사라지자 가벼이 주고받던 안부도 갑자기 풀기 어려운 수학 문제와 맞닿는 느낌을 받았다. 무술 만화책이나 액션 영화에서처럼 나약한 주인공을 수련시키는 스승과 같은 나의 보스는 그렇게 사라졌다. 돌아가던 나침반이 뚝, 멈춘 기분이다. 열정만 남은 난 어느 방향으로 달려야 하는 것인가? 스타트업에서 ...
2019-10-04
느림에 대한 단상
현대인의 삶은 빠름을 추구한다. 무한경쟁 시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빨리 결정하고 빨리 움직이고 빨리 완성하는 것에 긍정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빠름은 부지런함이나 능력으로 인정되고 반대로 느림은 게으름이나 무능력으로 치부되고 있다. 필자는 임상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시절, 간호사는 바쁘게 움직여야 되고 앉아있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 속에서 일하였다. 식사 시간은 십 분을 넘기면 동료간호사 에게 민폐가 되고 뛰고 있으면 윗사람에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 환자의 말을 들어주고 같이 앉아 있다가 일은 하지 않고 게으름 피운다는 오해를 받은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 시절만 하더라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환자를 돌보면서 자연히 ‘빠름’은 간호사의 능력과 동일시되었다. 오늘날 빠름이 능력과 동일시되는 직종이 어디 한 두 직종이겠는가? 삶의 여유를 가지기 위해 떠나는 여행에서 조차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초스피드 식사를 하고 유적지를 스...
2019-09-10
쉘 위 댄스
어느 여름 아들과 둘이서 블라디보스톡으로 여행을 떠났다. 뮤지컬 영화 ‘왕과 나’로 유명한 율브리너의 생가를 찾았다. 잠시 영화의 한 장면인 ‘쉘 위 댄스’를 떠올리며 율브리너의 동상 뒷모습만 봐도 참 당당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들과 함께 오니참 좋다고 여행의 의미도 부여했다.그러나 저녁에 아르바트 거리에서 맥주 한 잔을 하며 이국의 정취를 느끼려는데 아들이 불쑥 한마디 한다. 아빠와 함께 여행한다니까 의아하게 생각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이해가 잘 안 된다는 필자의 반응에 뭔가 서로 불편한 게 있겠지 세대차이 같은, 하고 웃는다. 주체가 아들이 아니라는 모호함을 빌미로, 우리는 언제든 같이 여행 가자, 라며 호기롭게 잔을 부딪쳤다. 이 즉흥적인 제안은 어느 정도 힘을 가질까.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축적된 성향과 기호가 있다. 그것은 권위나 당위로 강요할 수 없다. 여행지에서 아침 일찍 서둘러 일정을 시작하려는 경우와 늦잠을 자고 좀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하려는 경우는 참으로 사소...
2019-08-16
일상 속 작고 착한 일을 직장생활에서도 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적 있지 않나요? 볼일이 급할 땐 온 세상이 노랗고 초조해져 낙후된 화장실이라도 있길 간절히 바라다가 볼일을 마치고 나오면 그제야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지 “어우~ 냄새”라며 감지덕지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툴툴거린 적.취준생이 바라보는 취업 시장도 이와 비슷합니다. 어디 한 곳이라도 제발 되길 바라는 마음과 한 몸 바쳐 열렬히 일하겠다는 투철한 일꾼 정신으로 무장한 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막상 들어가도 오래 못 버티고 나오는 이유는 왜일까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리 욕구를 해결하는데도 들어가기 전과 후 태도가 이렇게나 달라지는데, 매일 하루 8시간 이상씩 일하는 일터는 말할 것도 없지요. 굵직한 기업들도 직원들이 애사심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직장인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업무가 아닌 인간관계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직장생활 최고의 복지는 팀원들과 일상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처음 입사하고 사수와의 대화 중 놀랬던 건 “우...
