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가장 좋은 마음가짐은 수순(隨順)이다. 수순은 믿음에서 나온다. 조선 초기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면서 궁궐과 성곽을 축조하며 동서남북 사대문을 세울 때, 동대문(興仁之門), 서대문(敦義門), 남대문(崇禮門), 북대문(肅智門·肅淸門) 중앙에 보신각을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뜻을 담아 이름을 붙이고 보신각에 범종을 달아 하늘 문을 열고 닫는 뜻으로 종을 울려 사대문을 다스렸다. 믿음을 중앙으로 한 다스림이다. 그러한 믿음의 첫 마음이 수순이다. 수순은 인증(認證)과 긍정(肯定)의 뜻이 담겨 있다. 일상생활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에서 긍정적인 생활로 이어지는 것이 믿음이다.
이 글을 쓰는 것은 자신 스스로 믿음의 수순도(隨順度)를 부처님의 말씀에서 확인하기 위함이다. 부처님이 설한 8만장경 가운데 믿음을 근본으로 하는 제1경이 ‘화엄경’이다.
‘화엄경’은 ‘대일경’, ‘금강정경’과 더불어 비로자나불의 일승경(一乘經)으로 현밀(顯密) 3대경이다. 삼대경은 밀교 삼밀수행을 근본으로 하는 경이다.
‘화엄경’은 신밀(身密)경이요, ‘금강정경’은 구밀(口密)경이며, ‘대일경’은 심밀(心密)경이다. 물론 경마다 삼밀상응의 수행법을 모두 지니고 있지만, 입문(入門)하는 차제가 다르다.
‘화엄경’은 신밀(身密)로 들어가 의밀로 나오고, ‘대일경’은 심밀(心密)로 들어가 어밀로 나오며, ‘금강정경’은 구밀(口密)로 들어가 신밀을 지나 심밀로 상응하여 즉신성불하게 하는 가르침이다.
‘화엄경’과 ‘금강정경’의 결집은 문수보살이 철위산 기사굴에서 상중하 삼부로 결집하였다. 상부는 10삼천대천세계미진수게 1사천하미진수품이며, 중부는 490,800게 1,200품이요. 하부는 10만게송 48품이다. 이 가운데 현금의 중생 근기에 맞는 하부경을 부처님 열반 5~6백년 뒤 용수보살이 찾아와 전래하였다. 가져온 하부경도 모두 가져온 것은 아니라, 일부인 ‘화엄경’ 4,500송 40품만을 가져오고 ‘금강정경’도 그와 같다. 하부경 중에 나머지는 용궁과 남천축 철탑에서 다음 인연을 기다리고 있다.
‘화엄경’ 4,500송 40품은 각품마다 독립된 경전으로 4세기경에 집대성하였다. 그 가운데 화엄으로 전래 된 것이 80화엄, 60화엄, 40화엄이다. 80화엄은 당나라 실차난타가 번역하였으며, 현재 현교 강원에서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화엄경’을 중국 천태지자스님은 “초설화엄삼칠일(初說華嚴三七日), 아함십이방등팔(阿含十二方等八), 이십일제단반야(二十一載單般若), 종단법화우열반(終端法華又涅槃)”이라 하여 모든 경의 근본 경으로 상수에 두었다. 싯다르타 태자가 보드가야 보리수하에서 처음으로 깨달음을 얻어 비로자나불이 되었다. 시성정각(始成正覺)하여 비로자나불로 3·7일간 자수법락으로 보림하면서 설한 경이 ‘화엄경’이다. 비로자나불이 된 태자가 곧바로 열반에 들고자 할 때, 천신들의 권유에 의하여 4·7일간 보신 비로자나불에서 비로자나보살이 되어 바라나시에서 초전법륜 하였다. 싯다르타가 법신 비로자나불로 일승화엄의 경지에서 보신 비로자나불이 되는 2승법으로 보림하고, 다시 비로자나보살이 되어 녹야원에서 초전법륜하였다. 45년 해탈법을 전하신 다음 쿠시나가라 사라쌍수 아래에서 유법사리(遺法舍利)를 남기는 열반으로 비로소 화신 석가모니불이 된 것이다. 45년간 설하신 모든 말씀은 모두 ‘화엄경’을 중심으로 한 일대사인연이다.
진각성존의 ‘실행론’은 대소승과 선교(禪敎)와 현밀(顯密)을 융합하여 재가와 출가를 융합하는 가르침이다. 가르침의 중심은 해탈, 열반, 성불의 차제(次第)를 육자진언 수행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차제를 밝히면서 해탈의 삶을 살게 하신 말씀이다. 중생은 언제부터인지 시작을 모르는 때부터 비로자나불에서 분화하여 고락을 받으며 끝없이 윤회하고 있다. 비로자나불과 동일한 자성을 가졌으나, 그 자성을 잃고 중생으로 살고 있다. 중생으로 윤회하면서 익혀온 업습(業習)을 하루아침에 벗어나 성불할 수 있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아니 누구도 무엇으로도 가르쳐줄 수 없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비로자나보살이 설한 8만장경에도 부처를 이룬다는 성불의 말씀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싯다르타 태자로 출생할 때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 삼계가 모두 괴로움뿐이라. 내가 마땅히 그들을 편안하게 하리라<천상천하유아독존 삼계개고아당안지(天上天下唯我獨尊 三界皆苦我當安之)>”로 중생을 해탈시키겠다는 약속의 말씀을 보이면서 불(佛)의 성취가 성불이요, 보살의 성취가 열반이며, 중생의 성취가 해탈이다. 그러므로 중생은 해탈을 먼저 성취하여야 한다는 뜻만 밝힌 것이 팔만장경이다.
진각성존께서 “성불하려면, 먼저 열반의 자리에 올라야 하고, 열반의 경지에 오르려면, 해탈을 얻어야 한다.”는 이치를 육자진언 묘리에서 깨달으시고 비로자나불을 교주로 하는 밀교종문을 개창했다. 개창의 본의는 사라진 밀교를 중흥하고 현실 중생들이 받는 고통인 가난에서 벗어나고, 병고에서 벗어나고, 불화에서 벗어나는 해탈의 삶을 가르치고자 함이다. 진각성존은 비로자나불이 보여주는 당체법문을 필요할 때마다 증득하시고 가르침을 펼친 것이 ‘실행론’이다.
‘실행론’의 가르침이 비로자나불의 가르침, 석가모니불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이기 위하여 평소에 설법하시던 교법 교리 부분은 ‘법불교문’으로, 응화 방편 부분은 ‘응화방편문’에 배대하여 두 권으로 결집<1960>해 출판했다. 모두 비로자나불이 자연법이로 설하는 당체법문을 결집한 것이다. 이 땅에 사라진 밀교를 중흥을 위해 비로자나불 무언설의 ‘화엄경’, 진각성존의 ‘실행론’과 회통하는 실천의 법을 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