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욕 권하는 사회
욕설이 범람하고 있다. 화제작 '내 이름은 김삼순'도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욕이 자주 튀어나왔다. 물론 욕이 극중 상황이나 인물의 성격을 살리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 수 있다. 그리고 영화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애교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욕이 난무하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욕사전이 나올 만큼 욕이 발달한(?) 나라이고, 욕이 지닌 어휘적 가치를 인정한다 해도, 이것이 또 다른 폭력이라는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병사의 총기난사 비극은 언어폭력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준다. 욕의 카타르시스 기능을 즐기기 전에, 그 욕을 들어야 하는 입장도 고려하는 게 옳지 않은가. 그런데 욕이 일상화된 것 같아 더 큰 문제다. 버스 안에서 곱상한 여학생들의 대화에 욕이 매번 끼어드는 것을 보고 경악한 적이 있다. 하긴 말이 곧 인격임을 아는 어른들(특히 남자) 입에서도 욕이 붙어 다니기도 한다. 영화뿐 아니라 시에까지 비속어가 잦아진 것은 ...
2005-07-26 14:38:31
아름다운 열매
얼마 전에 읽은 기사의 한 내용이다. 정부의 고위 공직자를 지낸 그는 지금 필리핀의 오지인 어느 섬에서 원주민들에게 농사짓는 기술을 전파하고 영농법을 가르치며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30만의 이곳 원주민들은 바나나와 소금으로 연명하고 있는데 이런 원시적인 생활로 평균수명은 마흔을 채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축산, 묘목생산, 종묘사업을 통해 영농기술을 가르치고 더 나아가서는 학교, 의료기관 등을 설립하는 '10년 봉사계획'을 세워 활동 중이라고 한다. 물론 그가 농사에 대해 알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지금도 수많은 책을 열심히 봐가며 영농법을 익히고 있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정체성, 삶의 가치에 대해 한 번쯤은 진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일반 사람들보다 그야말로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서 퇴직 후 심리적 안정을 찾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이런 현상은 권세가 사라진 뒤 ...
2005-07-13 17:27:14
여름의 정원으로 오라
여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숲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서기 일천이백년대에 아랍에서 살다간 잘랄루딘 루미라는 시인의 시입니다. 원래는 '봄의 정원으로 오라'는 제목인데 제가 계절만 하나 더 보탰습니다. 풍요로운 녹음 속에서 우리 사람들도 덩달아 메마른 가슴에 물이 오르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아름다운 자연도 함께 나눌 당신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며, 또한 아무리 삭막한 환경일지라도 함께 견딜 당신만 내 곁에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는 뜻으로 저는 읽었습니다. 젊은이들이 데이트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어디인가 하는 설문조사 결과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장소는 한적한 강가나 유명한 레스토랑이나 이름난 유원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데이트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따로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곁에 사랑...
2005-06-17 14:19:34
죽음에 대하여
우리나라가 아직도 결식아동이 있다고는 하나 굶주림에서 벗어난 지 꽤나 되었다. 사십대라면 모를까 삼십대만 해도 보릿고개를 겪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삼사월 긴긴 해에 점심을 굶겠느냐, 목매기를 지붕위로 올리겠느냐, 홀로 된 시아버지를 모시겠느냐'라는 옛말이 있었다 한다. 점점 어려운 일이니 결국은 점심을 굶는 것이 그나마 쉬운 일이라는 것이고, 어차피 끼닛거리가 없는 보릿고개에 그나마 자위라도 하려고 나온 말일 것이다. 올 봄 마흔 겨우 넘은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등진 친족의 장례식에 문상을 간 적이 있었다. 슬프고 안타까웠다. 인간에게 가치기준의 정점에 있는 것이 생명이다. 영어 life라는 단어가 생명과 또한 삶이라는 뜻이 있는 것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 죽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사는 것은 죽음을 초월하는 정신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죽음과 관련된 많은 것들을 간과하고 살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지나온 삶과 죽음에 대한 생...
