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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부재의 시대

밀교신문   
입력 : 202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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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은지 전수.jpg

 

요즘 소통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참 많다. ‘결혼지옥’, ‘이호선 상담소’, ‘이혼숙려캠프’, ‘금쪽같은 내 새끼. 관찰 리얼리티 예능 형식으로 정말 진짜 저런가?’ 할 정도로 민낯을 다 드러낸다. 왜 이런 프로그램들이 성행하고 있는지를 한 번쯤은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그중에서도 이혼숙려캠프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정말 고구마를 100개쯤 먹고 있는 듯한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겨 보는 이유는 심리상담과정에서 시원한 사이다를 쭉 들이켠 듯한 뻥 뚫리는 상쾌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못 하는 건 감추고 상대의 부족함을 끊임없이 탓하는 모습. 의심받고 욕도 듣고 때론 맞기도 하면서도 이번 기회로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이혼 의사가 없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왜 저러고 살지?’ 싶다가도 도대체 무슨 인연인 걸까?’하는 생각도 든다. 다양한 사람들이 제각각 다른 이유 이긴 하나 이런 모습들을 보며 내가 느끼는 건 하나다. 상황과 입장차이가 다를 뿐 다들 자기 얘기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조님 말씀에 진에심이 화하여서 화합심이 되고 우치심이 화하여서 일체 지혜 밝게 된다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서로가 화합하고 잘 살기 위해서는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다른 걸 어떻게 이해할까?

 

상대자의 저 허물은 내 허물의 그림자라하셨는데 미운 상대를 보면 나한테 저런 모습도 있다고?”, “아니, 난 저 정도는 아니잖아”, “왜 저래?” 이런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종조님 말씀의 본질을 잘 보면 비추어서 본다는 것이다. 정말 내가 저런 건 아니다. 그냥 상대의 모습에 비추어서 내 허물을 살피라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의 허물이 보일 때는 그 사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 된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에 사고방식이 그저 다르게 형성되었을 뿐이다. 그냥 그런 사람인 거다. 굳이 왜 그런지 파헤칠 필요가 없다. “왜 그러지? 당최 이해가 안 되네정확하다. 이해가 안 되는 게 맞다. 그래서 그건 이해의 영역이 아니라 그냥 그렇구나!’하는 것이다. 상대 때문에 힘들고 내 생각이 자꾸 그 힘듦에 집중되고 신경 쓰이게 한다면 그 생각을 알아차리고 멈출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과는 같은 길을 갈지 다른 길을 갈지 입장정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정말 아닌 인연과는 정리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단지, 진언행자라면 불공을 통해서 그 인연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그 속에는 분명 나의 인연 관계도 있기 때문이다.

 

첫 교화지인 신수심인당에서의 일이다. 결혼하고 거의 1년 만에 교화를 나간 터라 신수에서의 생활은 신혼 초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다름 때문에 부딪치는 일이 종종 있었고 다투기도 했었다. 무슨 일로 싸웠는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싸우고 나서 그 분함에 쉽게 잠들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그 화남을 풀기 위해 갈 수 있는 곳은 심인당 밖에 없었다. 신수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새벽 시간에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다행이었던 걸까? 그렇게 심인당에 앉아 염송하는데도 자꾸 분한 생각만 들었다.

 

근데 그 분한 마음을 찾아가다 보니 왜 싸웠는지는 없고 그냥 정사님의 태도에 화가 났고, 말투가 기분 나빴다. 본질은 사라지고 난 그저 분함에 분함만 보태져서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 불같은 기운을 빼버리고 싸운 이유만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냥 정사님도 그럴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조금씩 마음이 풀리면서 안정되고 나니 주변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신수는 새벽에 심인당에 가면 고라니 소리, 고양이가 벽을 긁어대는 소리 등 짐승 소리가 너무나 무서운데 그저 나의 기분 나쁨에 젖어 전혀 느끼지 못했던 무서움이 마음이 풀리고 난 그제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의 다툼은 그냥 참 유치하다로 결론을 맺었다.

 

사회학자들은 사람들이 코로나 이후로 소통을 더 힘들어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분위기가 1인 문화 발전에 기여하다 보니 굳이 둘이 아니라도 된다는 사고가 팽배해지고 있다. 그래서 더욱 인간관계가 힘에 부친다. 그렇지만 사회생활을 해야만 하는 우리는 사람들과 부딪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객관적으로 본질을 볼 줄 아는 마음의 힘을 키워야 한다. 오롯이 나만의 기준으로 모든 걸 생각하는 건 당연하지만 나만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객관적으로 너와 나를 바라보고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염송의 힘이 이루어 낸 깨달음이 아닐까?

 

효은지 전수/명선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