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1)

밀교신문   
입력 :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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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야속한 남편,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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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야속한 남편, 난다
 
기다린다는 것, 이 말을 소리내어 보면 그림이 그려집니다. 까치발로 서서 울 밖을 내다보는데 어찌나 간절히 목을 내밀었는지 그 목이 기린처럼, 학처럼 길어집니다. 그런데 기다리지만 기다림에 함몰되지 않고, 기다리되 희망을 내려놓지 않습니다. 성급하게 쫓아가서 이러저러하게 일을 도모하지 않고 때가 무르익어 원하던 것이 가장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 이것이 기다림의 모습 아닐까요?
 
석가모니 부처님 시절로 옮겨가보지요.
 
부처님은 평생 기다린 분입니다. 이미 깨달음을 이루셨으니 무얼 바랄 일도 없겠지만, 경전을 보면 부처님처럼 끈질기게 기다린 분도 없지 싶습니다.
무엇을 기다렸을까요?
사람들을 기다렸습니다.
 
사람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렸고, 다가오지 않으면 다가가셔서 말을 건네며, 그들의 마음을 살피면서 기다렸습니다. 그들의 마음이 활짝 열리기를 기다렸고, 그들이 한 차원 더 높은 법문 듣고픈 마음을 내기를 기다렸습니다.
 
제자들이 한 걸음 한 걸음 완전한 행복의 경지인 해탈열반의 세계로 나아가는 모습을 간절하게 그러나 담담하게 기다리신 분이 부처님입니다.
 
여기서 ‘담담하게’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누구보다 간절하게 제자들이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 분이지만, 강제로 억지로 하지는 않았고, 설령 그들이 부처님의 기대에 어긋나더라도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좀 특별한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부처님의 이복동생인 난다(Nanda, 難陀)의 경우입니다.
 
난다는 석가족 정반왕의 둘째 아들로 아름다운 여인 순타리와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난다가 왜 왕자의 자리와 절세미인 아내를 버리고 출가했을까요? <잡보장경>에 그 사연이 자세합니다.
 
부처님께서 카필라성에서 이른 아침 탁발하러 난다의 집으로 가셨습니다. 난다는 부처님에게서 발우를 받아들었지요. 음식을 담아서 돌려드리려는데 부처님은 받지 않았습니다. 난다는 당황해서 시자인 아난 존자에게 그 발우를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아난 존자 역시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부처님은 발걸음을 숲 속의 절로 향했습니다. 난다는 부처님 발우를 든 채 그 뒤를 따랐습니다. 발우의 주인이 그걸 받아들지 않는다고 해서 함부로 바닥에 내려놓지는 못했습니다. 더구나 부처님의 발우 아닌가요?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그저 받아주실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요.
 
부처님은 덤덤하게 걸음을 옮기셨고, 절에 도착하자 사람을 시켜서 난다의 머리를 깎으라 명했습니다. 이리하여 한 나라의 왕자요, 새신랑이었던 남자가 하루아침에 스님이 되어버렸습니다. 난다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처지가 믿기지 않았습니다. 스님이라니요!
 
꿈에도 이리 될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날 아침을 돌이켜 보면 아내 순타리는 뭔가 이상한 걸 느끼기라도 했는지, 탁발 나온 부처님을 맞으러 방을 나서는 자신을 향해 이렇게 말했지요.
 
“난다님, 제 이마의 화장이 마르기 전에 돌아오세요.”
 
사랑하는 아내의 그 말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날 곱게 화장하는 아내를 본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아내의 화장은 마른 지 오래인데, 지금 얼마나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부처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님이 되어버렸지만 난다의 마음은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부처님은 그런 난다를 각별하게 챙기신 듯합니다. 저 유명한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냄새가 나고, 생선을 묶은 노끈에서는 비린내가 난다”라는 말씀을 알고 계실 겁니다. 이 말도 난다에게 훌륭한 선배 스님들을 가까이 해서 출가자의 향기가 어서 배이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하신 법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집으로 돌아갈 생각만 가득 찬 난다에게 부처님은 일거리를 주었습니다. 물병에 물을 가득 채우도록 했습니다. 일거리를 준 뒤에 부처님은 절의 모든 사람들을 거느리고 성으로 나들이 나가셨습니다. 난다는 생각했지요.
 
‘잘 됐다. 어서 물을 채우고 부처님과 스님들이 돌아오기 전에 성으로 돌아가자.’
 
