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조심스럽지만 전하고 싶은 말
재채기와 덕질은 숨길 수 없다는데 네이버웹툰에서 일하기 전부터 웹툰을 워낙 많이 읽는 거로 유명해서 웹툰을 추천해달라는 권유를 자주 받았다. 호기심으로 지나치듯 한 질문에도 외국인에게 인사동을 소개하는 마음으로 선호하는 장르, 연령대, 그림 취향까지 고려해서 추천해준다. 심지어 추천 이유까지 꼼꼼하게 적은 표를 만들어 줄 정도로 웹툰을 소개하는데 열정적이다. 웹툰을 한 번도 접해 본 적 없는 사람일수록 추천 작품 선정이 까다로운데, 인생 첫 작품이 웹툰 서비스에 대한 인상을 좌우하기에 인기 순위가 높은 대중적인 웹툰보다는 상대방의 마음에 꽂힐 만한 웹툰을 우선으로 여긴다. 최근에 어느 정사님과 차를 마시면서 종교와 관련 있는 웹툰이 있다면 읽어 보고 싶다는 의지를 비치셨다. 웹툰에 관한 관심이 감사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웹툰을 당장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정성스럽게 웹툰 추천 표를 만들어서 드리고 싶은 마음에 신나는 마음을 억누르고 조금 더 생각해보고 답장을 드리겠다...
2020-10-27
간호사 그 아름다운 행보
하늘이 참 높고 맑다. 선선한 바람이 불 때쯤이면 저만치 바라보이는 구름, 달과 별들이 가을임을 알리고 있다. 머리도 가슴도 텅 비어 지는 느낌이다. 호숫가에 앉아 마스크를 착용한 등산객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도 바이러스와의 끝나지 않은 전쟁 속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 전쟁의 일선에 서 있는 간호사들이 떠오른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역 감염으로 확산되면서 간호사들은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도 일하게 되었다. 차에 탄 채로 동선을 따라 접수부터 문진, 체온 측정, 검체 채취, 소독 등 원스톱으로 진행되는 시스템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는 세계 언론이 혁신적 아이디어라고 극찬했다. 꽃샘추위의 칼바람이 피부 속으로 파고들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퇴치를 위하여 선별진료소 간호사들은 방호복과 N95 마스크, 모자, 장갑, 덧신으로 무장을 하고 일선에 섰다. 방호복은 벗는 과정에서 자칫 바이러스가 묻을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입고 나면 근무...
2020-10-12
슬로리딩과 얼리어답터
송나라 문장가 구양수는 글쓰기의 비법으로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을 강조했다. 많이 읽고 많이 써보고 많이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 여러 권의 책을 많이 읽는 것과 한 권의 책을 천천히 깊게 읽는 방법 중에서 후자의 가치에 주목하기도 한다. 소위 슬로리딩이라고 하는데 교육 현장의 ‘한 학기 한 권 읽기’도 여기에 해당한다. 속도의 시대일수록 천천히 읽으며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고, 자신의 삶과 이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슬로리딩의 궁극적 목적은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풀리지 않는 문제 하나를 붙잡고 몇 시간을 골몰하는 친구와 잘 모르는 문제는 넘기고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풀어내려는 친구 중에서 전자의 경우는 단기전보다 장기전에서 더 큰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슬로리딩 만이 최선은 아니겠지만 한 권의 책을 천천히 읽으며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기 위해 다른 책도 겹쳐 읽다 보...
2020-09-22
유치한 관계
어릴 땐 넓은 집이 부러웠는데, 커서는 남매간 우애가 좋은 집이 부럽다. 사회생활에서 어색한 침묵을 깨는 기본 질문 중 하나인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세요? 동생 있어요? 첫째예요?”라는 평이한 질문에 동생과 사이가 좋다고 대답하면 그때부턴 대단한 사람을 만난 것처럼 순식간에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우애를 중시하는 가족 분위기 때문 일수도 있고, 어릴 때 유달리 함께했던 추억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런 노력 없이 그런 관계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없다. 남동생과 유난히 사이가 좋은 신입사원은 게임을 하는 게 취미다. 최고의 게임파트너는 남동생이라며 남자친구랑 할 때 보다 오히려 훨씬 더 과격하고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비단 남매, 형제뿐 아니라 또래 사촌들과 유난히 사이가 좋은 집안에도 눈길이 간다. 영화 포스터 한 장면처럼 잔뜩 멋을 부린 여섯 명의 사촌이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컨셉으로 찍은 사진에는 그들만의 청춘과 젊음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닮은 듯 안 닮은 듯...