2005-06-10 17:03:18
푸른 오월의 향기
오월이 푸른 이유는 무엇일까? 오월이 가정의 달이라는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 오월이 되면 우리 주위가 온통 싱그러운 푸르름으로 가득하고 젊음과 생기가 활기찬 것은 무슨 이유일까?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는 5일의 어린이날,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푸른 하늘 그 보다도 높은 것'을 노래한 8일의 어버이날,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는' 15일 스승의 날, 그리고 만20세가 되는 젊은이들에게 성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부여하며 그들을 축복하는 5월 셋째 월요일인 성년의 날, 부부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구자는 뜻으로 가정의 달 5월에 '둘이 하나가 된다'는 21일의 부부의 날이 있고, 고통 속에서 허덕이는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이 사바세계로 오신 거룩한 부처님오신날이 있기에 어찌 만물이 푸르지 않으리! 푸르름은 희망을 상징하며 무한한...
2005-05-24 09:04:49
문자와 우표
파리의 지하철공사에서 시를 공모했다고 합니다. 응모작은 거의 팔천 여 편이나 되었는데 거기서 1등으로 뽑힌 시는 '사막'이라는 제목이었습니다.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사막이라는 제목을 한참 생각했습니다. 물론 위의 시는 진짜 사막에서 발자국 만으로라도 사람을 느끼고 싶은 그 외로운 심정을 나타낸 것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 시를 읽으면서 왠지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전철이나 버스를 타 보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졸면서도 핸드폰을 무슨 보물처럼 손에 꽉 쥐고 있는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들은 얼굴을 안보고도 얘길 나눌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요. 인터넷을 통한 채팅이니, 화상 회의니 해서 실제로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얘길 나눌 수 있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지가 오가던 시대보다도 오히려 타인과의 소통에 목말라...
2005-04-26 09:12:43
목련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봄이면 자연의 신비로움에 경탄하게 된다. 집이 산꼭대기 가까이에 있다보니 이제야 뜰에 있는 목련이 윗부분만 꽃을 피웠다. 곧 아래에 있는 봉오리도 만개하고 나면 서서히 잎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오래전 '목련을 알기에는 삼십도 앳되다'는 누군가의 시구를 읽고 무릎을 친 적이 있었다. 물론 백목련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목련꽃을 보고 있으면 뭔가 범접하기 어려운 기품이 있으면서도, 서러울 때는 누님처럼 품에 안겨 눈물을 쏟아도 받아줄 것 같은 푸근함이 있다. 나무 안을 보면 풍만한 겉과는 달리 속은 비어 자궁과 같은 느낌도 든다. 어렸을 적 내 고향에는 동네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부고장도 배달해 주는, 어른들이 소임(所任 직명)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그 집 복스럽게 생긴 큰딸이 복스런 얼굴과는 달리 일찍 상부하고 친정에 와 있었다. 위에 말한 목련을 알기에는 삼십도 앳되다는 시구를 본 후로는 이상하게도 목련꽃을 보면 그 누나 얼굴이...