2019-07-26
눈치와 간호에 대하여
우리사회의 심리적 기제와 행동의 특징 중 하나가 ‘'눈치’'이다. 눈치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차원을 넘어 상황을 파악하고 그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과 상대방의 마음을 파악하여 상대의 기분에 맞추거나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 따라 우리는 흔히 눈치가 있다. 눈치가 없다. 또는 눈치를 본다. 라는 말을 하게 된다. 눈치는 상호관계적 맥락 속에서 파생되며 상황과 상대의 욕구를 파악하여 대처한다는 점에서 눈치는 대인관계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에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며 소신있는 행동보다는 처세에 가까운 태도를 보여 약삭빠르다 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게 된다. 필자는 작년에 간호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임상실습에서의 눈치 경험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그룹 면담을 하면서 학생들은 임상실습 기간 동안 겪었던 다양한 눈치에 관한 에피소드와 느낌들을 나누면서 힐링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
2019-07-08
커피를 끓이지 않는 시간
주변에 커피가게가 부쩍 늘었다. 당연히 커피를 즐기는 인구도 늘어났다. 몇 해 전인가 보다. 오랜 세월 믹스커피만 찾다가 소위 내려 먹는 커피를 익히기 시작했다. 옆 자리 동료의 새로운 커피 담론과 참견도 한몫했다. 그 후 커피 냄새가 시공간을 깨우고 초보 바리스타의 서툰 솜씨를 과장적으로 격려하는 동료들 덕분에 커피 내리는 일은 귀한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커피의 소비도 빨라졌는데 마침 일에 쫓겨 원두 주문을 며칠 놓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오늘은 커피 안 내리시냐며 은근히 미숙련공을 재촉하기도 했다. 그 때 포스트잇에 작은 글씨로 이렇게 써 붙였다. ‘맛있는 커피를 끓이기 위해서는 커피를 끓이지 않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옆에서 동료가 그것을 보고 가볍게 웃으며 믹스커피 한 잔을 내밀기도 했다. 그런데 그 때 메모지에 남긴 그 문장은 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에서 발견한, ‘맛있는 빵을 굽기 위해서는 빵...
2019-06-24
네이버 웹툰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어요?
미친 사람들이 있다. 일에 미친 사람들. 일을 처리하는 시간보다 일이 쌓이는 시간이 더 빠른 이곳. 북미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다 보면 미국 시차 때문에 핸드폰은 새벽과 주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울린다. 신기한 점은 팀원들 모두 지치는 법을 망각했는지 열렬하게 전의를 불태우면서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어디서 에너지를 충전하는지 살펴보니 업무 시간엔 일하고, 쉬는 시간엔 웹툰을 본다. 밥을 먹으면서, 퇴근하면서 웹툰을 보고 자기 전에도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웹툰을 본다. 누군가는 경악할 테지만, 나 역시 일과 휴식이 웹툰 보는 일이니 일하면서도 쉬는 셈이다. 네이버 웹툰 지원조건은 최소 3~5년의 경력자 채용 공고였고, 난 이제 막 신입티를 벗은 경력자에 불과했다. 이력서에 내세울 경력은 2년이 채 안되었지만,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에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10년 이상 지독하게 웹툰을 본 게 내 경력이자 숨은 무기였다. 서류 ...
2019-06-04
대학생 봉사활동의 의미
요즘 우리 사회에는 봉사활동이 많이 행해지고 있다. 특히 대학생의 경우에는 봉사활동이 재학 기간 동안 이수해야 할 영역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봉사활동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봉사란 무엇인가?봉사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은 자신보다는 타인의 이익이나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가장 진정성 있는 봉사를 하려면 당연히 봉사자의 자발적이고 이타적인 동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봉사를 생각할 때면 필자는 오래전 일본 지하철에서 노인 분들이 친절하게 길 안내를 하던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 대학의 교육과정을 보면 사회봉사가 교양 교과목으로 지정되어 의무화되고 있거나 졸업인증제로 제도화되어 있어 봉사가 타율적인 동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물론 제도화된 봉사 활동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봉사의 동기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운영하는 데 교수나 학생의 윤리의식이 바탕...
