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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의 미학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이것은 한용운의 시 '알 수 없어요'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서정주의 시 '견우의 노래'에는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 두 시구의 공통점은 논리에 어긋나는 표현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그렇다면 시인은 왜 이런 표현을 사용할까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는 매순간마다 변화하고 있어 고정된 실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작가는 우주의 신비와 세계의 질서를 언어로 표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언어의 질서를 깨뜨려서라도 그것을 표현하려 합니다. 이러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 바로 '역설'입니다.꽃은 피어날 때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얼마 못 가서 시들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탐스런 열매가 자리 잡습니다. 꽃은 꽃을 버려야 비로소 꽃이 됩니다. 여기에 역설의 미학이 스며듭니다. 언뜻 보면 모순된 사고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
2014-02-17 12:00:42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오늘 하루도 물처럼 흘러갔습니다. 이른 아침 사락사락 눈 내리는 소리에 잠이 깼고 창문을 열고 난분분 쏟아지는 눈을 한참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니 눈발은 그쳐있었고 출근길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직장에서는 적당히 바빴지만 아무런 문제없이 업무를 마감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빵집에 들러 빵 한 봉지를 샀습니다. 때마침 쏟아지기 시작하는 눈을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본 건 출퇴근 거리가 가까운 저에게는 별로 해당사항이 없는 퇴근 길 교통상황 때문이었습니다. 눈발을 헤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간단히 집안 정돈을 하고 서가에 앉아서 책을 읽었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은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3', 공지영 장편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 김숨 소설집 '국수' 그리고 몇 권의 시집들…. 책을 읽을 때는 항상 여러 권의 책을 번갈아 읽는 편입니다. 채움보다는 비움을 지향하며 산다고 자부하지만 어쩔 수 없이 버...
2014-01-29 14:49:19
매일매일 반복되는 나의 하루는 창조적이고 발전적이다
또 어느새 한해가 지나가고 있다. 늘 그렇지만, 제대로 한 해를 마무리도 하지 못하고 새해를 맞이하곤 한다. 한 달 전부터 올해는 꼭 연하장을 일찍부터 준비해서 보내야지 다짐을 했건만, 결국 못 보내고 있다. 마음 어딘가에 구정 때 인사드려야지 하는 게으름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 같다. 한 해를 보내며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고 하는데, 정말 말 그대로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던 한 해였다. 개인적으로도 가깝게는 시아버지가 세상을 달리했고, 마음 여린 제자가 발병하여 학업을 포기했고, 주변에서 일어난 송사문제로 애간장을 끓이기도 했다. 얼마 전에 초등학생인 딸아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엄마!, 하루 하루가 똑 같이 지나가는 것 같아 재미없어" 하는 게 아닌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가 10년 전에 고민했던 것을 딸아이가 벌써 그런 말을 하다니 하며 놀란 가슴을 가다듬고 "그래 하루 하루가 똑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매일 매일이 반복되는데 엄마는 이렇게 생각한단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엄...
2014-01-13 14:39:33
오늘도 모든 것이 고맙습니다
수행하는 세월이 더해갈수록 고마움의 깊이와 폭이 더욱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불보살을 닮아가다가 불보살이 되어버린 삶이 이런 것이겠지요.홍원심인당 신교도 중에는 구순이 넘으신 노 보살님이 계십니다. 보살님께서는 노환으로 거동을 못하시고 누워 계십니다. 그동안 월초불공 회향일에는 가정방문을 하여 함께 강도불사를 올립니다. 고맙다는 인사말씀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십니다. 어느 날은 대통령이 너무 고맙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래서 예쁜 골무를 손수 지으셔서 청와대로 보내드리고 싶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보살님의 정성과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은 서원이셨습니다. 고마운 마음은 무엇이든 주고 싶은 마음임을 느끼게 합니다. 보시바라밀을 일상생활 가운데서 실천하고 계십니다. 11월 월초불공 회향일이 되어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겨우 말씀을 하십니다. "이제는 내가 죽을 때가 다 되었나 봅니다.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흘렀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부처님 은덕으로 잘 살아...
