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사부대중 여러분, 생명의 환희가 온 누리에 가득한 이 아름다운 봄날, 부처님의 자비로운 빛 아래 함께하신 모든 인연에 깊은 감사와 축원의 인사를 올립니다.
연초록 잎새가 바람에 일렁이고 저마다의 빛깔로 피어난 꽃들이 조화를 이루는 이 계절은, 다름이 곧 갈등이 아니라 공존의 아름다움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이천육백여 년 전, 아기 부처님께서 외치신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사자후는 모든 존재의 존귀함을 선언한 자각의 서곡이었습니다. 자신의 행복과 평안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가르침인 동시에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라는 자비의 요청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첨단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내면의 고립과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지식은 넘쳐나되 지혜는 갈급하고, 세상은 연결되어 있으나 온기는 식어가는 것이 우리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아무리 눈부신 물질문명이라 할지라도 인간 내면의 근원적인 괴로움까지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모든 고통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이라는 삼독(三毒)이 지어낸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는 연기(緣起)의 이치를 깨달아 내 안의 집착과 분별심을 내려놓을 때, 우리가 발 디딘 이 땅이 바로 정토(淨土)가 됩니다.
이제 우리는 갈등을 넘어 화합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극심한 대립과 분열로 큰 피로와 불안을 겪어왔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성숙한 시민 의식과 통합을 향한 의지로 화해와 안정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참으로 소중한 변화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원한은 원한으로 풀리지 않으며, 오직 자비와 이해로써만 사라진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정치와 경제, 노사 관계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상대를 무너뜨려야 내가 사는 분열과 대립의 극단을 버리고, 함께 살 길을 찾는 화쟁(和諍)의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나만의 이익을 앞세우면 결국 모두가 손해를 입지만, 상생의 길을 찾을 때 나 또한 비로소 평안해질 수 있습니다.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다시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오랜 단절과 긴장은 우리 민족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대결의 악순환을 끊고 소통의 길을 열어 평화와 공존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절실한 서원이어야 합니다.
한국불교는 국민들의 불안과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며, 갈등과 분열을 넘어 평화 공존의 길을 여는데 앞장서겠습니다.‘선명상’을 통해 국민의 마음 안보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잠시 멈추어 스스로를 돌아보는 힘을 기를 때, 우리는 비로소 개인을 넘어 평화로운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밝히는 연등은 나만 비추는 빛이 아니라, 온갖 편견과 미움을 녹여내고 모두의 얼굴을 환히 비추는 ‘공존의 빛’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의 가피가 온 누리에 가득하여 억눌린 자는 자유를, 슬픈 자는 위로를, 병든 자는 쾌차를 얻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축원합니다. 부처님의 무량한 자비광명이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삶과 이 땅 위에 영원히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