2019-05-14
비유의 힘
「일 포스티노」라는 영화가 있다. 소설 「네루다와 우편배달부」를 각색한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작은 해안에 칠레의 대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망명해온다. 그러자 세계 곳곳에서 그를 응원하는 우편물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마을 청년 마리오는 매일 자전거로 섬을 오가면서 네루다에게 그 우편물을 배달한다. 네루다를 만나기 전에 이렇다 할 꿈도 직업도 없던 시골 청년 마리오가 네루다를 만나면서, 특히 사랑하는 여인 베아트리체를 얻기 위해 좌충우돌하면서 점차 시인의 눈을 갖게 된다.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시인의 길은 메타포(metaphor, 은유 혹은 비유)에서 시작한다고 격려하고, 마리오는 네루다를 통해 점점 메타포의 세계로 나아간다. 한 편의 시 같은 영화이다.사실 고대부터 많은 문명권에서는 수사학이라는 학문이 있었다. 그리고 수사학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비유였다. 아리스토텔레스도 가장 탁월한 인간은 비유적 인간이라 하지 않았던가. 또한 남을 설득하려면 로고스(logos, 논리), 에토스(eth...
2019-04-22
벚꽃 엔딩
벚꽃이 몽실몽실 소담스럽게 매달리더니 바람이 불고나면 어느새 작은 꽃잎이 길바닥에 흩어진다. 올해도 찾아온 벚꽃은 캠퍼스의 딱딱한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꾸어준다. 예전에는 고궁에나 가야 볼 수 있었던 벚꽃인데 지금은 사방에 환하게 널려있다. 엄마 손을 잡고 가던 아이들도 유모차 안에 누워있던 아기들도 모두 벚꽃을 손짓하면서 동그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유모차에서 내려오려고 하는 아이를 달래고 높은 가지의 꽃에 손을 뻗고 깡충 뛰다가 탄력을 받아서 그대로 내닫는 아이와 놓칠세라 쫒아가는 부모모습은 항상 보는 모습이다. 예전에는 자아가 생기고 고집을 부리는 나이는 일곱 살(그래서 미운 일곱 살)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세 살로 내려가 ‘미운 세 살’이라고 한다. 외국에서는 ‘끔찍한 두 살(terrible two)’로 말하며 이때 아이는 ‘싫어’, ‘내거야’만 말하고 엄마는 ‘안돼’만 하면서 끝없는 실랑이를 하게 된다. 어린이집에서는 잘도 먹는 오이나 당근 반찬은 집에서는 절...
2019-04-08
꿩병아리
산 중턱쯤 내려왔을까. 휴대폰도 잠을 자는 오지에 웬 병아리 소린가. 귀를 의심하며 지나치는데 더 크게 들린다. 성큼성큼 풀 속을 헤치며 주위를 둘러본다. 이럴 수가! 노란 바탕에 갈색 줄무늬 옷을 입고 조막만 한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꿩병아리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라 안심하고 새끼를 깐 것이다. 어린 시절 본 이후로는 처음이다. 대여섯 마리나 된다.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풍경에 가슴이 콩닥거린다. 내 마음과는 달리 녀석들은 갑자기 나타난 무단 침입자에 놀라 종종걸음 친다. 평화롭던 분위기가 험해졌다 짧은 다리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죽으라고 달린다. 어미는 행여 새끼가 다칠세라 어쩔 줄 모르고 새끼는 혹여 잡힐세라 삐악삐악 목청껏 소리 지른다. 저들은 목숨 걸고 달아나는데 나는 너무 귀여워 따라가며 지켜본다. 한 마리가 무리에서 멀어졌다. 자세히 보니 다른 녀석보다 조금 작아 보인다. 작은 바위 끝에서...
2019-03-25
체육실천, 전인실현
“선생님 서화는 예(藝)입니까, 법(法)입니까, 도(道)입니까?”“도(道)다”“그럼 서예(書藝)라든가 서법(書法)이라는 말은 왜 있습니까?”“예(藝)는 도(道)의 향이며, 법(法)은 도(道)의 옷이다. 도(道)가 없으면 예(藝)도 법(法)도 없다.”“예(藝)가 지극하면 도(道)에 이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藝)는 도(道)의 향이 아니라 도(道)에 이르는 문이 아니겠습니까?”“장인들이 하는 소리다. 무엇이든 도(道)안에 있어야 한다.” 소설가 이문열의「금시조」에서 예도(藝道)에 관한 석담과 고죽의 논쟁 중 한 부분이다. 예술을 통해 보수적인 사상을 추구하는 스승과 그에 맞서 개혁적이고 진보적 성향의 제자와의 대립과 애증을 그리고 있는 한국소설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체육전문인’이라는 주제로 공부하면서 부여받았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접했던 소설이었다. 당시에는 석담과 고죽 간에 뚜렷하게 대비되고 있는 사상에만 초점을 맞춰 흑...