2005-04-11 14:31:51
우리 땅·역사 우리가 지키자
며칠 전 서울의 어느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주제를 두고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독도는 왜 우리 땅인가? 그리고 독도를 지키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라는 아주 특별한 수업이 있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는 독도를 지키기 위해 군대파견, 독도에 거북선 건립, 이순신 장군 동상 건립, 독도화폐 제작, 독도우표 제작 등과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면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수십 년 간 지속되어 온 짜증스런 일이기에, 어느 가수는 '독도는 우리 땅' 이라는 노래로 우리들의 울분을 대변해 주었고, 국민들은 그 때마다 일심으로 궐기하곤 하였다. 일본 남쪽 태평양에 있는 오키노도리 바위는 밀물 때 물에 잠기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서는 이곳에 등대를 세워 자기네 섬이라면서 중국과도 분쟁을 하고 있다. 작은 바위라지만 이 바위로써 일본 영토보다 넓은 배타적 경제수역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
2005-03-23 11:46:45
이사
올 봄에 이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8 년 만에 하는 이사입니다. 한곳에 오래 머무는 것을 너무 싫어하는데. 아이처럼 보챌 수도 없어서 오랫동안 참고 있었습니다. 이사 가는 곳은 서울 시내 한복판입니다. 공기도 아마 지금 살고 있는 신도시보다는 몇 배 이상 나쁠 것을 각오하고 있습니다. 집 평수도 더 작기 때문에 가지고 갈 짐을 많이 덜어서 여기저기 나누어놔야 합니다. 그래도 즐겁습니다. 그것은 어쨌든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설혹 더 나쁜 변화일지라도 전혀 변화가 없는 것보단 더 낫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고여 있는 물은 썩는 법이니까요. 가지고 있는 책을 시나리오 쓰는 친구를 불러서 다 주었습니다. 다섯 박스쯤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사온 소화시대 문학전집과 영미 소설책들과, 앨범들은 춘천 시골집에 가져다놓을 생각입니다. 옷장을 정리했더니 두 보따리쯤의 입을만한 옷들이 나왔습니다. 그것들은 안국동에 있는 아름다운 가게에 갖다 주었습니다. 옛날에 나온 삼성출판사 사상전집 오십 ...
2005-03-14 17:18:02
친절
텔레비전이나 신문지상에서 팔레스타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언제나 내게는 한 사람의 얼굴과 그가 준 선물이 떠오른다. 1970년대 말 D건설업체의 직원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담맘에서 근무할 때였다. 하루는 바삐 관청에 보내는 공문을 타이프 치고 있는데 동료로부터 외국인 몇 명이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 부서로 안내하여 이야기하여 보니 팔레스타인 사람들이었다. 우두머리 되는 사람은 영어를 곧잘 하였다. 이집트에서 대학을 나왔으며 토목을 전공했고 외국업체에 취업하여 담맘에서 하수도공사를 하고 있었다. 공사가 거의 끝 나가는데 그 업체에서 다른 공사를 수주하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실직이 되면 사우디에서 떠나야 하므로 불가불 다른 취업자리를 마련해야 할 입장이었다. 돌아갈 나라가 없는 서러움이 얼굴에 나타나 있었다. 나는 여섯 명 모두에게 커피를 대접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나대로의 견해와 과거, 우리나라가 일제치하에 있었던 이야기 등을 나누었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계획이...
2005-02-25 15:06:15
사회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
우리 사회에서는 가끔 커다란 사고가 발생하면 응겹결에 사고 뒤처리를 하기가 바쁘다. 그 때마다 반복되는 것이지만 어떠한 사고나 재난이 일어났을 때 사고를 최대한 줄이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어떠한 조직이나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야단이다. 그러다가 조금 지나면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린다. 어떠한 재난을 대비해 재난 구조체계를 갖추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러한 재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사전 예방과 점검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서남아시아 재난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돌보고 있는 현지 우리나라 기관 사람들은 너무나도 우리 국민을 보호하려는 자세나 태도가 미흡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물론 그분들이 이번 재난에 대한 구호를 위해 파견된 사람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 기관 관계자들은 사고 현장에서 자기네 국민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안전한 곳으로 인도하는 구호활동과 대피활동을 신속하게 하였다고 하니 비교가 된다. 몇년 전 우리나라에 태풍으로 ...
2005-02-04 14:46:38
길상사(吉祥寺) 가는 길
그렇다. 사랑은 그것이 진정한 것인 한 '사치'이다. 그것은 감히 인간이 누리려고 해서는 안 되는 금단의 영역 저 편에 놓여있는 것이다. 오직 사랑에 빠져있는 두 당사자만 그 사실을 모를 뿐이다. 아니, 사랑이 사치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 사람은 이미 늙은 것인지 모른다. 책을 읽다가 밑줄을 칩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나는 사랑을 사치라고 생각하는 쪽인가, 사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쪽인가? 오랫동안 '길상사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연작시를 쓰고 있는데, 사람들에게서 늘 듣는 말이 있습니다. "연시(戀詩) 같은데 제목은 아니네요." "연시(戀詩)가 따로 있나요, 읽는 사람이 그렇게 느낀다면 그런 게지요." 애매하게 대꾸할 수밖에 없는 내가 문득 소심하게 느껴집니다. 며칠 전에 만난 지 오래된 친구가 전화를 해 왔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상처를 받을까봐 겁이 난다고 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라고도 했습니다. 축하...