2013-12-16 10:45:34
어찌 그리 늦었는가, 오랫동안 너를 기다렸다*
경주 은점산에 있다는 황둔사지를 향한 그날 아침 바람이 몹시 불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황둔사지까지 가는 길은 계곡을 끼고 길게 이어져 마을 두어 개쯤을 지나쳐 갈 때까지 계속 오르막이었습니다. 팍팍해진 다리를 두들기며 시선을 돌리면 주위는 온통 만산홍엽으로 그득했습니다. 일부러 시기를 맞춘 것도 아닌데 뜻밖에 주어진 눈의 호사였습니다. 마침내 도로 구간이 끝나고 맞닥뜨린 것은 격에 맞지 않은 석조물로 경내를 가득 채운 절이었습니다. 입구에는 돌하르방이, 또 몇 걸음 걸어가면 불상이, 다시 시선을 돌리면 달마대사가…. 슬며시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뒤로하고 산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길 양옆은 온통 대나무 숲이었습니다. 늦게 떠오른 햇살이 언뜻언뜻 대숲 사이로 비쳐들고 조붓한 오솔길 위에는 온통 낙엽들이 서걱거리고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토록 극명한 색의 대비를 본 게 언제였을까요. 이틀째 폐사지를 돌면서 허허롭기만 하던 마음에 온기가 스민 듯 했습니다. ...
2013-12-03 13:52:00
염소를 사랑한 늑대
지난 달 모 방송국 드라마에서 '늑대와 염소 사랑이야기' 책을 주인공이 읽는 장면이 나와 이 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하다가 이 책에 대해서 조사해보니 원작이 일본작품이었다. 내겐 일본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주문해서 사 볼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물론 이유는 또 한 가지 있었다. 초등학생 딸하고 함께 읽고 같이 이야기를 공유해 보고 싶어서였다. 이 책은 일본에서는 1994년에 출판이 된 이래 200만 부나 팔렸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도에 번역 출판되었고, 올해 드라마의 영향으로 갑자기 인기를 얻게 되었다. 책은 '가부와 메이의 이야기' 시리즈로 모두 6권이다. '가부'는 늑대 이름이고, '메이'는 염소 이름이다. 어느 폭풍우 치는 밤에 염소 한 마리가 비를 피해 작은 오두막으로 숨어들었다. 한 치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염소는 무서워서 떨고만 있었다. 이때 늑대도 매서운 비를...
2013-11-16 14:04:15
광대원만
한가위 보름달이 가을 하늘을 휘영청 밝히고 있다. 아직도 한낮엔 태양의 뜨거운 열기가 부담스러워 외출을 삼가고 있다가도 노을이 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왠지 심신의 해방감에 기분은 더욱 상쾌해진다. 밤바람을 맞으며 옛 선조들이 천문을 관측한 첨성대 앞 달빛 길을 걸어본다. 많은 인파에 무리 지어 이야기꽃을 피우는 가족들과 관광객들이 덕담을 주고받으며 함께 즐기는 달빛기행 축제분위기이다. 모두가 환한 얼굴에 만월의 미소가 가득하다. 풍성하고 아름다운 달빛을 닮아있다. 경주의 밤하늘은 달빛이 유난히 밝아 보인다. 고층빌딩 숲이 하늘을 가리지 않고 쾌적한 공기 때문일 것이다. 보석을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별빛과 부드럽고 은은한 달빛을 바라보며 명상을 시작해본다. 맑은 영혼을 대신하듯 순수함과 아름다운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수많은 별들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춤이 되어 지상에 내린다. 한가위 보름달처럼 나의 마음도 넉넉하고 넓게 비출 수 있기를 서원하며, 걸림 없이 크게 비출 수 있...
2013-10-15 19:27:18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들으며
모처럼 한가한 시간이 생겨 안국동에 있는 정독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휴관을 알리는 표지판이 떠억하니 버티고 있는 겁니다. 갑자기 길을 잃은 듯 난감해졌지만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교보문고에 들르기로 합니다. 미대사관 앞을 지나쳐 가는데 차량들 소음 사이로 아련하게 관악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소리나는 곳으로 가보니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 가설무대에 이십 여명의 관악기 주자들이 연주중입니다. 가을밤에 듣는 관악기 선율이라니 왠지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빈자리를 찾아 앉으니 음악회는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를 비롯해 사운드오브뮤직 메들리 또는 캐러비안의 해적 주제곡 등 다양한 레퍼터리로 진행됩니다. 연주 수준이 상당해 보이는데 알고 보니 수원시향 관악기 연주자들입니다. 모처럼 횡재한 기분입니다. 관악기 소리가 어두워져 가는 밤하늘로 퍼져갈수록 기운이 생동하는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턴테이블에 음반을 올려놓습니다.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와 ...
