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심인당에서 수행 생활을 이어온 한 노보살님이 열반에 드셨다. 열반강도불사와 49일 추선불사를 마치고, 노보살님과의 기억이 추억으로 서서히 자리 잡아 가던 어느 날, 전수님과 노보살님의 아드님 댁에 가정방문 불사를 다녀왔다.
불사를 마친 후, 각자님은 누런 대봉투 하나를 조심스럽게 건넸다. 그 안에는 50여 년 전 심인당 헌공불사 당시 촬영된 사진들과 함께, 노보살님의 젊은 시절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흰 저고리에 곱게 치마를 차려입은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과거 관구청 시절 금강회장, 신교도들과 함께 찍은 빛바랜 단체사진과 각종 문서도 함께 전달되었다. 무심히 보관되어 있던 자료들이 오랜 세월을 지나 다시금 종단의 숨은 역사를 되살리는 귀중한 기록물로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처럼, 사진 한 장이 단순한 추억을 넘어 종단의 역사와 진언행자의 정신을 후세에 전하는 소중한 자산임을 절감하게 된 계기였다.
사진 한 장, 종단의 정신을 이어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매년 부처님오신날, 야외법회, 수계법회 등 주요 행사에서 빠짐없이 단체사진과 기념사진을 남겨왔다. 최근에는 이러한 기록을 디지털화하여 SNS와 온라인 공간에 보존함으로써, 1년 전은 물론 10년 전의 기억까지도 생생하게 되살릴 수 있는 귀중한 기록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우리 종단은 디지털 아카이빙(Digital Archiving) 기법을 활용하여, 심인당의 소중한 역사와 교도들의 수행 모습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전승해야 할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체계적인 디지털 아카이빙은 단지 과거의 기억을 저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종단의 철학과 가치를 미래 세대에 전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
디지털로 남긴 역사 한 줄, 사진 한 장이 후손들에게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소중한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에 담긴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이 곧 종단의 얼굴이며, 지금 찍는 사진 한 컷이 후세에 훌륭한 귀감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주 자성일(일요일) 날 우리 심인당의 여름을 사진으로 담아보고 함께 수행하고 있는 도반들과의 환희한 모습을 시작으로 심인당의 역사를 밝혀나가 보는 건 어떨까요? 실천해 봅시다.
천혜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