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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적 상징에 깃들인 기독교적 해석―사바하

밀교신문   
입력 :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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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의 영화 ‘사바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반야심경> 맨 마지막 구절에 나오듯이 ‘사바하(娑婆訶)’는 범어로 “이루어지게 하소서”라는 의미이다. 모태 기독교인이라는 감독이 단지 불교적 이미지에 걸맞은 제목으로 고른 것 같은데, 교회에서 기도 끝에 덧붙이는 “아멘(진실로 그러하도다)”쯤 될 듯하다.
등장인물로 제석, 나한이 등장하는 데서도 불교적 상징을 직감했지만, 찾아보니 역시나 감독이 익숙한 기독교 성서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단다. 바로 예수가 태어났을 때 로마병사를 시켜 모든 갓난아이를 학살하게 했다는 헤롯왕 이야기다. 김제석이 헤롯왕이고 사천왕 김철진과 정나한이 로마 병사를 상징한다고 해석이 된다니, 금시초문이다.
 
불교에서 제석천은 수미산 중턱의 사천왕을 거느리고 불법과 불제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사바세계에 있는 인간의 번뇌와 죄를 다스리는 역할이다. 나한이란 일체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어 중생의 공양에 응할 만한 자격을 지닌 성자를 일컫는다.
 
영화에는 금화도 나오는데 모든 사건의 알파요 오메가가 된 쌍둥이 자매 중 동생이다. 바로 금수(禽獸)의 ‘금’과 보화(寶貨)의 ‘화’를 합친 이름이다. 금화가 금수이며 보배라니, 짐승이며 보물이라니. 이야말로 불이법문(不二法門)이 아닌가. 평생 얼굴도 보지 못한 언니 ‘그것’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그것’이 과연 기독교에서 볼 때처럼 악인지, 불교에서처럼 악이 선과 다르지 않은 것인지, 제작사에서 배포한 영상이 관객의 관심을 끌지만 오컬트 영화의 CG로 내러티브와 메시지가 가려진 결과에 머릿속이 띵해질 뿐이다.
 
영화 속에서 종종 뱀이 등장하는데 욕망의 상징이다. 기독교에서는 에덴동산에서 하와를 유혹한 사탄이겠지만 불교에서는 좌선에 든 부처님을 보호한 존재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영화 속에서는 사탄이 천사로 탈바꿈하니, 선과 악이 다르지 않다는 불이법문으로 보기가 난감하기만 하다. 기독교적 선악관이 불교적 해석을 가로막으면서 미륵이 적그리스도로, 보살이 루시퍼(사탄)로 그려졌을 뿐이다. 이 밖에 새와 개, 코끼리의 영화 속 상징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하지만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말처럼, 『사바하』와 관련된 해석들을 보면 왠지 제작사가 미리 쳐놓은 연막전술이거나 마케팅쯤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등장인물들 이름이 감독이 다니던 교회 전도사 이름이거나 인연을 맺은 목사 이름이라니, 상징이 얼마나 얄팍한지 확신이 선다. 이쯤 되면 김제석이 정말 미륵인가, ‘그것’이 미륵인가 아니면 마구니 인가라는 궁금증도 의미가 없어진다. 감독은 인간이 선악을 판단할 수 없는 존재라고 하지만 불교적 상징에 기독교적 해석을 덧입히는 식으로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니.
 
영화 제목에서 누구나 떠올릴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제 사바하…”라는 간절한 기원도 한낱 오컬트 주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애먼 관객을 몰입시키기 위해 괴기스러운 분위기에 공포로 양념을 치면서 영화는 선과 악이 어떤 맛인지도 모르게 되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미스터리, 스릴러물로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도 모를 관객들을 위해 이런 해설을 덧붙여야 한다. 영화 보고 씁쓸한 입맛 다시는 사람이 나뿐인지 모르겠으나.
 
김명석 교수/위덕대 자율전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