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후생가외(後生可畏)
얼마 전에 수학과 공개수업이 있었다. 공개수업에는 같은 교과의 교사들은 물론 교장, 교감과 심지어는 다른 학교에서 온 수학교사들까지 참관하니, 수업을 하는 교사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수업이 아닐 수 없다. 이 공개수업을 담당했던 교사는 교직 경력이 불과 3년이 채 되지 않았기에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수업은 다양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공간도형을 이해하고,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진행했는데,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는 수업진행과 능숙한 컴퓨터 기자재의 활용 등으로 깔끔하게 공개수업을 마쳤다. 필자는 수업을 담당했던 교사의 수업을 신임교사 채용을 위한 수업평가부터 교원평가를 위한 참관수업까지 여러 차례 수업을 참관했었다. 그런데 이전에 봤던 수업과 이번 수업은 확연히 달랐다. 과거에 했던 수업이 뭔가 어색하고 허둥지둥 혼자 진행하는 수업이었다면, 이번 수업은 확실한 발음과 억양, 적절한 시선처리, 깔끔한 판서 등으로 돋보이는 수업이었다. 또 새로 구입한 CA...
2012-11-28 11:01:33
길은 가야 이루어진다
오늘 아침도 나는 늘 그래 왔던 것처럼 똑 같은 길을 따라 학교로 왔다. 아무런 생각이 없이 시간에 쫓기듯. 우리는 누구나 꿈꾼다. 오늘 나에게 가슴 설레이는 무언가가 일어났으면 하고.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저녁이 되면 똑 같은 일상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사실, 태어나서 어느 순간까지 만나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것은 때론 새로움으로, 때론 설레임으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때론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가보지도 않고 두려워하면서. 장자의 글을 읽다가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길은 가야 이루어진다)이라는 대목에서 한참동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릴 때의 나의 어리석음을 발견한 것이다. 가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고 편하기만을 바랐던 나를 발견한 것이다.우리는 늘 힘들지 않기를 바라고, 늘 순탄하기를 바라고, 편안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삶의 과정에서 힘듬과 괴로움이 없을 수 없다. 공자도 "사람들은 즐겁기를 바라고, ...
2012-11-16 11:08:51
스승 대 스승
교직생활을 하면서 가장 난처하고 난감한 일 중의 하나가 스승의 날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학급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약간의 돈을 걷어서 스승의 날 당일, 칠판에는 풍선이나 색종이테이프 등으로 장식하고, 교탁 위에는 조그만 케이크나 초코파이 등을 쌓아서 촛불을 밝히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주면서 스승의 날 노래를 불러준다. 노래를 들으며 잠깐 동안이지만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만한 교사인가? 스승이긴 하나?” 하고 생각하면서 민망함에 만감이 교차한다. 간혹 모임에 참석해서 인문계 여고 교사라고 하면, 다른 참석자들로부터 받는 대부분 질문은 이렇다. 학교혁신, 대입제도의 변화, 선행학습, 사교육비 걱정, 공교육의 붕괴, 촌지,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 등…. 그런데 내가 학교에 출근해서 하루 종일 하는 일은 학생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일이고, 이는 매일 반복된다. “넌 왜, 아침 등교시간이 늦니?” “명찰은 왜 안 달았니?” “치마길이가 왜 이렇게 짧아?” “머리 파마는 왜 안 풀었니...
2012-09-24 19:56:57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있습니까?
모처럼 몇 개월 전 '학부모 진로코칭'이란 특강이 있어 어렵사리 짬을 내어 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고2 아들을 둔 저로서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꽤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열심히 경청을 했습니다. 3회까지는 무료특강이었고 4, 5회는 한국청소년리더십센터에서 운영하는 자체 프로그램으로 '학부모 셀프 리더십 워크숍'과정은 유료과정으로 총 8시간을 듣고 수료증과 함께 이수증도 받았습니다. 애초부터 어떤 목적을 가지고 강연을 들은 셈인데, 왜냐하면 교화현장에서 부족한 경험들을 다시 되짚어 보고 고쳐야할 사항들을 수정 보완하여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향상되기를 내심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심인당을 운영해 나가다 보면 미래희망의 꿈나무들인 자성동이, 학생회, 청년회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도와 가장 효율적이고 조직적으로 운영 관리하여 효과를 극대화 시켜나갈 것인가를 항상 고민해 왔기 때문입니다. 교육을 받는 동안 가슴 가득 품었던 화두 역시 ...