2005-01-24 17:15:22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 해가 다 기울어 가는데 양지바른 뜰 한 귀퉁이에는 아직도 붉은 샐비어 몇 송이가 지난 여름과 가을의 추억을 반추하듯 찬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첫눈을 기다리던 11월도 속절없이 지나가고 벌써 12월 말, 눈도 별 추위도 없이 올 겨울은 따뜻하다. 지하철역 노숙자들이나 생활고초 힘든 서민들을 생각하면 다행이다 싶기도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도 없는 것이 당장은 의류업계의 한숨소리가 너무 깊고, 멀리는 환경을 도외시한 무분별한 산업화로 인해 초래되는 지구온난화현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조선시대에 겨울이 따뜻하면 개성과 화성에서 곡소리 난다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한강이 얼지 않아 여름에 궁중에서 쓰일 얼음을 개성에서 채취하여 한성까지 등짐이나 우마차로 실어 날라야 했으며, 화성에서는 정조가 사도세자의 무덤을 양주에서 화성으로 옮기고 주위에 소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겨울이 따뜻하면 봄에 송충이가 창궐하여 통상 봄이면 가구 당 송충이 한말을 잡아 관아에 바치던 것이 몇 배로 늘어났기 때문...
2004-12-27 10:02:45
시험부정, 과연 누구의 잘못입니까?
얼마 전 대학 수학능력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따기 위해 최첨단 장비를 동원하여 조직적인 시험 부정행위를 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일어났다. 이렇게까지 라도 해서 높은 점수(좋은 대학)를 따야 하는가? 그들은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 죄책감이 들지 않던가?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으며 또한 사전에 부정행위 정보가 입수되어도 왜 그냥 지나쳤을까? 고사장에서 그러한 부정행위를 보고 차마 잡아 내지 못하는 감독관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이러한 사건을 두고 아무도 잘못한 자는 나타나지 않고 교육제도의 잘못이니, 과열된 입시경쟁에서 나타나는 불상사로 돌릴 수 있는가? 다행히 이 일을 두고 내가 잘못했으니 나에게 돌을 던지라고 한 어느 교사의 참담한 심정은 어떠했을까? 과연 이와 같은 행위는 누구의 잘못인가? 우리 기성세대들이 젊은이들에게 보여 준 것은 무엇인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판단력인가? 최선을 다하는 땀흘리는 모습인가? 법망에 걸리지 않고 남의 눈에 띄지 않으면 정...
2004-12-09 15:05:27
가을편지
오랫동안 격조했습니다 어느새 가을이 가고 있네요.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고 말하면 더 여운이 남을까요 하지만 올 가을은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채 그런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빠르게 가버리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어제는 관악산에 올랐어요 낙엽조차 이미 져버린 마른 나목들과 숲 사이로 울긋불긋 단풍잎 같은 사람들이 산을 뒤덮을 듯 왁자지껄 등산로를 메우며 올라가고 있더군요 산을 오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로 등산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토의 반 이상이 산인 나라이면서 정작 어느 산엘 가도 적막한 산을 찾기가 수월치 않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인적이 드문 호젓한 산길보다는 관광지로 변해버린 떠들썩한 사찰로 가는 아스팔트 산행길이 있는가 하면 정해진 등산로보다도 더 널찍하게 길이 닦인 거의 신작로 수준의 등산로도 쉽게 눈에 뜨이지요 제가 처음으로 산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십 여 년 전 일본에 처음 가서 살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동경에서 몇...
2004-11-24 11:1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