2020-08-28
공감에 대하여
학교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문구가 있다. ‘공감 교육’날마다 보는 문구이기 때문에 낯설지 않지만 막상 공감교육을 생각하면 어려워지는 문구이다. 나는 대학생이 되어 정신간호학 수업에서 공감의 의미에 대해 배우기전까지 공감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 기억이 없다. 공감보다는 이해, 동정과 같은 단어를 더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공감(empathy)을 지향하고 동정(sympathy)을 지양하라’는 말의 의미가 가슴에 와 닿지가 않아서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 동정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좋은 감정인데 왜 동정을 하지 말아야 합니까? 라고 끊임없이 묻고 물었다. Wispe라는 학자는동정에서는 타인의 고통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자각이 강하고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여 객관적인 태도를 취하기 어렵다. 공감에서는 타인의 경험에 대한 비판단적 이해를 위한 자기자각이 강조되고 자기 자신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써 사용되지만 결코 자신의 정체감이 상실되지는 않는다....
2020-08-10
관계의 아득함
시인과 촌장은 ‘가시나무새’에서, 내 속에 내가 너무 많다고 노래한다. 내 속에 있는 수많은 내가 가시가 되어 당신의 진입을 가로막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인간은 한없이 강한 듯 나약하고, 매우 온화한 듯 공격적인 존재다. 문제는 어떤 내가 항상성을 가졌는지, 어떤 내가 변심이 가득한지 알 길이 없다는 점이다. 나와 또 다른 나 사이에 수시로 전이가 일어나지만 나는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한다. 물론 스스로 완벽하다는 이들은 이 점을 잘 수용하지도 않는다. 이런 전제 속에서 본다면 ‘나’의 삶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는 ‘타인’과 관계를 맺는 일이다.사람과 사람이 만나 길을 놓고 공장을 짓고 학문을 세우고, 그래서 생산성도 높이고 그렇게 모든 분야의 문화와 역사를 발전시켜온 것인데, 그런데 생각해본다. 무엇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생기고 생채기가 나고 심지어 죽고 죽이기까지 하는가. 그것도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회사 동료 사이에서 관계가 어긋나 힘들어하는 사람이 꽤 있다. 가장 ...
2020-07-28
마음 충전기
학교 공부보다 면접 준비가 더 재밌었어요. 당장 취업할 것도 아닌데, 입학하자마자 신입생 때부터 면접 질문 목록을 잔뜩 뽑아 두고 일기 쓰듯 생각을 적곤 했거든요. 내게 맞는 적성과 진로를 찾는 것만큼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고 공부하는 게 즐거웠기 때문이에요. 하루에 하나씩 새로운 명언이 적힌 명언 달력을 책상 앞에 두고 자극을 받기도 하고, ‘나 사용 설명서’를 만드는 등 나의 하루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데 부단히 노력했어요.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연습하는 게 아닌, 내 인생의 방향을 잡기 위한 마음가짐으로 임했던 게 이후 면접에서 막힘없이 대답할 수 있었던 무기가 되었어요. 합격을 보장하는 답변은 모르지만,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오랜 시간 다듬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도 면접 질문을 보면 설레고 나를 향한 물음표가 반가워요. 면접에서 꼭 빠지지 않는 질문 중 스트레스 관리법에 대해 얘기를 해볼게요.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 어...