2013-09-16 11:17:18
에고로부터의 자유
평소 존경하는 분의 추천도서로 이번 여름 방학 내내 '에고로부터의 자유'라는 책을 읽었다. '삶이 더 가벼워지기를 바라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라는 표지의 글을 읽고 선뜻 구입을 했다. 그러나 300쪽이 넘는 분량으로 쉽지만은 않은 내용이 담겨져 있어, 이 더운 여름을 '에고'와 씨름하면서 더위를 날려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고(ego)는 라틴어로 '나'란 뜻이고 '자아(自我)'로 번역한다. 그런데 파생어인 '에고이즘'이나 '에고이스트'로 가게 되면 이기적인,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습이 강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혹자는 에고를 이렇게도 비유한다. 예를 들어 하나도 치장 없는 '벌거벗은 나'를 '진정한 나'라고 하면,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바로 '에고'라는 것이다. 이 에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 하고, 인정받고자 하고, 필요한...
2013-09-02 11:33:27
꽃밭 속에서 힐링
경주 첨성로 147, 이곳이 홍원심인당의 주소이다.심인당 앞마당은 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국보 제31호로 지정된 첨성대로 연결되어 있다. 그 길을 따라 발길을 옮기며 사방을 둘러본다. 신라 천년왕도 경주의 아름다운 경치가 품안에 가득 안겨든다. 넓은 초록 대지 위에 봉긋 솟아있는 많은 고분들 또한 이곳이 천년고도임을 묵묵히 말해주고 있다. 발길 머무는 곳마다 우리의 영혼을 맑게 정화하고 지친 심신을 치유 받는 어머니 품속 같은 평온하고 깨끗한 환경이다. 먼 산으로부터 맑고 시원한 바람이 꽃향기를 실어오고 짙푸른 녹음은 우렁찬 매미소리와 새들의 합창을 지휘한다.심인당 뒤편에는 2만5천 평의 넓은 메밀 꽃밭이 조성 중에 있다. 백옥의 가을 여신으로 하얀 메밀꽃 밭이 아름다움을 더할 것이다. 대서를 맞이하는 오늘은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땀방울을 쉼 없이 훔치게 하지만 꽃밭여행구간이 조성되어 있는 반월성 앞 일대엔 코스모스 꽃밭이 아득히 펼쳐져 있다. 그 옆길을 따라 연꽃 밭 단지에는 백련...
2013-08-19 14:53:03
있는 곳에 물들지 아니하고…
명옥헌(鳴玉軒)에 왔습니다. 한창 화사하게 피어나는 배롱나무 꽃을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배롱나무. 백일동안 핀다고 흔히 '목백일홍'이라고 하고, 껍질 벗은 가지를 손으로 간지럽히면 가지가 떨려 '간지럼나무' 또는 '자미화'라고도 한다지요. 수형은 노송처럼 구부러지고 휘어졌으며 수피는 벌거벗은 것처럼 맨살입니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사랑채 주변에는 심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실 굳이 명옥헌까지 가지 않더라도 배롱나무 꽃을 볼 수 있는 곳은 많습니다. 전라남도 담양까지의 거리가 결코 가까운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한동안 곤비한 일상에 복무하다보니 잠시 마음 한 자락을 열어놓고 싶었습니다. 여름 전라도 여행의 즐거움은 눈 닿는 곳마다 흐드러진 배롱나무 꽃을 보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근사한 수형이며 꽃빛깔이 아름답기론 명옥헌 원림에 있는 배롱나무였습니다. 연못 한가운데 있는 배롱나무를 비롯해 명옥헌 주변을 온통 휘감고 있는 꽃들을 보고 있...