2012-08-30 11:02:39
사제동행(師弟同行), 승속동행(僧俗同行)
교직을 시작하면서 선배 교사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말이 사제동행이었고, 교감이 되어서 후배 교사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사제동행이다. 사제동행은 말 그대로 '교사와 학생이 주어진 일을 함께 수행한다'는 뜻으로 체험학습이나 봉사활동은 물론이고, 활동중심의 프로젝트 수업 등 모든 학교 안팎의 활동에서 필요하다. 일례로 담임교사가 교실 청소를 학생들에게 시킬 때에도 청소당번 학생들에게 각각 역할을 부여하고 함께 청소를 할 때, 청소도 원만하게 이루어지고 노작교육(勞作敎育)의 교육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학교현장에서 사제동행이 교육적 효과를 가지려면 교사가 학생들에게 수행하려는 일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역할을 부여한 뒤 함께 수행하면서 애정과 믿음을 갖고 끝까지 지켜보아야 한다.금강회 활동을 하면서 승속동행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말 그대로 스승과 신교도가 신앙생활, 수행, 포교활동 등을 함께 한다는 말일 것이다. 일례로 심인당 금강회 주관 야외법회를 ...
2012-08-16 11:54:10
'때문에', 아니 '덕분에'
지난 봄 내내 연구실에서 나는 행복했다. 그것은 어느 날 문득 핀 매발톱꽃 덕분이었다. 매발톱꽃이 핀 화분은 사실 내 것이 아니었다. 시든 줄기만이 남아있던 화분하나를 얻어 겨우내 물을 줬었는데, 그 화분에 잎이 나고 꽃이 피었다. 그 꽃이 매발톱꽃이다.매일 연구실 문을 들어설 때마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매발톱꽃(일명 라트라비아타)을 보면서 얼마나 행복했던지. 기대하지 않은 무언가에서 얻는 기쁨은 기대했던 것에서 얻는 기쁨에 비할 바가 아니다. 비록 겨울 내내 물을 주기는 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짓지 않는 복은 생기지 않고, 그 지을 때의 마음에서 복이 생긴다"라고 한다. 그리고 "아무리 많은 것을 준다 해도 그릇이 없으면 가져갈 수 없다"고도 한다. 그러면, 복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고, 복전(福田)의 토대인 마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메마른 나무, 죽은 나무에는 싹이 나지 않고, 꽃이 피지는 않는다. 우...
2012-07-27 12:40:07
주어진 것이 다 은혜입니다
아마도 7월 15일 해탈절에 즈음하여 불현듯 친정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해탈절 탓만은 아닐 겁니다. 해탈절이면 으레 목련존자의 지극한 효심을 떠올리게 될 터이고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부모님께 감사할 수 있는 시간들이 얼마나 많이 남아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면서부터일 겁니다.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들은 모두 나의 마음의 투영입니다. 내가 힘들고 괴로운 것은 세상이 힘들고 괴로운 것이 아니라, 내가 힘들고 괴롭기 때문입니다. 내가 고요하면 세상도 고요하고, 내가 행복하면 세상도 행복합니다. 누구를 원망하고 미워할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주어진 것이 다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세상과 나는 홀로 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님을 여실히 깨달을 수 있습니다. 작년 6월 14일 창교절 아침 친정어머니(법연혜)는 조용히 열반에 드셨습니다. 이생에서 거처를 옮기신지 꼭 일 년하고도 한 달이 다 되어갑니다. 열반에 드시기 일주일 전 어머니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혹여 미워했거나 원망했던 ...
