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졸업 그리고 시작의 시기다. 인생을 새로이 시작한 감동적인 졸업생이 떠올라 입가에 아름다운 미소로 번진다.
그는 65세에 우리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21학번 새내기였다. 이미 2016년에 등단한 시인이기도 한 이영화 학생은 가난으로 단절되었던 학업 잇기에 과감하게 도전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코로나로 인해 그토록 원하던 학교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고, 아날로그 세대인 그에게 디지털 수강을 위한 스마트 기계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수강하기 위해서는 품팔이가 필요했다. 도서관에 앉아서 비대면 수업 접속 방법과 과제 제출 방법 등을 동기 신입생에게 물었다. 어린 약관의 동기들도 처음이라 사용 방법을 잘 몰랐다. 그때 구원의 손길은 내밀어준 사람은 바로 선배들이었다. 3, 4학년 선배들은 거침없이 할머니 신입생의 질문에 시원한 답을 해 주었다. 이 경험으로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스무 살이든, 예순다섯 살이든 신입생은 신입생이다.”
“누구나 처음엔 서툴고 모른다.” 그때부터 “모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열등감이 사라졌다”고 한다.
겁 없는 도전은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을 위한 4주간 현장실습으로 이어졌으며, 1급 사회복지사 국가고시 응시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시험에 아쉽게 떨어진 서운함 피력조차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강한 자부심으로 보일 정도였다. 캠퍼스 생활에서 잊지 못할 추억은 바로 대학생들만의 특권, 동기들과의 울릉도 졸업여행이었다. ‘울릉도 가좌~~~~~아’라는 시는 그녀의 울릉도 졸업여행의 즐거움을 강하게 웅변하고도 남는다.
그는 재학 중에 사회복지학과 발전기금으로 대학에 천만 원을 기부하였고, 조손가정이었던 원거리 학생이 방학 중 현장실습을 위해 학교에 남아있어야 할 때는 생활비도 동기들과 함께 마련하여 주었으며, 태블릿이 없었던 어린 동기생에게는 자기보다 사용의 유용성이 크다며 태블릿을 선물로 주었다. 졸업도 이영화 학생의 선행 행진을 막지 못했다. 가난으로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자신의 호를 딴 ‘축향 장학금’이 지원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영화 학생은 향후 10년 동안 장학금 지급을 약속했다.
김태오 학생 또한 잊을 수 없는 졸업생이다. 남편의 병간호와 아이들 뒷바라지에 지친 김태오 학생의 통장 잔고 200만 원은 고스란히 대학 입학금이 되었다. “나는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가?”라는 자신을 향한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52세에 신입생이었던 김태오 학생은 4학년 때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하여 ‘훈장’을 받았다. 졸업 후에는 노인주간보호센터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게 되었다. 어르신들과 함께한 경험을 담은 영상은 여성가족부 주최 영상 공모전에서 대상의 영예를 수상했고,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 프로그램을 담은 ‘좌충우돌 초보 사회복지사’ 출간을 앞두고 있다.
김태오 학생의 남편은 1년간의 재활을 통해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이는 김태오 학생의 훈장감이 분명하다. 그러나 김태오 학생의 진정한 훈장은 뭐니 뭐니 해도 통장 잔고를 52세의 신입생에게 투자한 것이다. 52세 신입생 김태오 새내기는 곧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취득할 것이다.
“긴 겨울이 지난다고 모든 꽃이 피지는 않는다.” “너는 봄 꿈을 꾸고 있니?”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나의 봄 꿈은 위덕에서 ‘학생, 직장인, 저자, 석사’로 이어지는 평생학습의 성과로 결실을 맺게 되었다.”
장덕희 교수/위덕대 사회복지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