2013-08-05 09:53:43
이기적 유전자와 카르마
내가 불교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이다. 물론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친정엄마의 영향으로 엄마 따라 절에 다니면서 자연히 내 종교는 불교다라고 생각하기는 했었다. 대학 진학을 앞둔 어느 날, 친한 친구가 출가를 했다. 그 때의 충격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불교의 어떤 면이 그 친구를 사로잡았을까 하는 마음에 대학교 동아리인 불교학생회를 자진해서 찾아간 그 날부터 불교와의 깊은 인연이 시작되었다.삼배를 배우면서, 제일 먼저 절을 할 때는 '업장소멸'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하라는 말이 강하게 오랫동안 가슴에 깊이 새겨져버렸다. 그래서 나의 20대는 '업장소멸'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업'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업(業)이 산스크리트어 '카르마'(karma)의 번역이라는 것쯤은 새삼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카르마는 산스크리트어로 행위, 행동, 액션 등의 의미로, 인간의 여러 행...
2013-07-16 13:56:22
우리 엄마 마산 댁
나의 어머니 택호는 마산 댁이다. 마산 바닷가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다 내륙지방 시골에 시집와서 5남매를 낳아 기르며 억척스런 삶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교화의 임지에서 돌아본 어머니의 모습은 모든 법계를 보여주고, 들려주고, 느끼게 해주신 산 교육장과 같은 분이었던 것 같다.모든 사람들은 따뜻한 봄이 오면 활짝 핀 꽃과 같이 환하게 미소지으며 꽃이 되어 즐거워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매년 삼악도의 괴로움을 겪는 것처럼 봄을 맞이하였다. 밥은 목에 넘어가지 않고, 입맛은 모래알 씹는 것과 같고, 소태같이 쓰고 거칠어서 도저히 음식을 먹을 수가 없을 정도로 봄을 많이 타셨다. 그렇지만 돈이 아까워 영양제는 엄두도 못내는 성격이었다. 그렇게 봄, 여름을 보내다 보니 몸은 야위어서 깡마르게 되고, 피부는 새까맣고, 눈은 움푹 패인 듯 들어가고, 신경은 고도로 날카로워 시한폭탄 같은 늘 불안한 분위기였다. 지옥고와 아귀고와 축생고의 삼악도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가을이 ...
2013-07-04 14:38:28
가장 좋은 것은…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겨루지 않고 뭇 사람이 꺼려하는 것에 처한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물은 그러하지요. 용솟음치고 휘돌아나갈 때, 스스로 낮추고 느려질 때를 분명히 알고 조절합니다. 그래서 노자는 물의 덕을 도에 가깝다고 역설했나봅니다. 그러므로 물처럼 살기를 지향하면서 살아간다면 삶의 수고로움을 조금은 수월하게 견뎌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생각을 떠올렸던 것은 설악의 계곡들을 보고 난 후였습니다. 처음 출발 의도는 봉정암 진신사리탑 참배였습니다. 봉정암은 널리 알려진대로 5대 적멸보궁 중의 한 곳으로 석가모니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입니다. 창건된 연대가 신라 선덕여왕 시대라 하니 그 고색창연한 세월을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요. 봉정암으로 향하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백담사에서 출발해서 설악의 수렴동계곡을 거쳐 오르는 길이 일반적인 듯합니다. 내설악은 그곳이 왜 내설악인지를 증명하듯이 산길은 오밀조밀했고 ...
2013-06-14 15:49:55
기다림
올 봄, 연구실에 있던 군자란이 6년 만에 꽃을 피웠다. 더 이상 꽃을 피우지 않을 것 같았던 군자란에 꽃대가 오르고 짙은 다홍색 꽃이 화려하게 활짝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서 한 달 정도 내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6년 전에는 5년 만에 핀 군자란을 보면서 그 때도 참으로 행복해 했었다. 처음 군자란을 받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아마도 생일선물로 받았던 것 같다. 그 군자란이 연구실에서 5년 만에 개화를 했고, 그로부터 6년 만에 개화를 했으니, 적어도 11년 이상은 나와 동고동락한 셈이다. 5년 전, 그 당시에는 5년 정도 끌고 있었던 일본 소설 번역을 탈고한 상태여서 더더욱 뜻 깊게 생각했었다. 그때 군자란을 보며 "내가 5년 동안 번역에 매달리는 동안, 너는 꽃 피울 생각을 했었구나"하며 내 작업의 결실과 개화를 동일시하며 다각적으로 의미를 부여했었다.그런데, 이번에는 6년 만에 핀 군자란을 보며 처음으로 "어떻게 꽃을 피울 수가 있었을까" 하는 생명의 경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2013-06-03 09:4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