2012-07-11 14:56:21
만 명이 함께 하는 심인당을 서원하며
5월 초, 2박 3일로 고용노동연수원에서 주관한 '교원 노사관계 이해과정'이란 연수를 다녀왔다. 학교에도 분명히 노동조합이 존재하므로 사측의 입장에서 노동조합을 이해하고, 노사가 함께 발전하는 모델을 찾아보는 자리였다. 생소한 노동법, 근로기준법, 교원노조법 등이 주된 연수내용이어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교육현장에서의 갈등요인과 갈등해소 방법을 모색해 보는 뜻 깊은 자리였다. 그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노사관계의 시작은 노동조합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부터"라는 말이었다. 파트너십을 갖기 위해서 서로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실제로는 그게 그렇게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연수를 받으면서 문득 심인당에서 '주교와 신교도, 주교와 금강회 임원은 어떤 관계일까?' '또 어떤 모습이 바람직한 관계일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당연히 노사관계와 심인당 주교와 금강회 임원과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
2012-06-28 11:41:38
말[馬]의 정면으로 가서 문제를 응시하자
이곳에도 치우치지 않고 저곳에도 치우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중도(中道)라고 한다. 중도를 유지하려 하기 위해서는 양쪽을 모두 두드려 보는(叩其兩端)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양극단을 두드려 보기보다는 한쪽으로 치우쳐 살아가기가 일쑤다. 그것은 번거롭게 양쪽을 다 생각하기보다는 한쪽을 생각하는 것이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 속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백호(白湖) 임제가 잔칫집에서 거나하게 취하여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나와 말을 타려고 하자 하인이 “나리! 취하셨네요. 가죽신과 나막신을 한 짝씩 신으시다니요”라고 하였다. 그러자 백호가 하인에게 “길 오른편에서 나를 보는 사람은 가죽신을 신었다 할 것이고, 길 왼편에서 나를 보는 사람은 나막신을 신었다 할 것이니,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라고 하였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어쩌면 나도 말의 한쪽 면으로 다가가 한쪽만을 바라보고 건너편에 있는 발에도 똑같은 신발을 신고 있을 거라고...
2012-06-15 16:27:19
항상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옛날 어떤 사람이 저녁만찬(파티)에, 일곱시까지 열 명의 손님들을 초대했습니다. 어스름한 저녁 무렵이 가까워오자 한두 명씩 파티석상에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정각 일곱시가 되자 중절모를 쓴 나이 지긋한 한 사나이가 말했습니다. "이제 다 모인 것 같으니 빨리 파티를 진행합시다." 그러자 이 파티를 주재한 그 집 주인이 "정말 죄송합니다. 꼭 와야될 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도착하는 대로 곧 파티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하자 갑자기 파티장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괘씸한 생각으로 가득 차 올랐습니다. 손님들 각자의 마음 속에 "그럼, 우린 뭐야? 도대체 나는 뭐란 말이야!"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됩니다.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은 세상에는 세 가지의 사람들로 분류해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첫째, 꼭 필요하고 있어야 할 존재. 둘째,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 셋째, 꼭 없어져야할 암적인 존재입니다. ...
2012-06-05 10:18:43
자성일, 저음의 염송소리를 기대하며
진기 55(2001)년부터 금강회 활동을 시작했으니 금강회 활동을 한지도 어느덧 10여 년이 지나갔다. 금강회 활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 소회가 있겠으나 함께 활동했던 각자님들이 많이 생각난다. 지금도 그렇지만 10여 년 전에도 금강회 임원회의를 가지면 참석하는 각자님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 날 비록 적게 참석한 각자님들이지만 회의가 끝나면 곡차도 함께 하면서 입문할 때의 경험담부터 시작하여 여러 가지 법담을 나누었던 것이 기억난다. 당시 금강회 활동에 참여했던 각자님들의 연령대는 40대 후반부터 50대 후반, 60대 초반정도였다. 의욕도 많았고, 건강도 허락했던 시절이라 행사에 대한 욕심도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행사 뒷바라지를 담당해야 하는 보살님들이 다소 부담스러워 하던 한마음 체육대회나 신교도 합창대회 등도 강력하게 추진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얼마 전 금강회 임원회의에서 각자님들을 반갑게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보니, 문득 각자님들의 면면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생각...
