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불교학을 개척해 온 학자들의 삶과 학문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책 ‘한국 불교학의 개척자들’이 나왔다.
이 책은 2021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3년 동안 백련불교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월간 ‘고경’ 제93호부터 제128호까지에 실었던 ‘근대한국의 불교학자들’ 36편을 다시 손 봐 한 권의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불교학자는 모두 36명(일본 학자 7명 포함)으로, 이들은 19세기 후반부터 1945년 해방 이전에 출생한 학자들로 근대 학문으로서 한국 불교학 연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실천적 지식인으로서 학술 활동을 활발히 펼친 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모두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제1부는 ‘전통을 딛고 근대로 향하다’, 제2부는 ‘타자의 시각, 애정과 편향’, 제3부는 ‘근대 학문의 지평에 서서’, 제4부는 ‘한국 불교학의 틀을 만들다’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이능화, 박한영, 권상로, 안진호, 김영수, 김태흡, 최남선, 김경주, 강유문의 9명으로, 19세기 조선에서 태어나 전통 교육을 받고 성장한 뒤에 한국불교 연구의 터전을 닦고 불교 근대화를 추구한 이들을 소개한다. 제2부는 일본인 학자들인데, 누카리야 가이텐, 다카하시 도루, 오야 도쿠조, 구로다 료, 에다 도시오, 가와무라 도키, 나카기리 이사오의 7명이다. 19세기 후반 서양의 근대 불교학을 일찍이 도입한 일본의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불교에 관한 선도적 연구를 수행한 이들이다. 제3부는 근대적 연구방법론을 적용해 한국 불교학 연구의 주춧돌을 세우거나 그 기반을 공고히 한 이들이다. 백성욱, 김법린, 김잉석, 허영호, 박종홍, 고유섭, 고형곤, 최범술, 이종익, 이재열의 10명인데, 일본은 물론 프랑스와 독일 유학파도 포함되었고 식민지 조선의 유일한 대학인 경성제대 출신도 들어 있어 다양한 시각의 연구 경향과 지형을 엿볼 수 있다. 제4부는 김동화, 조명기, 우정상, 이영무, 이기영, 안계현, 김지견, 이지관, 고익진, 심재룡의 10명이다. 이들은 해방 이후 학계를 주도하며 한국 불교학 연구의 기둥과 벽을 세웠고 지금도 큰 잔향을 남겼다.
이재우 기자 san108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