그런데 한 병을 채우고 서둘러 두 번째 병에 물을 부으려면 앞서 채운 물병이 쓰러졌습니다. 결국 모든 병에 물 채우는 일은 포기했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난다는 생각했습니다.
 
‘어쩔 수 없다. 스님들 각자가 자기 물병을 채우게 하고, 나는 이 빈 물병을 스님들 방에 넣고 문을 닫고 어서 떠나자.’
 
그렇게 스님들의 빈 방 문을 차례로 닫는데 이게 또 무슨 조화랍니까? 문 하나를 닫으면 그 옆에 문이 열리고, 그 문을 닫으면 다시 그 옆에 문이 열렸습니다. 결국 난다는 스님들 방문 닫는 것도 포기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습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곱게 화장하고서 자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어여쁜 아내 손타리뿐이었습니다. 숲길을 뛰어가던 난다는 “아차!” 싶었습니다. 이 길은 부처님이 늘 오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서둘러 옆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또한 무슨 불행인지, 저 멀리서 부처님이 제자들을 거느리고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난다는 커다란 나무 뒤로 몸을 숨겼습니다.
 
그런데, 나무 신이 나무를 번쩍 드는 바람에 난다는 그만 부처님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아, 불쌍한 난다. 어쩜 이리도 안됐는지요.
 
부처님은 난다에게 물었습니다.
“그대의 부인을 사모하는가?”
 
난다는 답했습니다.
“아내를 사랑합니다.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합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난다를 아나파나산으로 데리고 가시면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대의 부인은 아름다운가?”
 
난다는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지요.
“제 아내는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난다의 이런 대답을 들으셨음에도 부처님은 산에서 놀고 있는 원숭이를 가리키며 물으셨습니다.
“그대 부인 손타리가 아름답다고 했는데, 저 원숭이와 비교하면 어떤가?”
 
이런 모욕이 또 있을까요? 난다는 속상했습니다. 사람 중에서도 그녀보다 더 예쁜 여인을 만나기 힘든데 어찌 원숭이에 비교한단 말인지….
 
난다의 마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처님은 다시 그를 데리고 천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천상에는 수많은 하늘여인들이 무리지어 자신들의 천자를 모시고 즐기고 있었습니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여인들에 둘러싸인 천자들을 보자니 난다는 그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런데 수많은 하늘여인들이 무리를 지어 노닐고 있는 중에 어느 한 곳의 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그는 물었습니다.
 
“왜 저 자리는 비어 있습니까?”
 
그러자 아름다운 하늘여인이 고운 입술을 열어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지금 저 자리의 주인은 아직 지상에 계십니다. 석가족 왕자로서 출가하신 난다님이시지요. 선업을 많이 지으신 뒤 장차 저 곳에 오실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비워두고 있지요.”
 
난다의 귀가 번쩍했습니다. 이 화려하고 위엄 넘치는 자리의 주인공이 자신이고, 게다가 수많은 하늘여인들이 오직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 아닙니까? 난다는 소리쳤습니다.
 
“내가 바로 그 난다입니다. 내가 가서 앉으면 되겠습니까?”
 
그런데 하늘여인들은 정색을 하며 답했습니다.
 
“우리는 하늘 사람들이고, 당신은 인간 세상의 존재입니다. 돌아가십시오. 인간의 수명을 마친 뒤 이곳으로 오시면 그때 저 자리에 앉아 저희와 즐길 수 있습니다.”
 
난다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수백 명의 아름다운 하늘여인들과 훗날 즐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몸이 달아올랐지요. 그런 난다에게 부처님이 물으셨습니다.
 
“난다여, 지상의 그대 아내 손타리와 저 하늘여인들의 아름다움을 비교해보자. 누가 더 아름다운가?”
 
난다는 말했습니다.
“저 하늘여인들에 비하면 제 아내 손타리는 앞서 만난 원숭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참 야속한 대답이지만 경전에서는 이렇게 실려 있습니다. 그런 난다에게 부처님이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계율을 잘 지켜야겠지? 그래야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를 말입니까? 난다는 이날 이후 누구보다 열심히 계율을 지켰습니다. 그 목적은 단 하나, 계율을 잘 지키며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살아가야 천상에 태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대체 어쩌시려고 난다를 원숭이며 하늘여인들과 만나게 하고 세속의 아내에게 등을 돌리게 하신 것일까요? 난다가 어찌되기를 기다리시려는 마음일까요?(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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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불교방송 FM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