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도의 해녀 공동체를 배경으로, 여성 삼대의 삶을 중심에 두고 시대의 고단함과 가족의 사랑, 여성의 연민과 헌신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그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단지 눈물겨운 가족 이야기를 넘어서, 삶 자체가 수행이요, 가정이 곧 도량임을 설해 온 진각종의 교리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정은 도량이요, 부모는 부처며, 자녀는 수행의 경전이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 특히 가족을 향한 사랑과 책임 속에서 진리를 실천하고 자성불을 드러내는 것이 곧 수행입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전광례–오애순–양금명으로 이어지는 여성 삼대의 삶을 통해 진각종이 지향하는 생활불교, 실천불교의 살아 있는 본보기를 보여줍니다. 드라마에서 오애순은 가난과 고된 가부장적 시집살이 속에서도 자식만큼은 다른 삶을 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녀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금명이는 상 차리는 사람 말고, 상을 엎고 살았으면 좋겠어.” 이 말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세대를 관통하며 대물림되던 고통의 업을 끊고 새로운 삶의 인연을 열어주려는 자비보살의 실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녀를 위해 자신을 소멸시키며 인욕하고, 사랑으로 길을 내는 그 마음은 곧 자성불의 빛을 따라 행하는 삶입니다. 손녀 금명은 어머니와 할머니가 살아낸 고단한 세월을 외면하지 않고, 그 사랑을 씨앗 삼아 어머니의 중단된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 ‘에버스타디’를 창업하게 됩니다. 그녀는 어머니의 못다 이룬 문학소녀의 꿈을 실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가난과 여성의 사회적 제약, 지리적 특수성 등으로 인해 학업이 단절되지 않도록 타인을 품는 교육 CEO로 성장하는 보살행의 현대적 형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심인정토(心印淨土)’의 구체적 실현이며, 한 사람의 자각이 세대를 넘어 전해지는 전법보살행(傳法菩薩行)의 살아 있는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부처의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하고, 타인에게 그 가르침을 전하며 함께 깨달음에 이르도록 이끄는 보살의 수행 행위입니다.
삶의 장은 곧 수행의 장입니다. 불법은 법당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아궁이 앞에서 밥 짓는 손길 속에도, 바다 속 물질을 나서는 해녀의 숨결 속에도 깃들어 있습니다. 《폭싹 속았수다》의 여성들은 이 진리를 굳이 말하지 않고도 삶으로 증명해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이 드라마를 다시금 떠올리며 서원합니다. 우리가 자녀를 향해 참회와 인내로 전한 사랑이 곧 보살의 발심이며, 자비 실천이었음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가정에서 흘리는 땀과 눈물이, 법계에 씨앗을 심는 전법(傳法)의 수행임을 믿습니다.
오늘도 자녀를 위해 밥을 짓는 그 손길, 갈등 속에서도 가족을 감싸 안는 그 말 한마디, 이 모든 일상이 곧 부처의 길임을, 진각종의 교리가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폭싹 속았수다’는 조용히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가정의 달 오월, 이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께 합장으로 전합니다. 정말, ‘폭싹 속았수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장덕희/위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