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시력이 있다면
사람들은 눈이 나쁘면 안경을 맞춘다. 흐릿한 것을 또렷하게 보기 위해서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는 것처럼 명쾌하고 단순한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흐릴 때는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다.같은 말을 들어도 어떤 날은 괜찮고, 어떤 날은 오래 마음에 남는다. 상대의 말이 달라서가 아니라 그날의 ‘마음 상태’가 달라서일 때가 더 많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정확하게 보고 듣고 느끼고 있다고 믿는다.서운함도, 분노도, 불안도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 마음이 정말 또렷한 상태인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의심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해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마음에도 시력이 있나보다.어느 날은 근시처럼 가까운 감정만 또렷하다. 지금의 서운함은 커지고, 고마운 장면들은 멀어진다. 또 어떤 날은 난시처럼 모든 것이 어긋나 보인다. 실제보다 더 날카롭게, 더 차갑게 받아들인다.마음이 흐려지는 까닭은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좋고 싫...
2026-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