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대한불교법화종 모든 종도와 사부대중, 그리고 모든 불자 여러분과 함께 부처님께서 이 땅에 나투신 거룩한 뜻을 봉축합니다.
<묘법연화경> ‘여래수량품’에서 부처님께서는 “내가 실로 성불한 이래 한량없고 끝없는 백천만억 나유타겁이 지났다”고 하셨고, 또한 “나는 항상 이 사바세계에 머물러 법을 설하고 교화한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부처님의 생명이 한때의 탄생과 열반에 매인 것이 아니라, 법신의 광명으로 온 세상에 항상 머물러 계신다는 가르침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은 과거 어느 날의 탄생만을 기념하는 날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의 마음속에 불지견이 열리고, 우리의 삶 가운데 자비와 지혜가 다시 태어나는 날입니다.
부처님께서 룸비니에 탄생하시어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내가 존귀하다.”고 하신 뜻은 한 사람의 높고 낮음을 말한 것이 아닙니다. 모든 중생이 본래 불성을 갖추었고, 누구나 부처님의 지혜와 생명을 함께 지니고 있음을 드러내신 선언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참뜻은 연등을 밝히는 데만 있지 않고, 내 마음의 어둠을 밝히고 이웃의 고통을 덜어 주며, 세상을 향해 법화의 등불을 드는 데 있습니다.
올해 우리 대한불교법화종은 창종 80주년을 맞이합니다. 팔십 년의 세월은 단순한 연수가 아닙니다. 혼란과 어려움 속에서도 <묘법연화경>의 정법을 받들고, 일불승의 가르침으로 중생을 제도하고자 한 선대 조사스님들
과 종도들의 원력이 쌓인 법화의 역사입니다.
그러나 팔십 년의 공덕은 과거의 자랑에 머물 때 빛을 잃고, 오늘의 정진으로 이어질 때 새 생명을 얻습니다. 종도들은 마땅히 법화행자의 본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경전을 독송하고 사경하며, 말과 행동을 청정히 하고, 서로를 탓하기보다 먼저 자신을 돌아보며, 다툼보다 화합을 앞세우고, 사사로운 견해보다 정법을 앞세워야 합니다.
‘여래수량품’의 “항상 영취산에 있으며 또한 여러 곳에 머문다”는 말씀은 영산회상이 멀리 인도 땅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보이신 것입니다. 법화의 마음으로 보면 우리가 서 있는 이 도량이 영산이고, 우리가 마주한 이웃이 미래의 부처이며, 우리가 감내하는 고난이 보살행의 자리입니다.
오늘의 세상은 물질은 풍요로우나 마음은 메마르고, 정보는 넘쳐나나 지혜는 부족하며, 가까이 연결되어 있으나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은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전쟁과 재난, 분열과 대립, 탐욕과 불신이 중생의 삶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불자는 부처님의 안목으로 세상을 보아야 합니다. 미워할 사람을 찾기보다 제도할 인연을 보아야 하고, 다툴 대상을 만들기보다 함께 성불할 도반을 보아야 합니다.
수행이 미진한 산승 또한 부처님의 크신 은혜와 선대 조사스님들의 원력을 생각할 때마다 두렵고 송구한 마음뿐입니다. 다만 한 가지 원을 세운다면, 우리 법화종 모든 종도들이 <묘법연화경>을 의지하여 다시 정견을 세우고, 다시 화합을 이루며, 다시 전법의 길에 나아가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멀리 계시지 않습니다. 법화의 한 구절을 지극히 믿고 받드는 그 마음에 계시며, 고통 받는 이를 외면하지 않는 그 손길에 계시며, 자기 허물을 참회하고 새롭게 정진하는 그 자리마다 계십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모든 불자들이 구원실성의 부처님 생명을 믿고, 상주불멸의 법화 등불을 밝혀, 이 사바세계를 그대로 영산정토로 장엄하기를 축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