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예찬

밀교신문   
입력 : 202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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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됐다. 물과 바람과 뜨거움의 계절이다. 인류의 역사는 자연을 어떻게 대하느냐의 기록이다. 인간은 자연재해와 사나운 짐승과 독충으로부터 안전하고 먹거리를 기르고 거두기에 적합한 땅을 찾아 나섰다. 강과 바다를 접한 지역에 둥지를 틀었다.

 

밤사이 시간당 강수량이 기상관측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폭풍우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주거와 산업시설, 농경지를 망가뜨린다.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 올해는 무사히 지나가기를. 피해가 발생해도 그 규모가 적기를 기원한다. 자연은 사람의 마음대로 하지 않으니 단단히 대비할 수밖에 없다.

 

50평 남짓의 텃밭을 가꾸고 있다.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씨앗을 뿌린 후 올라온 새싹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빼꼼히 얼굴을 내민 연두색의 여린 싹. 나와 저 싹 외의 풍경은 모두 사라진다. 시간의 흐름도 멈춰진다. 소리도 지워진다. 오직 나와 저 새싹이 있을 뿐이다. 위대한 마주함이다.

 

1mm도 안 되는 작은 씨앗이 흙을 뚫고 잎을 내밀다니. 저 여린 잎이 무슨 힘이 있어 뿌리를 키우고 열매를 맺게 한단 말인가. 마늘을 캤다. 심을 땐 한쪽이었는데, 대여섯 쪽을 내주었다. 양파도 캤다. 나무젓가락보다 가는 굵기의 야들야들한 싹이 겨울을 견디더니 애기 주먹만한 열매를 키워냈다. 감자 한 쪽은 두 손으로도 모자랄 정도로 불어났다. 어느 농부가 말했다. “씨앗은 힘이 세다.”

 

내가 텃밭의 즐거움을 즐기는 동안에 기후와 농업 연구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기후 연구자들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지구가 더워지면 어쩌나. 기후변화를 온난화 또는 기후위기라고 불렀다. 그러더니 요즘에 이르러서는 열대화, 기후재앙이라고 부른다. 과장된 수사가 전혀 아니다.

 

열대화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이다.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시작됐다.”

 

바닷물을 더 많이 증발시켜 구름의 양을 늘리고, 그러면 폭풍우의 강도가 더 강해진다. 농업 연구자들은 안정적인 식량 생산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예측이 아니다. 10여 년 전 러시아에 가뭄이 들어 밀 생산량이 크게 줄었고, 밀값이 크게 올랐다. 러시아에서 생산한 밀을 주식으로 삼는 북아프리카 몇 나라에 큰 충격을 주었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먹거리를 확보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함에 분노했다. 정권은 무너졌다.

 

기후변화는 한 나라 안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 불안정은 국가 간의 수출입을 제한하고, 국가 간의 갈등으로 치닫는다. 물 부족으로 인한 분쟁은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지구의 기온 상승은 국지적인 폭우와 함께 사막화를 병행하며, 사막화는 물 부족의 상황으로 이어진다. 여러 나라를 흐르는 강의 물을 한 나라가 확보하다보면 다른 나라의 물 부족을 결과한다. 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곳곳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첨단의 가공할만한 파괴력의 무기들이 국력을 나타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되었다. 사람들이 사나워졌다. 나의 새싹 예찬이 한가롭다. 그래도 열매를 얻으려면 씨앗을 뿌리고 나무를 심어야 한다. 씨앗은 힘이 세기 때문이다.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