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해야 할 뿐

밀교신문   
입력 : 20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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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금 기후 변화의 사태를 넘어 기후위기와 재난의 시대를 살고 있다. 어째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과학자들은 산업혁명 이후 대량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온실가스에 의한 결과라고 말한다. 이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태양의 빛과 열, 바람, 조수간만의 차이, 지열 등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얻는 방법과 기술이 있다. 이쪽으로 방향을 틀면 된다.

 

원인과 답을 알고 해결책도 안다고 하여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온실가스의 배출량은 늘고 있다. 이례적으로 줄어든 때가 있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산업활동이 전 세계적으로 주춤했던 시기였다.

 

온실가스 중 대표격인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오랜 기간 미국이 1위였으나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와 많은 인구로 인해 순위가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9위다. 1인당 연간 배출량을 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1위다. 이어 2위부터 10위까지는 카자흐스탄, 호주, 미국, 캐나다, 한국, 러시아, 일본, 독일, 폴란드이다. 중국은 13위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배출량에서도 적지 않지만, 1인당 배출량에서는 상위권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와 삶의 양상이 석유와 석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적으로 기후깡패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종교계와 생태론자들의 원인 진단과 해법은 과학자들의 그것을 받아들이면서도 접근법의 결이 다르다. 특히 불교에서는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을 인간의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탐진치(貪瞋痴)], 즉 삼독심 때문이라고 본다. 이는 백번 천번 옳다.

 

자연은 무한히 내어주지 않으며, 지구 유지의 체계에도 한계가 있음을 잘 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행태를 보면, 알기는 하지만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모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기후 재난의 심각성을 거듭 얘기하기가 꺼려진다.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이 알고 있는데 나아지지 않으니 오히려 기후 우울에 시달릴 정도이다. 그렇다고 하여도 지금은 삼독심을 여의는 길로 가야 할 뿐이다.

 

마침 지난 2자연의 권리를 생각하는 불자들의 모임(자생불)’에 참석한 불자들이 생태위기 극복과 자연의 권리 구현을 위한 불교의 과제’ 15개를 제시했는데, 여기에 옮긴다.

 

-소욕지족의 생활양식을 널리 확산한다.

 

-생명존중의 가치를 불자를 넘어 사회적으로 가치의 중심에 놓게 한다.

 

-화쟁사상을 바탕으로 사회적 갈등해결의 가이드를 제시한다.

 

-일체중생(유정 무정) 실유불성(悉有佛性) 사상으로 자연과 비자연의 경계를 허무는 일을 한다.

 

-소비주의와 성장주의가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의 원인임을 알리고 소비를 줄이는 운동을 한다.

 

-자연과 자연권에 대한 대중적인 공감대를 만들어 가기 위한 다양한 생태담론을 생산한다.

 

-환경오계 등 새로운 생태적 시민윤리운동을 전개하고, 불자들의 신행활동에 접목한다.

 

-비인간존재와 미래세대의 권리를 포함하는 생태민주주의를 알리고 실천한다.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만든다.

 

-자연과 자연의 권리 보장을 인정하는 선언을 하고 실천을 위해 동행한다.

 

-미래세대와 자연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대변하는 부처(: 미래자연부)나 기구(: 만물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헌법 개정과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

 

-채식운동, 발우공양 사회화 등 새로운 식문화운동을 대중화한다.

 

-불교의 생태전통을 찾아 확산하고, 생태 중심의 불교교리서를 제작한다.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인간상(호모 인드라네티우스)을 구현하기 위해 녹색불자 교육 및 실천 활동을 전개한다.

 

-생태위기 극복과 자연권 보장을 위해 이웃종교와 연대를 강화한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자세가 필요하다. 오로지 해야 할 뿐이다. 나의 삼독심을 여의는 길이기 때문이다.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