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AI는 정말 사고하고 있는가?

밀교신문   
입력 : 202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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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기에서 범용 지능으로, 그 모호한 경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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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는 낯선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채팅창 너머의 AI가 건네는 위로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고, 복잡한 업무를 순식간에 처리해 내는 모습에 경외감마저 느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일이 일상이 되었다. 이쯤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조금은 두려운 마음으로 묻게 된다.

 

저 기계는 과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질문 자체가 함정일 수 있다. 현재의 AI는 우리가 아는 방식으로는 사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AI는 의미를 이해하거나 스스로 목적을 설정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설계한 거대한 수학적 구조 안에서 방대한 계산을 수행할 뿐이다. 문제는 그 계산의 결과가 인간의 사고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계산하는 기계와 사고하는 인간, 이 좁혀진 간극이야말로 오늘날 AI 논쟁의 핵심이다.

 

1. AI의 머릿속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가

오늘날 AI는 대부분 딥러닝이라는 구조 위에서 작동한다. 그 실체는 수천억 개의 숫자(파라미터)로 이루어진 거대한 신경망이다. 중요한 점은 이 숫자들을 인간이 하나하나 설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며 스스로 그 숫자들을 조정해 왔다.

 

우리가 AI에게 사과는 무슨 색이야?”라고 물으면, AI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인간의 직관과 전혀 다르다. AI사과라는 단어를 가지고 맛이나 붉은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는다. 대신 문장을 숫자 묶음인 벡터로 변환하고, 신경망을 통과시켜 수많은 연산을 거친 끝에 결론을 내린다. ‘사과뒤에는 통계적으로 '빨강'이 올 확률이 가장 높다고 계산하는 것이다. 이 과정 어디에도 감각적 이해나 마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확률과 패턴만이 있을 뿐이다. AI는 사고하는 존재라기보다 언어를 수학적으로 압축한 초고성능 확률 계산기에 가깝다.

 

2. 뜨거운 불과 이라는 데이터

그렇다면 인간의 사고는 무엇이 다른가. 인간은 몸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어린 시절 뜨거운 주전자에 손을 데어본 아이는 뜨거움이라는 개념을 고통과 놀람이라는 신체적 감각으로 기억한다. 그 기억은 뇌에 깊이 각인되어 이후의 판단과 행동을 지배한다.

 

반면 AI에게 은 텍스트 데이터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기호일 뿐이다. ‘이라는 단어가 뜨겁다’, ‘위험하다라는 단어와 자주 함께 쓰인다는 통계를 학습했을 뿐, 실제로 뜨거움을 느끼지는 못한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인간의 사고 역시 뇌 신경세포들이 주고받는 전기적 신호라는 물리적 과정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사고와 AI의 계산은 출발점이 다르다. 하나는 생존 본능과 신체 감각에서, 다른 하나는 데이터 패턴 학습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둘 다 물질적 시스템 위에서 작동하는 정보 처리 구조라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범용 인공지능(AGI)의 가능성이 떠오른다.

 

3. AGI, 공상과학을 넘어 현실로

AGI, 즉 범용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스스로 학습하고, 낯선 문제도 해결하는 지능을 뜻한다. 많은 과학자가 AGI를 현실적 미래로 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인간의 지능은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다. 뇌라는 물리적 구조에서 발생하는 전기화학적 과정이다. 물리 법칙을 따르는 현상이라면, 다른 물리적 시스템에서도 구현할 수 있다. 비행기가 새처럼 날개를 퍼덕이지 않아도 하늘을 날듯, AI도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지능적 결과를 낼 수 있다.

 

둘째, AI는 이미 개별 영역에서 인간을 넘어서고 있다. 단백질 구조 예측, 코드 작성, 대량 문서 요약에서 AI는 인간 전문가보다 빠르고 정확하다. 지금은 이 능력들이 흩어져 있지만, 최근 대형 모델들은 글쓰기, 코딩, 이미지 분석을 하나로 통합하기 시작했다.

 

셋째, 최근 AI는 단순 모방을 넘어 자기 학습과 자기 검증을 시도한다. 스스로 데이터를 만들어 학습하고, 자신의 답변을 검증하며 오류를 수정한다. 이는 인간이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과정과 닮아 있다.

물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인간의 사고는 신체와 환경, 수십 년의 경험이 통합된 결과인데, 이를 순수한 계산으로 재현할 수 있는지는 열린 질문이다. 하지만 AGI가 자아를 갖지 않더라도, 기능적으로 사고하는 시스템이 될 가능성은 크다.

 

4. 두려움 대신 이해를

우리는 왜 AI에게서 마음을 읽으려 하는가. AI가 인간의 언어를 너무나 능숙하게 구사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인간 의식의 가장 강력한 도구이기에, 우리는 유려한 문장을 구사하는 존재에게 본능적으로 지성을 투영한다. 그러나 번역기가 “I love you”사랑해로 바꾼다고 사랑을 아는 것이 아니듯, AI는 출력을 생성할 뿐 그 말의 무게를 느끼지 않는다.

 

AI는 앞으로 더욱 인간을 닮아갈 것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AI는 도구라는 점이다. 다만 망치나 칼과 달리, 지적 노동을 수행하는 특별한 도구이다. AI라는 파도는 이미 밀려오고 있다. 막을 수는 

없지만, 휩쓸려갈 이유도 없다. 파도의 높이와 방향을 읽는 사람은 서핑보드 위에 올라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 눈이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AI라는 미로의 지도를 하나씩 그려 나갈 것이다.

 

김민지/데이터엔지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