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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호-의대에 미친 한국, 대안은 무엇인가?

밀교신문   
입력 : 202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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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 인사이트 프로그램 인재전쟁: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은 지금 우리의 현실을 거울처럼 비춘다. 시대별로 최고의 엘리트가 모였던 물리학과, 화학공학과, 전자공학과 등은 한 세대 만에 급격히 위축되었다. 연봉과 안정성을 좇는 입시 구조 앞에서 과학기술 인재 양성은 힘을 잃었고, 이제 의대 쏠림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흔드는 사회문제가 되었다.

 

물론 의료는 필수 영역이고 우수한 인력이 의사로 진출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모든 재능과 에너지가 한 곳으로만 향할 때, 그 사회는 결국 스스로 기반을 약하게 만든다. 에너지·소재·반도체·AI·양자기술 등 미래 산업은 한국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이며, 미국과 중국이 천문학적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다. 근간에는 기술 패권이 곧 국가의 생존력이라는 방향성이 있다. 문제는 한국만이 지금 눈앞의 안정에 매달려 장기적 경쟁력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균형을 잃고 있다. 개인은 안정만을 좇고, 국가는 미래 인재 전략이 취약하며, 교육은 인기에 영합하며 좁은 문으로 몰아넣는다. 집착은 고통을 낳는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특정 직업군에 대한 쏠림 현상은 결국 사회 전체의 고통으로 되돌아온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첫째,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략을 국민과 함께 공유하는 장기적 비전이 필요하다. 단순한 필요성이 아니라, 연구자는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업()이라는 자긍심을 키워줘야 한다. 둘째, 공학·기초과학 인재가 충분히 보상받는 정책적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연구 인력의 처우를 개선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연구 문화를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다. 셋째, 직업을 선택할 때 월급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성찰할 수 있도록 중심을 두어야 한다. 각자가 지닌 재능을 세상에 이롭게 쓰는 바른 직업의 길을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은 수많은 위기를 과학기술로 뚫고 발전해 왔다. 의대 지원 증가가 문제라기보다, 미래를 떠받칠 기초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균형 발전의 지혜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과학기술 인재에 대한 투자와 사회적 존중의 회복이야말로, 의대 쏠림을 넘어 미래로 나아가는 바른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