2012-05-14 20:05:41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중생이 아프니 내가 아프다
최근 들어 신문지상을 뜨겁게 달구었던 ‘탈북자난민 강제북송’ 문제는 방관하거나 외면만 할 수 없는 우리민족의 문제였기에 우리들의 가슴을 더욱 더 아프게 했습니다. 탈북문제는 정치나 이념과 체제를 넘어선 인도적 차원의 인권문제로 받아들여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나라에서만 왜이리 탈북자들에게 냉정하고 무관심한지 알 길이 없습니다. 언제쯤이면 그들의 가슴 저린 고통과 눈물을 함께 나누어 가질 수 있을까요. 최소한 사람의 양심과 예의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서로를 격려하고 감동하는 영혼만이 능히 세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7년 작고하신 ‘강아지똥’ ‘몽실언니’의 작품을 쓰신 아동문학자 권정생 선생은 평생 교회종지기로, 홀로 살면서 유족하나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나면서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달라. 인세는 북한 아이들과 세상에 굶주리는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나눠 주라”는 유언을 남기...
2012-04-12 17:37:54
베이비부머
베이비부머는 미국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결혼이 한꺼번에 이루어짐에 따라 출산율이 갑자기 높아진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말로 아이(Baby)가 급격하게 증가(Boom)한 베이비붐 세대로 풀이할 수 있다.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을 베이비부머라 일컫는다. 만 48세부터 56세까지에 해당하는 이들은 720만여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7%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끈 현대사의 실질적인 주역으로 자녀 양육과 부모 부양의 책임을 동시에 지고 있는 마지막 세대이며 고령화시대에 직면해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첫 세대라 할 수 있다.이런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면서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만, 이들이 은퇴하면서 앞으로 4, 50년을 더 살아가야 하는 것에 대하여 상당수가 불안해하고, 걱정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실정이다.고령화시대에 직면하여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베이비부머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만큼...
2012-03-29 17:36:11
주름은 주름이고 대머리는 대머리다
‘만약 내가 눈이 먼다면?’ 반대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눈이 멀고 나 혼자만 볼 수 있게 된다면?’ 이라고 한 번이라도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지? 아마도 열에 아홉은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본다’는 것이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또 거기에 새삼 의미를 두면서 살만큼 우리 일상은 한가롭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 전, 우연히 서가를 살피다 오래 전에 책을 잡은 순간부터 한순간도 덮을 수 없었던 책, ‘눈먼자들의 도시’를 펼쳤다. 이 소설은 이유 없이, 정말 아무런 이유도 없이, 어느 날 문득 눈이 멀어 버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모두가 눈이 먼 도시, 그 공간에서 사람들은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용변을 보고, 사랑의 행위마저 서슴없이 행하는 등 더럽고, 추악하고, 폭력적이고, 무질서한 뒤틀린 욕망들을 행한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서 단순히 눈이 멀게 된 후의 인간의 모습을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옳고 그름을 분별...
2012-03-15 11:41:46
늘 처음처럼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그 사람의 능력보다 그가 평소에 베풀었던 배려로 세상을 살아간다라고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심인당 생활을 하다보면 이래저래 보살님들로부터 공양 받는 일들이 있습니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이면 잊을 수 없는 한 보살님이 떠오르곤 합니다. 몇 해 전 한 보살님으로부터 선물 하나를 건네 받았습니다. 선물 상자를 열어보니 흰색 여름조끼 1벌과 겨울조끼로 보이는 고동색조끼, 골덴으로 만든 주황색조끼, 총 3벌의 조끼와 함께 예쁜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편지에는 "전수님 등 시린 것 빨리 나으셔서 전수님도 저희도 함께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어디서 제가 등 시리다는 소문을 들었는지 조끼를 자세히 보니 보살님께서 제가 등 시리지 않도록 목화솜을 두둑하게 넣어 손수 다 만드신 것 같았습니다. 보살님의 따뜻한 정성과 배려에 금세 눈시울이 붉어져 왔습니다. 지금껏 내 마땅히 이렇게 공양을 받아도 될 만큼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는가를, 지금...
2012-02-28 11:5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