2019-03-11
졸업즈음에
조금 쌀쌀한 기운을 느끼면서 히터가 어서 달구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연구실 문을 가볍게 두드리더니 빼꼼히 문을 열고 3명의 학생이 들어섰다. 예쁘기 웃는 얼굴로 인해 연구실은 금방 환하게 변하고 나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두 팔을 벌린다. 4년 동안 보아온 얼굴인데 오늘따라 더 반짝거리는 것은 내 기분일까? 연구실로 들어온 학생들은 이번에 졸업을 앞둔 제자들이고 자격증과 면허증 등 나름대로 4년의 결과를 손에 거머쥐었다. 너희들 고생했다, 그런데 오늘 너무 예쁘네. 역시 졸업이 좋구나 등 쉴 새 없이 말을 하면서 하나씩 얼싸안았다. 4년이 너무 짧아요, 금방 지났어요, 아쉬워요 하면서 애들도 같이 들떠서 이야기했다. 졸업 전이라 지금은 아르바이트도 하고 취업 인터뷰도 하고 또 면접에서 떨어진 이야기도 하면서 마지막 겨울방학 동안의 생활을 보고하고 나는 어쩜 너를 떨어뜨리다니 그 회사 이상해, 말도 안 돼 하고 학생 편을 들면서 면접 때 있었던 내용을 다시 물어보고 나름대로 개선방...
2019-02-25
어우렁더우렁
상아덤에서 만물상을 바라본다. 한눈에 들어온다. 언어 능력을 시험이라도 하는 것일까. 가슴속에 뭔가 가득 차오르는데 도무지 말이 되어 나오지 않고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런데 이경 이로움에 오롯이 취하지 못하는 불편한 이 마음은 무언가.동갑내기 모임의 일원인 그녀는 언제부턴가 사사건건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식당에 가도 음식이 짜다느니 느끼하다느니 투덜대고 나들이를 가도 좋은 풍경은 보지 않고 티를 찾았다. 친구들 얼굴 보는 게 그저 즐거워야 할 텐데 주객이 전도된 듯 만남에는 관심 없고 무엇을 먹고 어딜 가는지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정작 스스로 나서서 하지는 않으면서 막상 정해 놓고 나면 딴소리를 했다. 앞서서 준비하는 사람의 수고는 안전에도 없었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지도 않고 아무도 역성 들어주지 않는다며 되레 섭섭해 했다. 이십 년 가까이 쌓아 온 우정을 허물어 버리고 어느 날 스스로 모임을 떠났다만물상은 크고 작은 바위들이 서로 받치고 안아주며 한 몸이...
2019-02-01
체육 수업의 재발견
중학교 시절 운명처럼 한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젊고 건장한 남자 체육선생님이었다. 여학생들은 두말할 것도 없었고, 남학생들 역시 많이 좋아하고 따랐다. 나도 그 중 한 학생이었다. 이유는 달랐겠지만 남학생들이 좋아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체육선생님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수업시간에 항상 동작을 직접 보여주고 함께 부딪히며 땀 흘렸기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선생님이 친구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 선생님과의 만남은 내 진로에 큰 영향을 미쳤고 결국 나도 같은 길을 걷게 되었다. 교사가 된 첫 해 학생들을 인솔하여 스포츠프로그램에 참가했을 때 바로 그 자리에 은사님이 계셨다. 영화 같은 재회였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마이크를 잡으신 선생님은 지금 이 자리에 첫 제자가 동료교사로서 함께 탑승하고 있다고 나를 소개했다.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현재 나는 학생들에게 어떠한 체육선생님일까? 항상 내 자신에게 던지고 ...
2018-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