2020-07-13
트로트와 시간 여행
요즘은 트로트를 들으며 추억에 젖어 울고 웃는 것이 휴식과 위안이 되고 있다. 가슴에 밥물 같은 물기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걸 보면 나이를 먹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내 유년의 고향에는 아버지와 바다, 또래 친구, 그리고 트로트가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나는 외할머니와 같이 살다가 할머니와 큰어머니가 사시는 초가의 호롱불이 빨간 백열등으로 바뀔 때쯤 아버지의 고향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밤마다 아버지는 우리 두 남매를 양팔에 안고 주인을 살린 개 이야기, 떡 할멈과 호랑이 이야기를 해주었고 발바닥이 따뜻해질 때면 ‘꼬꼬닭도 울지 말고 멍멍개도 짖지 마라’라는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군불을 때지 않은 방이 차가워서 그랬을까. 아니면 슬픈 이야기 때문이었을까.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그르렁거렸고 까끌까끌한 수염으로 연신 동생과 나의 뺨을 꼭꼭 찔러대었다. 아버지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황성옛터’를 즐겨 부르셨고 술에 취하신 날에는 무거운 발걸음만큼이나 노랫가락도 ...
2020-06-22
다음보다는 지금
지금 고등학교 1, 2학년은 격주제로 등교 수업과 원격수업을 반복하고 있다. 고육지책이다. 그래서 단위 학교마다 고민이 많다. 금방 끝날 것이라는 전제로 순서를 바꾸거나 다음으로 미루는 방식으로는 그 시기에 일정 모양으로 완성해야 할 가치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학년제로 운영하는 일부 교과수업이나 동아리 활동은 물론이고, 같은 학반에서도 일부는 등교수업을 받고 일부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등교 중지 학생들이 다수 발생한 경우는 난감하다. 이러한 조건에서 우리는 ‘다음’보다는 ‘지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학교 안과 학교 밖에 있는 학생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동시에 수업하기도 한다. 또한 오프라인으로 하던 교육활동 일부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거나 온라인에 적합한 교육활동을 새로 찾기도 한다. 최근에는 여러 고민 끝에 1, 2학년 희망자 학생들과 1년에 다섯 권 인문학 책 읽기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1차 도서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함께 ...
2020-06-08
나누면서 얻는 것
나른한 주말 오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갑자기 분주해졌다. 엄마 지인이 날 위해 따로 챙겨 놓은 봄 코트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근처로 온 김에 방향을 틀었고, 민망한 빈손을 고마움으로 채울 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백화점에서 새 옷 사주고 싶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건네 주셨지만 문 앞에서 여러 벌의 옷을 한 아름 받게 된 나는 착한 어린이 상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잔뜩 신이 났다. 쓰던 옷을 받은 게 아니라 취향을 물려받았다. 그것도 아주 고급 취향을! 첫 손녀로 태어난 나는 예쁜 옷을 많이 선물 받았지만, 새 옷보다 물려받은 옷에 손이 자주 간다. 두 살 터울 사촌 언니 때문이다. 얼굴도 더 뽀얗고, 양 갈래로 가지런하게 묶은 새침한 공주 같은 언니가 걸친 게 뭐든 좋아 보였다. 얼른 물려받고 싶은 마음에 언니가 빨리 크길 바랐다. 덕분에 남이 쓰던 물건에 대해 거리낌이 없고, 오히려 내가 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을 입어 볼 수 있는 기회이자 내 취향과 또 다른 시도를 ...
2020-05-25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출퇴근 길에 차창 너머로 보이는 철쭉, 영산홍, 벚꽃을 보면서 ‘봄이 왔구나’ 하던 때가 지난 밤의 꿈처럼 스쳐 간다. 며칠간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꽃비가 내리고 나더니 이제 파릇파릇 새순이 올라오고 있다. 봄이 유난히 짧은 지역이라 오랫동안 꽃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은 없었지만 올봄엔 쉬이 저버린 꽃에 대한 안타까움이 유달리 깊은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엔 학창 시절 이후로 잊고 살았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라는 시구가 자주 입가에 맴돈다. 들판에 가득 핀 꽃을 보아도 인적 없는 휑한 거리를 지날 때도 시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아주머니의 졸리운 눈꺼풀을 마주할 때도 이 시구가 내 가슴을 적신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시인은 얼마나 조국의 땅을 자유롭게 밟아보고 싶었을까? 땅을 밟고 땀을 흘리는 일상이 이렇듯 가슴 절절한 애환과 인고가 되어야 했던 우리 민족의 고통을 이 ...
2020-05-12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회적 연대하기
감염번호 31번 확진자가 나오면서 우리나라는 순식간에 코로나19의 공포에 휩싸였다. 집단 감염의 우려 속에 학교가 문을 닫고 가게가 휴업에 들어가면서 그야말로 사회적 항상성이 멈춰버렸다. 코로나19는 연일 뉴스의 중심이 되었고 누적 확진자가 늘어날수록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커져갔다.위기의 순간을 대하는 지혜와 전문성이 없으면 혐오와 차별, 가짜 정보 등이 쉽게 판을 흔든다. 백신도 집단 면역도 없는 상태에서 자칫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같은 괴물이 등장해 한 도시와 국가가 붕괴할 수도 있다. 그런데 불안의 극단인 공포가 커지는 순간일수록 우리나라의 개방적 방역시스템은 빛을 발했다. 발병 초기부터 진단 키트의 신속한 개발과 승인 절차가 있었고, 교과서를 펼치듯 광범위하고도 신속한 검사방식으로 대응했다. 더구나 뛰어난 IT 기술로 확진자의 위치와 동선을 추적해 예상 전염 경로를 빠르게 차단해 나갔다. 드라이브 스루나 워킹 스루 같은 기발한 검사 시스템도 국제적인 눈길을 끌었다...
2020-04-20
꽃이 피듯이 우리 일상도 피어나길
불안과 공포감이 실린 긴급 안전문자가 또 울렸습니다. 다음 주 출근조차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우리 일상에 침투했습니다.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TV와 신문,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국가별로 치솟는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극명하게 드러나는 나라별 대처법, 어수선한 분위기 속, 코로나바이러스에게 일상을 내어주고 집 안에서 웅크리며 잠잠해지길 기다릴 뿐입니다.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일시 멈춤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많은 것이 잠시 멈췄습니다. 정치적인 움직임, 경제적 손실, 외교 문제 등 복잡하고 어려운 얘기 대신, 소소한 일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그 변화 속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돌아봅니다.나의 첫 재택근무직장인 5년 차, 3주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회사 내 확진자가 없는 상황에서 네이버웹툰의 발 빠른 대응으로 전 직원 모두 원격근무체제로 돌입했고 업무에 필요한 모니터, 컴퓨터 등 중대형 장비를 갖고 올 ...
2020-03-23
영화 감기와 코로나바이러스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것만 같은 믿기지 않는 이 현실 앞에 지금의 사태를 말해주듯 2013년에 개봉된 영화‘ 감기’가 떠올랐다. 영화는 밀입국 노동자들을 분당으로 실어 나른 남자가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하고 그 후 동일한 환자들이 속출하는 데서 전개된다. 피를 토하며 죽어나가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정부는 바이러스의 이차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급기야 분당 폐쇄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지금의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과 이에 대한 대구봉쇄 여론의 형성과도 유사한 상상과 현실간의 거리- 어떤 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이 상황에 대처할 것인가는 우리 모두가 숙고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분당의 시민들은 무방비 상태로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일대 혼란에 휩싸이게 되고 그 와중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처절한 사투가 전개된다. 경찰차에 가로막힌 도로, 도시를 탈출하고자 하는 시민들...
2020-03-06
실패박람회
박경리 소설가가 생전에 젊은 대학생들 앞에서 강연을 하다가 ‘젊다’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이때 선생은 젊음이란 ‘어떤 잘 된 것을 보면 잘 됐다고 말을 하고, 잘못된 것을 보면 잘못됐다고 말할 줄 아는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젊다는 것은 그만큼 앞과 옆을 재는 머뭇거림보다 실천적 열정이 앞서는 시기이기도 하다.그러나 최근의 젊은이들이 처한 환경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많은 분야에서 경쟁은 치열하고 패자부활의 기회는 많지 않다. 당연히 작은 불공정에도 분노를 표출하지만 동시에 작은 실패도 두려워한다. 그러다보니 선택에 신중하거나 주저하거나 급기야 이게 결정장애가 아닐까 싶을 만큼 선택의 주체성도 급격하게 떨어진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니결정적인 순간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은 것이다.물론 실패에는 고통이 따른다. 만약에 우리가 살아 돌아올 수만 있다면 극한의 전쟁터라도 달려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살아...
2020-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